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고생을 자초한 주흘산 산행 (20100821)

pc100 2010. 8. 23. 12:50

 

 

다른산 가느라 문경 ic를 나올때면 멀리서 저렇게 떡커니 버티고 있어서 위압감을 주는 산이 주흘산이라 했다.

몇 번은 본 듯 하다. 

평소엔 딱 봐도 내가 벌벌 떨만한 바위산으로 피해다녔을 텐데 요사이 몸 속의 간이 탈출을 했는지, 아니면 요며칠 술먹었다고

기능이 멈췄는지  내가 먼저 가자고 카페에 글을 달았다. 왜 그랬을까?  

어디라도 무섭지 않은 울레미님은 좋은 말로 '우리를 유혹하던 산'이라 하셨다.  sense 만점의 표현!

어쨌던 작은 뫼오름에서 가기로 하였는데 날은 연일 폭염이라고 기상캐스터가 아침마다 반복학습을 시키고...

토요일도 무지 뜨겁다고 예보가 나오고 슬슬 간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겁도 나기 시작하고...

그래도 이미 결정되었으니 물릴 수도 없고 이른아침부터 일어나 가방을 꾸려본다.

화요일부턴가 얼린 물도 챙기고, 배즙도 챙기고, 미숫가루도 챙기도, 도시락도 싸고.

샌들도 챙기고, 갈아입을 옷도 챙기고... 그러다 보니 또 가방이 넘치네... 배낭사야지!!

그거 하는데도 땀이 나서 옷이 도로록 말리고 잘 내려가질 않네. 에잇~

6시 수원터미널에서 출발하는 7001번을  타고 사당역으로 간다.

버스 타면 바로 수면모드로 바뀌어야 하는데 요즘 이것도 잘 안되네. 열대야라 잠도 제대로 못자는데.

사당역에 내려 토스트와 커피 두잔을 샀다. 이삭 토스트의 아주머니가 커피를 칸이 있는 봉투에 담아주길래 괜찮네~ 했더니.

이런~ 뚜껑을 제대로 안 닫아줘가지고 차에 탔더니 다 새고 있네.

이번에는 선바위역으로 둘리와 울래미 부부를 pickup하러 갑니다.

멀리서 보이는 두분의 짐도 만만치 않네요. 배낭 외에 커다란 노란 스쿨버스 백이 별도로 하나 더 있네요.

이렇게 하여 오늘의 멤버가 모두 탑승 완료하고 경부고속도로를 달립니다. 그런데 이게 뭡니까?

신갈에서 영동고속도로로 갈아타야 하는데 좌회전도 하기전부터 차들이 밀려있습니다.

그래서 평택-충주간 고속도로를 통해서 가려고 수원을 지나쳐 갑니다.

흑흑~  새벽부터 사당가느라 얼마나 부지런을 떨었는데.

평택-충주간 고속도로를 타고 가다가 중부고속도로로 갈아타고 증평ic에서 나온 뒤 국도로 이리꼬불 저리꼬불 길을 가다가

이화령을 넘어 문경새재 도립공원으로 갑니다. 맞나? 자다졸다해서...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모자쓰고 신발끈 조이는데 벌써 엉덩이에 햇살 닿는게 느껴진다!

진짜 뜨거운 날이 될거란 확신과 함께 내 발등을 내가 찍었구나 하는 강한 후회가 온몸을 감싼다.

주흘산 봉우리들이 1000m 이상인데 출발점이 200m 선인 듯 한다.

첫번 꼬깔봉이 1039니까 거의 800m 이상을 지속적으로 올라가야 한다. 이 날씨에!

그래도 왔으니 올라가야지~

준비를 마치고 문경관광호텔을 찾아서 쪼매 걸어가다 보니 오른쪽에 묵밥집, 왼쪽에 냉면집이 있다.

이여사님 왈! 냉면집 너 좀 기다려!, 나는 묵밥집을 찜하고.

오늘의 등산코스는 문경관광호텔 - 꼬깔봉 - 주봉 - 영봉 - 부봉삼거리 - 부봉 1봉,2봉,3봉,4봉,5봉,6봉 - 동화원- 조곡관 - 주흘관 - 주차장 되겠다.

청려장 산행기에서 본 코스랑 시작 지점이 다르니 종주라고 우기진 못하겠다.

 

등산코스

 

문경관광호텔 약간 지나친 곳에 '등산로폐쇄 입산금지'라고 커다랗게 플랑카드를 걸어놓았다.

그러면 안가야 하는데 그걸 표지판 삼아 올라간다. 

 

관광호텔 옆 이정표   (9:40분)

 

처음부터 땀이 무지하게 나고, 날파리떼와 모기가 섞인 것들이 계속 얼굴 주위에서 맴돌다

벌써 여기저기 가렵기 시작한다. 둘리님은 벌한테 쏘이고.

길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말 한마디 못하고 계속 헉헉 대면서 올라간다. 짧은 시간에 두 번이나 쉬면서 막걸리도 마시고 물도!

울래미님이 박지산 생각난다고..

꼬깔봉 밑에 도착했는지 옆에는 천길 낭떠러지가 나타나고 밧줄을 이용한 구간도 나타나고(11:23)

 

밧줄 구간을 지나서는 또 평탄한 구간도 지나 꼬깔봉 도착(11:38)

 

멀리서 바라볼 때 보이는 절벽쪽이 오른쪽이고 왼쪽편은 그런대로 나무도 많고 하다.

날파리를 피해 압둘라로 변신한 울래미님이 절벽위에 서 있다. 보는 것만으로 병이 도질라 한다.

 

앞으로 가야할 주봉 방향.  

 

카메라를 내밀어 찍어야 하나? 근처에 가기도 전에 다리에 신호가 온다.

꼬깔봉에서 잠시 쉬고 오른쪽으로 절벽을 끼고 날등으로 조금 진행하다가 다시 나아진(날등도 아니고 숲속으로 진행된다)

등산로를 따라 주봉으로 향한다.

 

여궁폭포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나는 지점인 듯한 곳에 산악회 리본이 많이 있는데 앞서간 여러시가 없다.

주봉 방향이라 생각되는 오른쪽으로 방향을 잡고 여러시를 불러도 대답도 없다.

뒤쪽의 둘리 내외도 안 보이고.

조금 더 가니 저 앞에서 여러시 소리가 난다. 또 절벽 위에 서 있다.

하여튼!

 

꼬깔봉이 저 뒤에 보인다. (12:30)

 

주봉으로 오르는 길은 한창 계단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부들 쉼터용 천막을 보고 아이스케키 사먹을 꿈에 부풀었었다.

이 길에서는 사람들도 만나고.

주흘산 주봉에 도착하였다.

 

주봉 (12:40)

 

기념사진 찍고 정상석 뒤쪽의 그늘에서 점심을 먹었다.

더운 날이라 라면은 생략하고 김치찌개도 데우지 않고.

그래서 남은 물 1.5리터를 아주 잘 먹게 되었다.

점심 먹고 내려서려는데 일단의 사람들이 올라오면서 힘들어한다. 

거짓말 아니라고 스무발짝만 가면 된다고 말해주었다.

주봉에서 영봉 가는 길은 비교적 길도 좋고 숲 속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햇살로부터는 안전했다.

 

카메라를 향해 돌진하면서 찍힌 사진!

 

그렇지만 무슨 산이 바람이 정말 어쩌다가 잠깐 스치는 것 밖에 없다.

이 정도 높이의 산이면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주거나,

그도 아니면 바람골에서만이라도 시원한 바람을 맞을 수 있는데.

이도저도 아니다. 바람만 있었으면 200점은 되는 날씨인데...

1106m 주흘산 영봉에 도착하였다.

 

주흘산 정상 (13:50)

 

영봉 정상에는 잘라냈는지 나무가 없어 너무 뜨겁다.

땀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손수건을 이마에 두르고 그 위에 모자를 얹으니 큰얼굴 더 커보인다. 

챙을 쫌 내려서 가려봐?  했다가 구박만 받았다.

양사방의 산들이 다 보이는데 어디가 어딘지를 모르는게 문제다.

바로 옆에 나란히 가는 산이 분명 조령산이지만 정확하게 잘 모른다 하네.

월악산 영봉도 멀리 보이고 옆에 엄청난 바위덩어리로 보이는 산은 포암산인가?

대야산에서도 같은 위치에 비슷한 산이 보였는데?  

이런거 잘 아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야?

 

영봉에서 하늘재가는 삼거리까지는 내려가는 길이다.

 

하늘재가는 삼거리이다. (14:34) 

하늘재 가는 길!

계단을 잘 정비해 놓았네요.

우리는 부봉을 향해서 갑니다.

부봉삼거리 가는 길이 예전에 꽤 험했나 보다!

지금은 사다리와 철재로 된 넓은 다리가 설치되어 있어서 여러시가 몹시 안타까워했다.

우하하하하... 룰루랄라!

 

가끔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들이 있다. 백두대간을 하는 사람들인가?

부봉 삼거리에 도착하였다. (15:03)

 

잠시 반대편에서 오던 사람들과 한두마디 건네고...

부봉1봉 올라가는 길은 밧줄타고 올라가서 또 밧줄 타고 올라가서 또 밧줄타고 올라간다.

 

징징자매 등장이요~

 

부봉 1봉 단체 사진(15:14)

 

다행히 먼저 와 있던 사람들에게 부탁을 하였다.

찍어주던 사람이 잘 안나와도 모른다 하길래 내가 '인터넷 산행기 다 뒤집니다' 했더니 '한장 더 찍겠습니다~' 이래서 웃었다.

잠시 또 쉬고...

이봉은 어딘지도 모르고 지나가고...

3봉을 올라가려니 이런 각도로 올라가야 하고, 은영이 살려~~ (15:45)

 안되면 네발로!

 

밀까봐 시키는 대로 포즈도 취하고...

 

다시 4봉을 향해서... 또 이러고 올라가고

 

손 꼭 잡아주신 둘리님과 기념사진도 찍고..

 

오늘의 제일 난코스!

나무 뿌리로 된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

산행 다니면서 나무 뿌리는 되도록 안 밟으려고 노력하지만 여기는 달리 방법이 없다.

나무 뿌리를 손으로 잡고 내려가다가 밑에 가니 나무뿌리도 없다.

정말... 이런 곳에 밧줄이 필요한데 왜 없을까? 했더니.

그게 아니라 4봉에서 쫍은 바위틈으로 나오면 이길로 안와도 되는 거였네.

 

드디어 바람을 만났다.

너무도 반가워서 넷이 편한 자세로 각자 바람맞이..  

 

다시 밧줄타고 영차영차...

사자바위 배경으로 한장 (16:35)

 

힘들게 올라갔으니 힘들게 내려와야지

 

드디어 6봉 올라가야할 싯점입니다.(16:42)

 

부봉 1봉에서 동화원이 1시간 30분이라고 이정표에 써놨더니 여기서는 1시간 10분이라네. 쫌!

6봉 가는 길은 먼저 철사다리

 

그 다음에는 밧줄 타고

 

바위를 돌아 밧줄 잡고

다시 왼쪽으로 밧줄 잡고 쭉 가면 6봉 정상에 도착합니다.

 

부봉 6봉 (16:51) 

 

저 멀리 우리가 걸어온 주흘산 능선을 배경으로도 한장!

 

잠시 뒤로 내려가서 2관문으로 갈 것인가 동화원으로 갈 것인가 얘기 끝에 예정대로 동화원 방향으로.

어, 그런데 방향이 반대다. 왼쪽으로 꺾어야 하는데 오른쪽으로 내빼네. 뭐야...

 

가다가 4봉과 5봉을 배경으로 한장 찍고! 

 

끝난 줄 알았더니 또 이러고

 

동화원으로 방향을 잡는 삼거리에서 잠시 바람에 지친 몸을 말리고...

이제는 흙길에 조릿대길이다. 어디선가 확성기 소리도 계속 들린다.

조금 내려가니 얕은 물이 흘러간는 곳에서 여러시가 쉬고 있다.

잠시 세수하고 수건들 적시니 한결 낫다.

조금 더 내려가니 완연히 계곡물이 흘러간다.

여러시, 둘리에 이어 풍덩!

 

벌써 계곡물이 차다!  그래도 너무 좋다.  무릎도 식히고 얼굴도 식히고.

수건으로 물기 좀 닦아내고 다시 출발한다.

동화원 50m 밑에 도착하였다. 원이라는 건 공용 숙소란다. 공식 출장자들을 위한.

동화원에는 휴게소가 영업 중이다.

 

동화원 (17:54)

 

이제부터의 길은 바닥은 마사토로 되어 있고 양쪽 옆으로는 계곡과 인공 수로가 흐르는 맨발로 걷는 길이다.

좌우로 교대로 나오는 물길... 의외로 잘 다듬어져 있고 물살도 엄청 빠르다.

 

중간에 이진터도 있고 귀틀집도 있고 새재우의 전설이 있는 바위굴도 있다.

 

 

조금 더 내려가니 아까 6봉 오르기 전에 내려갔으면 나오는 길도 나오고

 

너무너무 맑은 조곡 약수도 나오고

 

제2관문인 조곡관도 지나가고 

 

인공폭포도 지나고

 

용추폭포도 지나고

 

경상감사의 이취임식이 열렸다는 교귀정도 지나고

 

주막집도 지나고 또다른 원인 조령원 터도 지나고

왕건세트장을  지날 때는 무수리 머리를 예쁘게 하고 핫팬츠 입은 언니도 보고

1관문인 주흘관도 지난다.

이제 배도 고프고 발목도 아프고...

엄마 모시고 와야지 하는 생각도 슬슬 없어지고.

힘들다~~ 이런 생각만 든다.

박물관 앞에서는 생뚱맞게 밸리댄스 공연이... 

 

그 앞에서는 전통차와 떡도 주어서 맛있게 먹고 마시고..

드디어~~ 묵밥집에 도착하여 정식을 주문하고 여러시는 차 가지러 가고. (19:30)

음식이 모~~두 맛있는 소문난 식당에서 반찬을 세번이나 더 시켜가며 식사를 하였다.

그런데 묵밥이 국물이 있는 묵밥이 아니라 묵비빕밥이다.  메인이 제일 인기가 없었다.

동동주를 한동이 시켰는데 독하다 싶은데 여러시 자기도 안먹으면서 한동이 더 시킨다.

둘리님 손 들고 울래미님과 다 마셨더니 완전히 취했다.

목소리 커지고 횡설수설하는게 느껴진다. 요즘 술과 정말 안 친하네.

무려 10시간을 주흘산 일대 산행하고 구경하고 내려왔더니 몸이 힘드네.
내가 오자 했으니 누굴 원망할 순 없고, 고깔봉 오를 때 누굴 밀건가 고민한 둘리님이 안 밀어서 고맙고.

주흘산 위를 걸어 다니느라 혜국사도 못보고 여궁폭포도 못보고 박물관 내용도 못보고 아쉬운게 많다.

산 아래는 나중에 가족들과 와서 찬찬히 걸으면서 볼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