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종잡을 수 없는 날씨가 계속 되는 계곡 트레킹을 한다고 회사산악회에서 정했다.
날씨가 어떤가 하면, 갑자기 하늘이 시커메지면서 퍼붓듯이 비가 와서 사람 당황시키고,
조금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햇살이 뜨겁게 내리쬔다. 아! 더워 소리가 절도 나올 정도로.
그러다가 또 비가 몰려오고 햇살이 나고... 종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우산은 필수 지참물이라는데 우산 안가져다니다가 출근길에 물벼락도 맞아보고...
우리가 갈 인제에도 계속 이런 식으로 비가 온다고 여러시가 걱정이 많은지 총무한테 말해보라고 한다.
총무도 걱정이 많다고 하면서 식당에 물어본다 하더니 꿩 구어먹은 소식이다.
산악회 회장은 안되면 가서 놀다오면 된다는 느긋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정작 자신은 가지도 않을 거라고 계속 놀리면서 이것저것 걱정하는 여러시와 갈거면서 태평한 회장...
잘 조합하면 좋을텐데...
우리가 가고자 하는 아침가리골은 최근에 엄청난 각광을 받고 있다.
작년에 여러번 방송을 탄 모양이다. 많은 영리 산악회에서도 모객을 하고 있다.
이러다 금새 망가지는거 아녀? 하면서 잘 모르면서도 막연한 걱정이 드는 걸 보면
나도 엄청 걱정이 많은 타입인가보다. 히히히.
산행 가는 날, 새벽에 또 비가 퍼부은 관계로 무단으로 안나타난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버스는 두 대나 빌렸는데 한대 인원도 안 왔다고 한다. 다들 자신의 약속을 잘 지켰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첫차를 타고 헐레벌떡 왔건만 출발은 자꾸 늦어진다.
7시 20분이 넘어서 출발한 차가 시내를 빠져나가 인제를 향해 간다.
동홍천 IC를 나온 차가 어째 이상하게 가는 거 같다라고 느끼면서 보니 내설악 아파트도 등장하고.
거기서 우측으로 틀어서 내린천 줄기를 타고 계속 현리 방향으로 달려간다.
덕분에 내린천 레프팅하는 명소도 죽~~ 지나가고...
물이 많고 유속도 빨라서 보트에 가만히 타고 있어도 저절로 내려가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건 상수원 보호구역 상류에서 레프팅을 하고 있었다. 이게 맞는 건가?
이번에는 방태산 자연휴양림 방향으로 틀어서 달리다가 어제 횡성에서 부서 행사를 가진 총무를 태우고.
10시 30분이 넘어서 방동약수가 있는 동네에 도착하였다.
우리 일행 버스 두 대와 신용보증기금 버스 두 대가 동시에 도착하는 바람에 와글와글하다.
으잉~~ 여러시가 있네. 워찌 된겨? 열심히 약올리더니.
그 밖에 삼룡 부장님도 등장하고. 베트남 갔던 고차장도 등장하고.
둘리님 앙증맞은 배낭에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하고. 다리까지는 보여줄만 하다고 하신다.
각자 간식도 챙기고 짐도 갈무리 해서 출발한다. (10:30)
오른쪽으로 계곡 물이 내려오는데 시원한 느낌이 확 와 닿는다.
처음에 도착하는 곳은 방동약수터이다. 철분과 탄산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줄이 너무 길다.
안 마시고 통과했더니 나중에 삼룡 부장님이 주셔서 먹어봤다.
조미료 듬뿍 들어간 쇳물 맛이다.
처음에 약수터에서 모여서 대오를 정리할 예정이었지만 신용보증기금과 뒤섞여 안될것 같은지
선두가 벌써 저만큼 가고 있다.
약수터를 지나 작은 계곡물을 지나는데 벌써 지체다. 처음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물에 안 빠지려고..
아침가리계곡이 시작되는 마을까지는 약 1시간 가량을 걸어가야 한다.
이 오지의 산길을 많은 사람들이 걸어간다. 이런 저런 이야기하면서.
앗! 사진 찍힌다. 고개 숙이자. (11:22 )
조금 더 지나니 제일 높은 곳에 도착했다. (11:26)
그래도 한 400m 쯤 올라오는 거라네요.
조금 쉬면서 막걸리도 조금 마시고 뒷사람들 기다렸다.
여기까지 차들이 올라온다. 다른 산행을 하는 사람들인지..
이 길에 일반 승용차로 올라오려는 사람들은 내려오는 사람들이 많아 하염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다들 다음달에 차 바꾸려는 사람이라고 한다. 노면 상태가 그랜저가 다니기에는 안 좋아보였다.
산악자전거를 싣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고,
조금 있으니 우리랑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로 보이는데 트럭을 타고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한 시간 정도의 거리를 걷는 걸 포기하고 계곡만 걷겠다는 것 같다.
뭐 사람들은 다양하니까 하고 넘기기에는 좀 도가 지나친 듯 한다.
조경동에 도착하였다. 조경동교에서 기념사진 촬영하고 (12:18)
간식 챙겨 먹고 단체 사진도 찍고
출발을 기념하여 다리 밑에 사진 찍으러 들어갔는데 읔! 물이 너무 차다.(12:50)
그리고 정말 맑다! 여태껏 설악산이나 다른 산에서 본 물과는 다르다.
원래 아무것도 섞이지 않은 맑음 정도가 아니라 투명하다고 할까? 느낌이 전혀 다르다.
아마도 최근에 계속 내린 비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주흘산의 조곡 약수에서의 느낌이 난다. 이 넓은 계곡물이!
처음에는 사람들이 젖지 않으려고 무던히 애를 쓴다.
불가피할 경우에는 최소한만 빠지려고 까치발도 하고...
그 반대인 사람도 물론 있다.
시작하자 마자 깊은데도 들어가보고 풍덩 일부러 빠지는 여러시와 메아리!
혼자 하면 좋은데 안한다고 뭐라 하니 난감하다.
회사사람들 앞에서 이 잘난 몸매 보일 일이 있나!
처음에는 남하는거 구경!
0042
계곡이다 보니 빠르게 물이 흘러가는 곳도 있고 백담사 앞처럼 잔잔한 곳도 있고.
왼쪽으로 건너갔다가 조금 계곡 옆으로 걷다가 다시 오른쪽으로 건너갔다가.
이리 저리 왔다갔다 하면서 진행한다.
오늘 모처럼 산행 나와서 아주 신난 메아리 부부와!
나름 어색한 두 사람과 신난 한 사람!
여러시가 장교훈련 받을 때 오른쪽 사람이 훈육관이었다고 한다. 가운데 사람은 군대 선배고.
신나게 걸어가다가 여러시의 반 협박에 속도 조절 하면서 단체사진을 찍었습니다.
뒤의 손가락 주인공 누구야!
슬슬 물장난도 등장하고
결국 수영하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합류하는 둘리님을 향해 물을 튀겨주는 sense!
급류가 잘표현된 사진!
이렇게 무섭게 흘러간는 곳도 있고
일단 한번 다 젖으니 그 다음부터는 두려울게 없다. 물살만 안 세면.
끝까지 등산화 안 적시고자 이렇게 업어서 부인을 모신 팀도 있고.
카메라 모시느라 물에서 못 논 여러시를 위해 잠시 카메라를 받아들고...
누군가 계곡에 가득한 사람들이 이리 건넜다 저리 건넜다 하는 걸 보면서 하는 말!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누나 얼룩말 떼가 강을 건너는 장면 같다"가고. 딱 맞는 말.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하필이면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하였다.
여기는 물이 키 작은 사람은 거의 목까지 차고, 물살도 세고, 비는 오고.
그래도 알아서, 또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위해서 앞에서 일러주고, 스틱 내밀어주는 사람도 있고 해서
무사히 건넜다.
제일 난코스 통과!
우리팀이 안 건넌 사람이 있나 살펴보는데 삼룡 부장님이 건너왔다.
키작은 나더러 어떻게 건너왔냐고 한다. 물에 안 잠겼냐고?
웃으면서 멱살 살포시 잡았다. 이런 실례를..
여기서 훈육관분 결국 다 적셨다. 속옷 안 챙겨왔다고 큰 키와 긴 다리로 이때까지 버텼는데.
여기서 옷 몽땅 다 적셔 놓고 우산 펼쳐들고 가는 사람도 있다. 뭐 머리에 수건쓰고 가는 나도 웃기긴 하다.
이 오지에 정체가 일어난다. 길이 외길이고 폭도 한 명 통과할 정도니...
그래서 능선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이는데 여러시가 물 많을 때 다니던 길일거라고 올라가보자고 한다.
싸리버섯까지 챙겨가며 꽤 많이 올라갔다. 길이 막혀있다. 이런~~
도로 내려왔다! 아까 같이 출발했던 신용보증기금 후미와 만났다.
내가 내려 오고 있는 길에다가 나무로 바리케이트를 쳐버린다. 넘어오세요! 이런다. 참.
비도 계속 오고 산길은 계속 사람에 막히고.
그래서 이런 멋진 경치도 나오고
드디어 인간이 만든 보도 나오고
0149
마지막 냇물을 건너면서 보니 저쪽 둑에 울래미님이 나와 있다. (16:15)
시간을 지체해서 꼴찌일줄 알았더니 아직 업어서 건너던 팀이 안왔단다. 다행이다.
차 한대씩을 남녀 탈의실로 이용하여 옷을 갈아입는데 젖은 옷은 잘 안 벗어지고
마른 옷도 도로록 말리고 안 들어간다.
물이 이렇게 많은 줄 모르고 온 여성회원 한분이 난감한 상황인 듯한데 나도 내꺼밖에 없어서 도와줄 수가 없다. 사실 물에 올 때는 여자들은 정보를 잘 확인해야 하는데.
마지막 팀이 오고 식사하러 또 출발한다.
오늘도 어김없이 총무는 저 먼 곳에 식당을 예약했다.
맛은 없어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데 왜 식당은 항상 차 타고 30분을 가게 하는지. 미워라~
식당에 도착했더니 무쇠 후라이팬에 두부 4조각이 얹어 있다. 엥...
거기가 식당 아주머니 왈! "막걸리가 떨어졌는데~~"
살벌하게 나간다. 다 나간다고. 바로 "다른데 가서 빌려올게요!"란다.
음식은 맛있는데 속도는 영 굶주린 사람들을 못 따라온다.
맥주에 이어 막걸리, 두부전에 이어서 그냥 두부, 그 다음에 두부 전골이 나왔다.
열심히 먹고.
오늘은 뫼오름에서 가서 일찍 올거라고 아들한테 말하고 나왔는데 벌써 5시가 넘었는데 강원도다!
아들에게 전화했더니 "아직 강원도에요! 5시 30분까지 오신다며요?" 이런다.
에고... 토요 산행의 귀가 시간이 이제 11시를 전후하고 있으니 할말이 없다.
다 먹고 출발하니 이번에는 아침에 온 길과 다른 곳으로 간단다.
아홉살 고개를 넘어서 간다고 한다. 시집와서 첫애 낳고 그 애가 자라서 9살이 되어야 손잡고 넘을 수 있을만큼 깊고 험한 길이란다. 신랑 미우면 몸 가벼울 때 내빼면 되지! 어릴 때 업고 가면 더 나아!
이렇게 헷소리를 좀 했더니 나는 그렇게 갈 수 있을 거라고 삼룡 부장님이 말하네.
이게 욕이여? 칭찬이여?
가면서 훈육관님의 길가에 보이는 부대설명도 듣고...
어느 순간 다 잠들기도 하고...
어느 순간부터 비가 오기도 하고...
서울이 가까워 오니 차는 밀리고...
아침가리골! 정말 맑은 물이 흘러가는 청정한 계곡이다.
그곳이 지금 사람들로 정체가 생길만큼 인기가 많다.
자전거 타러 오는 사람, 등산하러 오는 사람, 계곡 즐기러 오는 사람!
그 모든 사람이 다녀가고 나서도 그렇게 맑은 물이 유지되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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