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 만에 여부장님 일행이랑 산행을 가기로 했다. 항상 집결지가 문제인데 양재는 도착시간이 예측이 되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죽전은 시간은 좀 덜 걸리는데 시간 예측이 안된다는 단점이 있다. Euro 2008 터키-크로아티아전을 보면서 바쁘게 밥하고
준비물 챙기고, 아들 깨우고 하다 보니 아슬아슬하게 집을 나섰다. 아니나 다를까 15분이나 지각이다. 버스에서 내려 신나게
달음박질 해서 차를 탔다. 지도를 나눠 주는데 밑에 이 지도가 아니었다. 산행기를 보고 들머리를 찾아보아도 보이질 않는다.
밑에 지도를 보니 알겠네. 영동을 타고 중부내륙을 타고 괴산에서 내려서 갈론마을을 찾아간다. 오후부터 온다던 비가 벌써 내린다.
운전하던 여부장이 투덜투덜댄다. 왜 벌써 오냐고..... 갈론마을에 도착하니 어라~ 금지구역이네.
이건 산행지도! 꼬박 10시간!
들머리부터 계곡은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이렇게 맑다! 라는 느낌은 처음으로 느껴볼 정도로 깨끗한 계곡이다.
옆에 온 팀이 먼저 가더니 오른쪽으로 꺾어서 간다. 우리는 강선대까지 가서 지도를 다시 살펴보니 아니라서 아까 온 팀이 가던 곳으로
다시 간다. 그새 그 팀은 우리를 쫓아왔다. 우리가 그들이 가던 길을 찾아가니 그 팀도 또 따라온다. 두 팀다 상호간 전혀 도움이 안된다.
이곳이 강선대... 다들 한자를 못 읽어서 헤맸음..
여기서 다시 뒤로 100m 쯤 돌아가 오른쪽 길을 올라간다. 여전히 길에는 이정표가 없다. 계곡길을 계속 따라 올라간다.
아까 그 팀이 뒤에 따라온다. 드디어 계곡에 붙어 있는 헝겊 표지판을 확인하고 계곡을 건너 산을 오른다. 능선이 바로 앞에 보이는데
능선은 나오지 않고 산속으로 산속으로 들어가는 느낌이다. 계속해서 출현하는 돌이랑 구분이 안되는 두꺼비들 때문에 깜짝깜짝 놀란다.
생명을 다치게 하지 말아야 하는데. 비맞은 오디도 따 먹어 가면서 오르고 또 오르니 옥녀봉 이정표가 나타난다.
옥녀봉 10분, 남군자산 80분이란다. 엉터리 이정표!
옥녀봉의 정상석!
정상에서 기념촬영을 했는데 다름 사람 사진기라 아직 입수가 안되었네. 사진찍고 목축이고 있는데 아까 그팀 등장!
마시던 술을 탐낸다! 손에 든 사람이 모르는 척한다. 나도 안면 몰수!
옥녀봉 정상에서... 몰골이 영....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남군자산으로 향한다.
내가 이름 붙이길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라고.... 바위를 비집고 자라는 나무 뿌리위에 자리를 튼 철쭉나무!
전망대 바위(?)인지 모를 곳에서 경숙 여사랑!
아까 80분이었는데 1시간도 더 왔는데 50분이란다. 다들 틀린 이정표에 화가 났는지 이곳 삼거리 이정표는 모두 바닥에 쓰러져 있어서 세워주고 있다.
남군자산 정상에 오르기 직전에 점심바위(?)라고 명명한 커다란 바위 밑에 오그리고 앉아 점심을 먹었다. 대충 비도 그쳐 가고
우의를 나무가지에 걸어놓고 점심을 먹었더니 먹는 내내 춤을 추어댄다.
남군자산 정상에서 ! 지도에는 827m라고 되어 있었는데 872m다. 그새 많이 컸나?
남군자산에서 군자산까지는 외길로 3시간 이상을 꾸준히 걷는다. 산이 넓지 않으니 상당히 급하게 경사가 움직인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내려가는 길이 계속 나온다. 산이름이 바뀌려니 몇백미터는 내려갔다가 도로 올라가야 한다. 에고고고!
박부장 왈, '이런 데는 반쯤 정신 나간 사람들이 온다고! 2년간 벼르다 온 코스라고'
능선을 타고 걷기 때문에 바람이 장난 아니게 분다. 날씨 투덜대는 여부장이 날씨 죽인다로 바뀌었다.
몰골이 이상하다. 산발을 하고 신발에는 물이 들어와서 질커덕 거리고...
도마재 삼거리 이정표! 여기서부터 다시 정비된 등산로.
그만내려가라고 아무리 외쳐도 내쳐 내려가서 이 이정표를 만났다. 다시 올라가야 한다는 얘기!
이번에는 가파르게 올라간다. 바위도 꽤 나온다. 다리가 힘이 드는지 이리 저리 부딪힌다.
와서 보니 여기 저기 멍이 들었다.
자진해서 찍어 달라고 한 사진. ㅎㅎㅎ... 가까이 찍었으면 얼굴이 홍당무인게 들켰을텐데.
드디어 군자산 도착! 예정보다 많이 늦어지고 있다.
여기선 홍당무인게 다 들통났군! 발이 너무 불어서 신발을 벗고 정상주를 마셔본다. 내가 가져온 알로에술이 너무 세다!
다시 되돌아 내려와 비학산으로 향한다. 1시간이면 간다 카더니 또 끝없이 가파르게 내려간다. 우와! 다 내려가는 분위기다.
이러면 안되는데...
다시 올라간다. 이번에는 바위를 기어서 올라간다. 원형 코스라 바위 위에서 보니 우리가 헤메면서 올라간 반대편이 훤히 보인다.
경치 정말 좋다!
아무런 표식도 없는 비학산 정상에서!
이제는 내려가야 한다. 비학산 능선을 외길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길이 넓지는 않지만 비교적 잘 나 있다.
역시 내려갈 때는 전문가들이 빠르다. 따라가기가 힘들다. 후미 오면 선두 출발하는 선대 행군 꼴이다.
여자 둘 도착하면 남자둘 일어나서 내려간다.
높은 산에서의 청량함이 점점 없어지고 다리만 힘들어지는 하산길이 제일 싫은 시기이다.
드디어 다 내려왔다. 맑은 물에 세수하고 걸어간다.
다시 강선대다!
도저히 발을 참을 수 없어 신발 벗고 양말 벗고 물에 발을 담그고 있는데 어디선가 계속 동력기기 돌아가는 소리가 나더니
경운기가 등장! 태워주세요! 해서 경운기에 올라탔다. 뻔치가 늘다 못해 이젠 완전 수준급!
날개부분에 앉았더니 앉아서는 못갈걸요! 이런다.
일어서서 손잡이를 잡고 차가 있는 곳까지 왔다.
올라갈때 감자산다고 했던 할머니가 아직 안들어가고 계신다. 감자 10kg를 샀다.
광인이가 감자전 먹고 싶다고 했던 말이 생각나서....
나중에 생각하니 미친 짓이다. 결국 죽전에서 감자 상자 이고 버스정류장까지 갔다.
할머니네 들어가서 세수하고 양치하고 옷갈아입고 하고 나니
여부장이랑 박부장이 내려온다. 다들 옷갈아입고 감자사고 ..
서울을 향해 출발하는데 점심도 부실한 터라 올갱이해장국 먹고 가자고 의견일치!
찾으니 또 없다.
면소재지까지 나와서 운전할 여부장 빼고 소주랑 맥주를 곁들여서 올갱이해장국과 붕어찜을 맛나게 먹었다.
다행히 너무 늦어 고속도로도 막히질 않고 죽전까지 고속 질주하는 차안에서 졸면서 왔다.
늘 생각하는 거지만 여부장팀 따라나설땐 각오를 단단히 하고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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