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같이 간 사람 : 여러시, 둘리, 울레미
- 날씨 : 폭우가 계속, 산에서 내려오니 소강상태
- 등산로 : 비교적 좋은 편임. 계속 되는 비에도 별로 미끄럽지 않을 정도로 잘 다져져 있었음.
밧줄에 매달리는 구간은 없고 목재 계단이 두 곳 정도 설치되어 있으며,
안전을 위해 기둥과 밧줄로 안전선을 설치해 좋은 곳이 세곳 정도 있음.
고씨동굴 내려가는 길은 급경사이므로 주의 요망!
- 경로 : 북벽 - 느티나무 - 화장암 - 태화산 정상 - 계속 직진하다가 아무것도 안보이는 전망대 세곳을 지나
고씨동굴로 하산.
- 등산 지도 :
전날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김윤희의 연주에 완전히 놀라고 집에 왔더니 여러시 문자를 보냈다. 전화달라고.
아! 비가 너무 많이 오니 취소할려나? 아님 최소한 의견을 모으려고? 하고 문자를 넣었더니 웬걸!
"내일 어디서 탈거에요?"이런다. 내가 아직 뭘 모르나봐?
100명산을 하고 있는 철소장님과 5인이 산행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겁나게 내리는 비로 인해
소장님은 다음 기회에 하고 4명이 나섰다.
아침에 일어나 밥하고 도시락 싸고 주섬주섬 챙기니 남편이 일어나 왔다갔다 한다.
뭐라 한마디 하고 싶은 눈치인거 같은데 참고 있는 듯 하다. 안그랬으면 아침부터...
배낭메고 우산쓰고 나서니 내가 봐도 영 이상해뵌다.
그래도 나서는거 보면 이제 토요일 등산이 일상이 되었나 보다 확실히.
잠깐 조는 사이 상미마을을 지나쳐 다시 돌아왔다. ㅋㅋㅋ
시침 뚝따고 다시 돌아와 조금 기다리니 여러시가 나타난다.
다들 서로 제정신이 아니라고 살짝 위로를 해주고 지난 주의 풍성한 음식과 힘들었던 산행에 대해서 얘기도 하고.
지리산 종주 얘기도 잠깐 하고.
비는 계속해서 퍼붓고 도로 옆의 하천은 황톳물이 엄청난 기세로 흘러간다.
경부 신갈에서 내렸다가 양지에서 영동을 탔다가 중부내륙 감곡에서 내려서 38번 도로를 타고 제천을 거쳐
영월을 찾아간다.
영월에 당도하니 동강의 물은 양쪽 가에만 황톳물이고 가운데는 맑았지만 수량이 상당히 많다.
최근 계속 내린 비로 그리 된 듯 하다.
여러시가 오늘 오지 않은 날고랑 통화를 하더니 산행 시작지점을 반대로 바꾼다.
북벽에서 시작해서 고씨동굴로 내려온단다.
비는 계속 오는 가운데 물안개가 가득하고 산에는 구름이 올라가고 경치는 멋있다.
특히, 각동교를 지나면서 바라본 고씨동굴교 방향은 정말 멋있었다.
나중에 다시 가면서 보니 그 다리 앞에는 비올 때만 물이 내릴 듯한 폭포도 멋있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지만 비는 계속 퍼붓고 강물도 무섭게 흘러가고...
그래도 네 사람 모두 안간다는 생각을 안하니 심하게 걱정된다.
북벽 근처의 래프팅장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산행 채비를 한다.
산행채비를 마친 모습!
여러시의 모습이 하도 가관이라 찍었는데 나머지 셋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조합해보았다.
반바지에 비닐봉투로 각반을 하고 카메라 보호용 방수 쟈켓에 우산까지 쓴 여러시.
우비 입으면 완전 연쇄살인범 모양이 되는 은영이와
핑크와 청색의 콤비 우의를 걸친 둘리와 울레미...
이러고 산행에 나섰다.
남한강에 멋지게 자리잡은 북벽은 구경도 못하고...
우비 위에 떨어지는 비의 울림이 느껴질 정도로 비가 쏟아진다.
길의 중간으로 물이 콸콸 흘러내려온다. 시멘트로 된 도로에도 좁은 산길에도.
등산로 입구에는 조류인플루엔자 가진 사람 들어오지 말라는 표지판에다가 밑에는 살균을 위한 방호막도 설치된
양계장 입구를 지나 오른쪽으로 산길을 잡았다.
산길을 조금 갔더니 이정표가 될만한 느티나무가 나왔다.
느티나무(10:53)
수령이 꽤나 오래돼보이는데 가운데 엄청 깊은 홈이 있었다.
길은 경사가 급하지도 않고 갈지자로 왔다갔다 하면서 올라가는데 밑에 멋있게 펼쳐질 남한강과 북벽은
쏟아지는 빗속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우산까지 쓰고도 나무속을 잘 걸어가는 여러시가 앞에서 길은 잡고 열심히 걸어간다.
이정표에는 화장암까지 1시간 30분, 화장암에서 정상까지 또 1시간 30분이라고 한다
세시간이네. 음..... 이 빗속에 딴짓을 안하니 더 빨리 가려나?
능선에서 이정표를 확인한 후 열심히 걷다보니 굉장한 물소리가 들려온다.
깊은 계곡이 옆에 있나 하고 봤더니 조그만 도랑에 물이 많이 흐르고 있다.
곧 화장암에 도착한다.
화장암은 일주문도 없고 사천왕도 없고 이름표도 없는 암자이다. 대웅전 한채와 이런저런 건물이 두채 있고
주변에 밭도 많고 연못도 있고. 들어오지 마시요 표시도 많았다.
화장암 대웅전 (11:35)
화장암 연못
화장암이 큰줄알고 화장실도 이용하고 간단히 먹을 것도 먹으려 했건만 화장실도 없고 비피할 곳도 없고.
다시 등산로를 따라 한참을 가다가 잠시 멈춰서 막걸리를 마신다.
이번에도 인천에서 산 막걸리가 약간 이상하다는 여러시의 의견에 막걸리 사러 두번이나 외출한
이여사님 어쩔 줄 몰라 하신다.
누군가 설치해 놓은 팻말이 판독이 안되자 산행기에서 읽은 정상 10분인 줄 알았더니 아니었다.
정상 10분 팻말을 만나자마자 바로 내려가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이정표
정상은 이 곳이 충북 단양과 강원 영월과의 경계라 양쪽에서 삼각점을 가운데 두고 각각 정상석을 세워놓았다.
요렇게. (12:55)
나는 양다리를 걸치고서 한장!
뭐라 하는 사람도 있다지만 나는야 좋네. 여기가 도 경계라는 뜻도 되니깐.
정상에 와도 보이는건 없고 비는 퍼부어서 우산 쓰고 사진 찍어야 하고, 밥먹을 데도 없고.
또 다시 길을 나선다. 점심 먹을 만한 위치가 있나.... 비라도 조금 그쳐 주기를 바라면서...
어느것도 마땅치 않았다.
결국 나무가지를 잡아당겨 묶고 그 위에 우의를 걸치고 우산 세개를 얹은 희한한 가림막을 만들고
그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백운산과 운달산 꼴이 되었다. 그래도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먹는게 어디여!라고
위로하면서 이여사님이 맛나게 만들어온 김치찌개를 먹고 라면까지 두개 넣어서 다 먹었다.
따뜻한 거 먹는데 왜 추울까?
달달달 떨어서 또 구박도 먹고. ㅜㅜ
비가 너무 많이 오니 남한강을 따라서 멋진 조망을 보면서 산행할 수 있는 태화산만의 매력은
눈씻고 찾아보려고 해도 안되고 안경쓴 세분은 안경이 불편한거 같기도 하고.
나중에 보니 빗물인지 눈물인지 들어가서 여러시 눈이 빨갰다.
그나마 길이 좋아서 천만다행이었다. 질컥질컥한 부분도 있었지만 내리는 비의 양에 비하면 등상로 상태가
정말 좋은 편이었다.
전망대라고 표시되어 있는 곳에 도착했지만 전망은 없고 강물 소리는 들리는 듯 하고.
언제 찍었는지 이런 사진도 여러시가 찍고.
전망대(2:44)
잠시 소강살태와 평지가 만났을 때 이런 사진도 찍히고.
태화산성터를 거쳐서 고씨동굴로 가려 하였으나 날씨가 심히 안 좋은 관계로 무조건 고씨동굴을 향해서 직진!
걷는 길의 오른쪽은 절벽이고 그 아래는 남한강인 듯 한데 안 보이니 모르겠고.
심심하던 차에 싸리버섯 발견할 때마다 따고 조그만 주황색 버섯도 따고.. 그 재미로 슉슉 진행!
고씨굴을 향해 우회전(3:25).
앞 방향에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 보았는데 잠심 마을이 보이기도 했지만 ...
이제부터는 길이 급경사로 내려간다.
북벽이 약 300m였고 태화산이 1027m이니 고씨동굴도 별다르지 않을 듯 하니 꽤나 내려가야 할 듯.
2.8km면 내려가는 길로 짧은 건 아니네.
역시나 버섯 구경이나 슬슬 하면서 빠르게빠르게 진행한다.
중간에 바위 구간이 잠시 있는데 여기는 나무 기둥에 튼튼하게 밧줄을 쳐놔서 잡고 내려갈 수가 있다.
드디어 고씨동굴 위에 도착하였다.
그 사이 카메라 렌즈에 습기찼다고 걱정이 이만저만 아닌 여러시가 어쨌던 하고 찍은 사진.
고씨동굴 전망대 (4:38)
고씨동굴교 밑을 지나는 남한강 물의 색이 완전히 바뀌었다.
이 전망대에서 고씨 동굴 내려가는 길은 상당한 주의를 요하는 급경사이다.
고씨 동굴에 도착하여보니 동굴 천정의 낙수로 오늘 11시부터 관람이 금지되었단다.
옳다쿠나! 난 동굴도 싫은데.
세면대에서 이런 저런 정리를 하고
고씨 동굴 입구(4:50)
고씨동굴교.
각동교를 배경으로.
흘러내리는 폭포가 아닌 구멍에서 팍 쏟아지는 폭포.
고씨 동굴 물이 아닌가...
고씨동굴 주차장에서 날고를 기다려 차를 타고 다시 북벽으로.
제천에서 일하다 말고 일부러 와준 날고에게 너무 감사.
난 같이 서울 가는 줄 알았는데 밥도 안 먹고 도로 일하러 갔다. 미안해라.
북벽교
북벽
다시 북벽에 도착하니 다들 물에 빠졌다가 건진 사람들이다.
여자들은 차안에서 남자들은 밖에서 옷 갈아입고 출발!
그런데 네비게이션이 522번 지방도를 요리조리 가라고 한다.
참 산골을 열심히 돌도 돌아서 38번 국도를 타고 박달재 부근에서 묵밥으로 배을 채우고
(정말 양이 많았다. 묵도 밥도 술도)
무사히 집에 도착!
운전하느라 고생한 여러시, 멀리까지 와준 날고 덕분에 무~~사히 집에 도착!
험한 날씨에 다녀왔다는 안도감에 갑자기 피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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