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부터 설쳐서 천불동-소청봉-봉정암-백담사를 가볼까 궁리를 하다가 뉴스에서 나오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 소식에다
동생의 걱정스런 전화를 핑계로 침대에서 밍기적밍기적 하다가 나온다. 천불동 계곡이나 둘러보자로 낙찰!
어제의 그 식당에 갔더니 왜 아침 일찍 안왔냐고 한다. 기억력 좋아!
앞의 앉은 한 팀은 아마도 기독교 계통의 사람인듯 한데 한명은 티벳 이쪽에서 오신 분인듯.
모든 음식을 포크로 떠서 한참 이리저리 검열 후에 먹는다...
아침 먹고 양치하고 3번 타려고 기다리는데 웬 차가 멈추더니 타란다. 알고보니 그 앞집 신용보증기금 연수원 과장이라는데
등산로로 안다니고 개척해 가며 다니는 고수란다. 어제 계조암 상가에서 술먹는 일행이기도 하고...
그래서 이번에는 바로 7번을 타고 설악산 소공원으로 가서 비선대를 향해 간다.
지난번 대청봉 등산왔을 때 악으로 깡으로 버티며 목적지로 향했던 비선대를 시작점으로 삼기 위해 걸어간다.
날씨가 정말 좋다... 하늘은 파랗고 양털 구름도 있고... 그래서 정~~말 덥다.
비선대에 도착하기 전에 벌써 바지가 다리에 감긴다...
경치사진 1
경치사진2
비선대에 도착했다. 소공원에서 걸어서 꽤 먼길이다. 10시 19분
날씨가 너무 좋아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금기사항인데....
비선대에서 천불동 계곡으로 방향을 잡았다. 천불동 계곡은 천개의 불상이 있는 듯한 경관이어서 그렇다는데
마음 속에 부처가 없어서 그런지 영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다만 악자 들어가는 산이 바위가 많다고 하더니
연세 많은 엄마와 어린 조카들하고 늘 소공원이나 비선대 정도에서 느꼈던 설악산과는 전혀 다른 절경이었다는 것은
단언할 수 있다.
천불동 계곡에서 좌우로 수많은 계곡으로 연결된다고 하는데 칠선골 이정표 하나 밖에 못 봤으니 이번에도
헉헉대면서 올라가기만 한건지 약간 반성이된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어 그리 어렵지 않았다. 경사도 그리 심하지 않았고.
문수담에 오니 계곡에 네분의 언니들이 앉아서 최성수의 '동행'을 부르고 있다. 그것도 악보까지 들고...
나는 그들이 부럽고 그들은 나를 멋지다고 한다. 이런 무슨 황당함!
천불동 계곡 사진들
열심히 올라가면서 띄엄띄엄 내려오는 사람들과 인사한다. 토요일의 공룡능선과는 정말 대비되는 조용함과 한적함이 느껴진다.
귀면암이 계곡을 가로 막고 있어서 드디어 계곡이 끝난 줄 알았다. 택도 없는 얘기였다. 계곡이 오른쪽으로 꺾여 있을 뿐이었다.
귀면암 사진 11시 4분
귀면암에 부착되어 있는 구조대원의 위령비! 잠시 묵념!
이번에는 계곡의 왼쪽편으로 걸어간다. 나는 이때까지 '양폭'할때 양의 양쪽을 뜻하는 兩인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 음양 할때의
양이었다. 역시 정보가 중요한건데. 그래서 오련폭포 팻말을 멀리서 오른폭포로 읽었다. ㅋㅋㅋ
여기서 아저씨 두명을 만나서 사진을 찍어주고 내사진도 찍었다.
오직 세장 존재하는 이번 여행 사진! 오련폭포 11시 40분
이 아저씨들 그 뒤로 못봤다. 희운각이 목표라 하더니 아마도 수정한 듯.
이제 양폭이 나타날 때가 되었다. 나는 계곡의 양쪽에서 폭포가 나오는 줄 알았더니 양폭/음폭 폭포가 있는데
음폭은 다른 골짜기란다. 에궁!
양폭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 12시 06분
폭포를 가로지르는 철제사다리가 있었다. 그래서 바로 윗부분도 사진 촬영 가능!
오련폭포를 지나서 조금 가니 천당폭포가 나온다. 예전에 등산로가 정비되지 않을 시절에는 일반인은 볼 수 없었던 곳이란다.
속세에서 온갖 고난을 겪다가 이곳에 오면 마치 천당에 온 듯한 느낌이 든다고 하는데 과장으로 느껴지는 건 왜일까?
천당폭포 사진! 12시 10분
이제 슬슬 가파른 길이 나온다. 한무리의 등산객이 내려온다. 나는 희운각이 얼마나 남았느냐고 묻구 그들은
양폭대피소가 얼마 남았느냐고 묻는다. 에궁. 내가 훨씬 많이 남았다. 가파른 길을!
경사가 50도는 넘는 듯한 길을 올라가자니 숨이 헉헉 막힌다. 이럴 때 혼자이면 정말 꽤가 난다.
한 20걸음 가다가 헉헉 대고 또 한 20걸음 가다가 쉬고 한다. 한번 물병을 열면 거의 반명을 마셔대니 걱정이 된다.
양폭에서 산 물도 몽땅 먹어치울 태세다. 물 없으면 밥 못먹는 스타일인데.
조금 위에 등성이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한다. 거의 다 올라왔다는 말씀!
마침 한명이 내려오길래 '이게 희운각 가는 마지막 오르막 맞죠?' 했더니 0.1 km만 가면 된단다.
야호! 했는데 산속에서의 거짓말이네. 250m나 가야되네.
드디어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 역시나 여기도 한산하다. 한팀당 하나씩 테이블 차지하고도 남는다.
잽싸게 신발벗고 양말벗고 발을 쉬게한다.
희운각 대피소! 13시 30분. 엥! 사진에 아무도 없는 걸로 나왔네.
다람쥐 천국인 희운각 대피소의 쥐! 그래도 잘 살고 있다.
나는 이때까지 다람쥐가 초식성인줄 알았다. 그런데 이 녀석이 등산객이 던져주는 햄을 앞다리에 끼고 열심히 먹길래
의아했는데 조금 있으니 잠자리도 잡아 먹는다. 그랬더니 옆에 있던 아저씨 왈, 개구리도 잡아먹는단다. 햄 먹어도
문제 없는 놈이었군. 육포 한개 던져준다.
대피소에는 라면 끓여 먹는 팀 하나, 혼자 밥해먹는 남자 하나, 이것저것 다해먹는 팀 하나, 혼자인 여자 둘 이렇게 있었다.
이것저것 다해 먹는 아저씨들한테 커피를 얻어 먹고 혼자인 여자 둘이 비선대로 내려오기로 한다.
이 여자에 대해서는 별도로 쓰보고 싶지만 들은 얘기가 하도 충격적인 이야기라 참아야 할 것 같다.
어쨌던 산에서 만난 모르는 사람한테라도 털어놓고 싶은 사랑의 상처에 대해서 희운각에서 비선대까지의 하산길 내내
들었다. 뭐 내가 보기엔 사랑에 미친 사람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사람이었다.
비선대에 산장이 있다 하길래 안 믿었더니 비선대 상가 2층에 산장이 있었다.
비선대에 도착하니 동행이 소청산장에서 만났던 남자분이 있어서 같이 막걸리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하다 늦고 말았다.
어둑어둑해질때 소공원으로 내려왔다. 버스를 기다릴까 하다가 택시도 한대 밖에 안 서있길래
택시 타고 냅다 콘도로 갔다.
마지막이 좋았으면 환상적인 하루가 되었을 텐데 전혀 연관이 없는 사람의 그런 사연도 심란하다.
내일의 일정은 해돋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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