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혼자만의 여행을 잡은 날짜가 아들의 캠프 기간과 정확히 일치하는 관계로 두가지 원칙을 정하고 나섰다.
첫째, 일하지 않는다. 그래서 운전도 안하고 대중교통으로. 밥도 사먹는다.
둘째, 걱정하지 않는다.
아들과 집에서 같이나서 하이 화이브하고 아들은 학교로 나는 시외버스 터미널로 향한다. 2박 3일 가방이라 배낭이 묵직한데
속초행 시외버스는 2층에서 표를 판단다. 올라갔더니 차는 1층에서 타란다. 나쁜 시스템이야.
버스에 달랑 세명이 탔다. 걱정안하기로 했지만 버스회사한테 좀 미안해진다.
버스는 홍천에서 15분을 쉬고 속초를 향해 달린다. 인재를 지나다보니 아들이 묵을 미리내 수련원 표지판도 보인다.
하지만 강물이 너무 적다. 아들 레프팅 한다고 했는데 또 걱정이 되려고 한다.
아니나 다를까 집에 와서 보니 아들놈 절둑대면서 왔다. 그 덕분에 야간산행도 빠졌다고 한다.
속초에 도착해서 전에 왔을 때 맛있게 먹은 터미널 맞은편 터미널 식당에 들어간다. 낯익은 아주머니는 없고
웬 사납게 생긴(?) 젊은 아주머니가 있다. 전에 먹었던 찜 요리는 혼자라 안되고 김찌찌개를 시켰다.
역시나 푸짐하게 나오는 반찬들... 한 쟁반이 모자라다. 그래서 결국은 밥과 찌개는 거의 남기고 반찬만 냠냠.
식당 아주머니한테 설악파인콘도 가려면 몇번 버스 타냐고 물어봤더니 질문도 끝나기 전에 7번이라 해서
한참을 뙤약볕에 서있다 버스에 타면서 설악파인콘도 가냐고 했더니 기사가 아예 돈을 내줄 태세다. 안간단다!
역시 느낌답게 서비스 제로의 아줌씨여...
차에 계시는 두분 어르신의 도움으로 소방서 앞에서 차를 내려 3번을 갈아탔다.
수도권의 교통카드에 익숙한 내가 조금 당황하게 된다. 한번 탈때마다 천냥씩 내야 하니
값이 문제가 아니라 천원짜리를 잘 만들어 가지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 조금 부담이 된다.
콘도 앞에 내리니 곰치국을 하는 집이 세집이나 생겼다. 방송에 몇번 나오니 이제 대중적인 메뉴가 되었나 보다.
전에 엄마랑 언니네랑 먹은 곰치국과 멸치젓을 싸먹는 다시만 생각이 났다.
콘도 앞의 곰치국 집 간판.
콘도에 이른 check-in을 하는데 더운날 두번씩 오르내리게 한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건지 잘 돌아가지 않는 시스템 보면 화부터!
그래도 휴가로 왔으니 그냥 넘어가야지... 짐을 이것저것 빼고 덩그런 배낭을 지고 나선다.
이번에는 역으로 3번을 타고 나가서 소방서에서 내려 길을 건너 7번을 타고 설악산으로 간다. 그런데 해변도로를 타고
대포항을 거쳐 저 밑으로 한참을 간다음 하도문-중도문-상도문을 거쳐서 들어간다. 자가용을 가져왔으면 콘도에서
바로 터널 거쳐서 갔을텐데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지만...
이렇게 버스를 타고 설악산 계곡을 보니 물이 없다! 심각하다! 라는 생각이 지나갈 때마다 들었다.
평소에 관심이 없으니 있는지도 몰랐던 야영장도 넓게 조성되어 있었다.
7번 종점에서 내려 2,500원을 내고 설악산국립공원에 들어가서 탐방안내소에서 무려 천냥을 주고 지도를 샀다.
사고 나서 보니 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악산 무지 넓지만 사람들이 주로 가는 곳은 한정돼어 있는데
너무 정직한 지도라는 생각이...
2시 40분.얼음물 2병을 사서 첫날의 목적지 울산바위를 향해 간다.
강원 영동 지방만 빼고 폭염 주의보, 경보 인데 왜 빠졌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덥다.
늘 못타봐서 생각이 나던 권금성 케이블카도 널널하지만 탈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빌린 카메라 시험할 겸 권금성 사진 한장!
날씨가 뿌옇다.
신흥사는 내려오면서 들르기로 하고 계곡을 따라 올라간다. 갈수록 예전에 와봤던 기억이 난다.
아들 4-5살 때 온 가족이 몰려와서 엄마 혼자 일행과 떨어져 물도 없이 울산바위 가셨다가 내려오셔서 우리
죽인다고 서슬이 퍼렀던 날! 우리엄마 무서워...
의외로 외국인들이 많이 내려온다. 가족 단위로... 러시아어 인거 같다.
내원암에 도착했다. 여기도 신라시대 때 처음 세워진 절로 입구 왼편에 세심천이란 약수가 있었는데 지금은 말랐고
내원암 안에 약수가 있다. 스님은 출타를 했는지 절이 조용하다.
내원암 입구 전경... 3시 03분
내원암에서 좀 더 걸어간다. 이제 조금 계곡이 깊어진다.
오른쪽으로 길을 잡아 올라가니 흔들바위로 유명한 계조암이다.
여전히 의심이 많은 중생이 바위를 흔들어보고 있다. 3시 20분
수리 중인 계조암! 왜 꼭 이렇게 넓게 좋게 만들어야만 하는 걸까? 생각해 본다. 스님들이 모두 휴대폰을 들고 다니신다.
827계단만 가면 울산바위! 왕복 1시간 20분, 도전하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이런 표지판이 걸려있다. 원래 가려고 했으니 뭐...
울산바위 앞까지는 가파른 길이다. 소나무의 종류와 두께가 달라진다. 눈앞의 전경이 점점 달라진다. 헉헉, 헥헥..
울산바위 바로 앞의 소나무... 멀리 권금성인가? 몰라..... 3시 46분
울산바위 앞에 도착했다. 앞에 계단이 있다. 그 밑에 좁은 옛계단의 흔적들이 있다. 숨을 한번 몰아쉬고 계단을 올라간다.
한번에 스무개 올라가고 쉬다가 또 삼십개 올라가고 쉬다가 하는데 중무장한 내가 민망하게스리 딸랑 물병하나 들고 농구화 신은
학생이 내려온다. 우쉬~~ 한꺼번에 50개 올라간다. 아이고 숨차! 물을 꺼내서 벌컥벌컥... 평소 잘 마시지도 않는 물인데
한꺼번에 반병을 비운다. 드디어 울산바위 정상이다! 내가 얼마나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었던지... 정상에 대한 정보라고는
엄마가 하신 말씀이 전부였는데 올라가면 천지사방이 다 보이고 꽤 넓다고... 그래서 나는 적어도 작은 분지 정도는 있을 거라는
망상을 하고 있었던 거다. 사진의 바위다 전부다! 안개인지 수증기인지 모를 수분 때문에 동해도 안보인다. 허무해!
울산바위 정상사진. 4시 06분
평일에 오니 원판사진 찍어주는 사람도 없네! 동행이 없으니 사진 한장 찍을라 했더니...
이 높은 곳에서 다람쥐가 자기 영역 침범한 내 주위를 끊임없이 돌아다닌다. 피해안주고 슬그머니 내려가야지...
왼편에서는 바위타는 사람들이 열심히 오르고 있다.
울산바위에서 내려오는데 남녀 2명씩의 팀이 올라오고 있다. 앞의 여성 2명이 물병들고 달랑달랑 오는 반면에
뒤의 남자는 배낭을 앞뒤로 메고 땀을 소나기 맞은 듯이 흘리며 올라오고 있다. 보통 이러나?
모두의 관심사는 얼마나 남았냐는 것! 당연히 요기만 가면 된다고 말해줬다.
올라갈때 힘든 길이 내려올때 참 빨리 내려온다. 밑을 못 내려다보는 관계로 계단을 꽉 쥐고 내려온다.
흠뻑 젖은 면 티셔츠에 물병 하나씨만 든 사람들이 꽤 많이 올라온다. 다들 얼굴이 삶길것 같다.
계조암을 지나 상가에 가니 열두어 사람이 앉아서 술을 마시고 있다.
여럿이 왔으면 저런 재미가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계조암을 거쳐 내려와서 다시 내원암에 가서 가진 물통에 매실액을 조금씩 타서 가득 채운다.
생각으로는 얼려놨다가 내일 가져가야지 요런 기특한 생각을 하고.
이번에는 신흥사에 들렀다. 사찰이 규모가 크다. 물론 바깥에 조성한 부처님이 사찰보다 클 판이지만.
다시 7번을 타고 소방서에 가서 횡단보도를 건너 3번을 타고 콘도 근처에 도착, 저녁을 사먹는다.
다행히 정식을 1인분도 판다. 두부구이,황태구이,순두부가 나온다. 반찬이 맛있다. 하지만 양이 너무 많다.
아침 5시부터 한단다. 여전히 내일의 일정을 고민하면서 콘도에 가서 내일의 물품을 산다.
햇반 2개 사서 렌지에 돌리고 김치사고 절임3종 세트를 샀다.
등산복 샥 세탁해서 에어콘에 선풍기 동원해서 말리고 저녁 일찍부터 취침!
오늘의 일정끝 했더니 12시도 안돼서 잠이 깨서 한참 텔레비젼이랑 씨름을 하다 다시 잠든다.
'나의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의 설악산 여행 (20080709-20080711) 셋째날 (0) | 2008.07.13 |
---|---|
나의 설악산 여행 (20080709-20080711) 둘째날 (0) | 2008.07.13 |
천관산(전남 장흥)에 갔다왔다. (0) | 2008.06.30 |
군자산 종주 (20080621) (0) | 2008.06.26 |
의령을 가다! (0) | 2008.06.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