독서록

이문열의 사기 이야기

pc100 2008. 9. 26. 18:28

작가 : 이문열

제목 : 이문열의 사기 이야기 초한지 1-10권

읽은 시기 : 2008. 8 ~ 9. 26

 

초한지는 초나라와 한나라와의 중국 대륙을 둘러싼 쟁패전을 다룬 소설이다.

초한연의라는 중국 소설도 있고 우리나라 소설가들도 몇명이 다루었던 이야기이다.

 

진나라에 이어서 중국을 통일하고 대제국을 이루었던 한나라 고조 유방의 이야기가 결국 주스토리다.

우유부단하고, 물욕도 많고, 색욕도 많고, 충신들을 끊임없이 의심하고, 나이 40이 다 되도록 무위도식하면서

처자식 건사조차 못하고. 병법도 모르는 것처럼 보이는 유방이진시황과 그 아들에서 끝나는 진나라의 뒤를 이어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인가? 라는 물음이 계속 나온다.

더군다나 상대는 "역발산 기개세로"로 표현되는 초패왕 항우이다.

항우는 명장군을 할아버지로 두고 삼촌이 지극정성으로 양육한 검욕하고 솔선수범하고 물욕도 없고

평생 결혼도 하지 않고 첩실격인 미인 우희만을 두었다.

전쟁터에 나서 한번 고함을 지르면 상대진영이 초토화 될 정도의 강력한 인재였던 그다.

항우는 "하늘이 나를 망하게 한 것이지, 내가 싸움을 잘하지 못한 죄가 아니다." 외치며 죽어간다.

아마도 작가인 이문열도 사뭇 이해하기가 힘들었나 보다...

 

유방은 끊임없이 패배하고, 때로는 비굴하게 빌어서, 때로는 뇌물을 써서, 때로는 부하들의 희생 속에 물러갔다가 다시 오고 다시 오고 한다.

이것은 초패왕이 본 것이다. 심지어는 항우의 책사였던 범증조차 뇌물을 쓴 이간계로 죽게 한다.

길고 긴 10년 전쟁에서 항우는 겨우 2번 졌다. 자신이 참전한 전투에서.

유방은 거의 언제나 졌다.  그러나 자신을 제외한 장수들이 이겼으며 하늘이 도왔다고 할 정도로 항상 최후의 보루들이

버텨 주었다. 그래서 아마도 항우조차도 이해하지 못하고 그렇게 억울해 했을 것이다.

 

유방이 한말이 이런 식으로 표현되어 있다. "내가 항우보다 용맹이 더한가, 지략이 뛰어난가? 그래도 나는 장수들을 잘 부려서

이렇게 이길 수 있었다."  유방이 표현했듯이 유방에게는 유방에게 전적으로 충성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향리의 아전이었던 소하는 힘들여 모아준 병사와 군량을 한 전투에서 몽땅 잃고 돌아오는 유방에게

언제나 새로운 군졸과  식량들을 끊임없이 모아서 보내주어서 첫번째 공신이 되지만 언제나 유방의 의심을 받는다.

그래도 그는 끝없이 충성하고 또 충성한다.

길거리의 개백정에 비단장사, 상가집의 피리부는 이들이 자라서 용맹한 장수들이 되어서 언제나 유방의 날개가 되어 주었다.

장량이라는 든든한 책사와 진평이라는 좀 못된 책사가 있서 유방을 때로는 다독이고 때로는 가르치며 변덕이 죽끓듯 하는

유방을 이끌어준다.  마지막까지 유방이 태자를 바꾸려 할때도 모두 있는 힘껏 나라의 평안함을 위해 고군분투한다.

한신이라는 걸출한 인재가 항우라는 인재 밑에서 썩다가 왔을 때 소하는 거듭거듭 유방에게 천거하여 대장군이 되어

한나라가 제국이 되는데 커나큰 공적을 세우지만 제왕에서 초왕, 초왕에서 회음후로 다시 역적이 되어 죽어간다.

 

유방이 통일을 이루고 난 뒤 한 일은 유씨가 아닌 왕들을 죽이는 것이다. 한신, 팽월, 경포 등 결코 한고조에

못미친 인재들이 아니었던 왕들이 토사구팽의 본보기로 죽어간다.

대장군이었고 제왕이었다가 초왕이었던 한신이 느닷없이 체포되었을 때 한말이다.

"참으로 사람들의 말과 같구나. 높이 나는 새가 모두 떨어지면 좋은 활은 곳간에 걸리고 약아빠진 토기가 잡혀 죽고 나면

뒤쫓아 내닫던 사냥개는 가마솥에 삶기며 맞싸우던 나라가 부서져 없어지면 꾀 좋은 신하는 설 곳이 없어진다 하였다.

이제 천하가 이미 평정되었으니 나는 삶겨 죽어 마땅하다."

그러면서 자신에게 유방과 맞서 세력을 키울 것을 부추켰던 괴철의 말을 듣지 않은 것을 원망하며 여후의 손에 잡혀죽는다.

 

여후는 한신을 잡아 죽이며 이렇게 말한다.

"나는 네가 위, 조, 연, 제 네 나라 왕을 사로 잡거나 항복받고 패왕 항우를 해하에서 이겼다기에 병법 뿐만 아니라 권세의

이치에도 밝은 줄 알았다. 또 육국 중에서도 맏형 격인 제나라와 초나라에서 왕 노릇까지 하였으니 왕자의 권도 역시

얼마간 깨쳤을 줄 알았다. 그런데 네 어찌 이리 아둔하냐? 아직도 네가 왜 죽는지를 알지 못하는구나? 네가 죽는 것은

모반을 꾀했기 때문이 아니라, 내 용략이 네 임금을 떨게 한 탓이다. 그러나 네가 떨게 한 임금은 지금의 황상이 아니다.

당장 모반을 일으킨다 해도 너는 결코 우리 황상을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을 태자는 다르다. 태자의 문약은 아마도

너를 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너는 이제 그런 태자의 시대를 위해 황상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죽어주어야겠다. "

이것이 전쟁에서 정치로 돌아선 한나라의 현실을 너무도 절절히 설명한 말이라 하겠다.

 

유방의 비 여후는 부잣집의 대찬 딸로 자라다 건달 유방의  조강지처가 되어 갖은 고생을 다하고

3년 가까이 항우의 군영에서 볼모살이를 하다가 와보니 유방은 많은 여자들을 군중에서 또는 궁중에서

거느리고 있고 많은 아들 또한 있으니 어찌 기가 막히지 않을까?

거기다 자기 태생인 아들을 폐하고 척부인 소생의 어린애를 태자로 바꾸려고 하니...

어찌 독해지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 문약한 아들을 황제로 만들기 위해서 맘 떠난 황제에게 때로는 눈물로 호소하고

널리 사람들에게 방법을 묻고 때로는 서슴치 않고 대담하게 저지르면 그녀는 결국 아들을 황위에 올리고 스스로

긴 정치의 시간을 보낸다. 여후라는 공식적인 년호가 존재한다고 한다.

 

초한지를 두번째 읽게 되면서 새로이 보게 된 사실들....

 

이른바 막빈, 세객, 유세가들. 어지러운 세상에 대한 분석을 들고 자신을 쓰줄 이를 찾아 다니는 사람들.

권력을 찾아다니는 것인지 기꺼이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들 수 있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다니는 건지...

 

항우가 정말 왜 졌을까?  전투에서 이기고 전쟁에서 지고...

혼자만 용감하고 구조화 되지 못한 조직?  항우가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조직? 소하같은 승상이 없어서?

둘러갈 줄 모르는 성격?  엄청난 생매장과 적에 대한 가혹한 처리?

아마도 리더와 조직과의 엄청난 괴리 때문이 아닐까?

 

전공답게 소하 같은 한명의 승상과 국정 안정이 얼마나 위대한가?

king maker와 king은 전혀 다르다.

 

그래서 정말 어쩔 수 없는 것.

그 모든 결함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겼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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