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나의 설악산 여행 (20080709-20080711) 셋째날

pc100 2008. 7. 13. 21:51

오늘은 해돋이를 보기로 작정한 날이다.  여름이라 워낙 일찍 해가 뜰 것 같아 고민이었지만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전날 비선대에서 마신 술이 많지도 않았는데 잠깐 잠이 들었다 깨서는 밤을 꼬박 세우고 말았다.

5시에 택시를 호출하고 준비하고 내려갔더니 아무 연락도 없었는데 택시가 와 있다.

초고속으로 달려 설악해맞이공원으로 갔다.

벌써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일출 사진 9번 - 5시 18분 현재!


정말 말끔하게 해가 떠오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메라를 가지고 있으니 찍느라 마음 속에 뭐가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게 나쁜 점이다.

해가 떠오르자 마자 덥다...

슬슬 걸어서 대포항으로 가본다. 아직 콘도 가는 버스는 운행도 안할 시간이다.

설악해맞이 공원은 내물치라는 마을이 태풍에 피해를 본 뒤 조성된 공원이란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인어상!  풍랑에 실종된 사랑하는 기다리다 숨진 처녀를 기리기 위한 조각상이라고 하네요.

 

대포항에 도착했다.  대포항도 이제 깨어나기 시작한다.  일어나서 상점들을 열고 청소하느라 분주하다.

아주머니들이 출근을 하는데 키친타올 큰 포장을 하나씩 들고 출근한다. 용도가 뭘까?

대포항에서 다시 소방서로 소방서에서 콘도로 가서 다시  한숨을 푹 자고 일어나려고 했는데

엥! 8시 40분에 일어나고 말았다.  엉덩이만 닿아도 자는 사람이 웬 불면증이람!

다시 잠들것 같진 않아서 이리저리 짐을 챙긴다.  하여튼 짐 챙기는 기술이 없어서 가방이 넘치려고 한다.

올때 분명히 잘 넣어서 왔는데.

이번에는 콘도의 셔틀 버스를 타고 나가본다. 정류장도 아닌데 중앙시장에 세워달라고 해서.

내렸는데 가을동화 입간판이 있다. 아마도 갯배 타는 곳인듯...

이리 왔다 저리갔다 뺑뺑 돌아도 못 찾고 말았다. 

할 수 없이 민생고를 해결하려고 중앙시장에 가서 순대국집을 찾았다. 한참 안쪽에 있다.

순대국밥을 시켰더니 허걱! 할 정도로 양이 많다. 

깍뚜기는 거의 무우를 4등분 한 수준이고 국밥위의 양념장, 마늘, 파가 수북히 쌓여있다.

그런데 맛이 2% 부족한 듯하다. 깊은 맛이 없다. 순대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고기다.

국밥 빼고는 다 맛있다!  ㅎㅎㅎ

국밥 다 먹고 나오는데 방앗간에 미숫가루가 보인다. 얼마냐 했더니 kg에 만원이란다. 비싼거냐고 했더니

다른집에 비해 비싸단다. 9가지 곡물을 갈아 넣었다고. 솔직하게 말해줘서 믿고 샀다.

짐이 또 늘었다.  시장을 지나가니 군침이 저절도 도는 살구! 복숭아! 천도복숭아! 자두!가 쫙 깔렸다.

그래도 짐을 더 늘릴 수가 없어서 참고 지나갔다. 터미널 갈 때 사야지 하면서...

이번에는 시장에서 나가자 마자 갯배 다방이 보여서 아하! 하면서 조금 걸어가니 바로 갯배 타는 곳이 나왔다.

갯배는 일종의 바지선이다. 동력이 없이 쇠줄로 양쪽을 연결한 후 전용 갈고리 비슷한 걸로 댕기는 방식이다.

사공이 있지만 탄 사람들도 거들어야 한다.

 

갯배 사진!   요금이 왕복 400원. 사람, 자전거, 손수레 요금이 있다.

 

온통 가을통화 포스트로 도배가 된 아바이 마을에 도착했다. 해변에서 한번 놀아볼까 생각을 했는데

밤에 잠을 설치고 뜨끈한 순대국 먹고 무거운 배낭 메고 좀 걸었더니 졸음이 몰려온다.

정자가 보이길래 배낭 내려놓고 앉아본다. 의외로 바닷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온다.

누우면 딱 좋은데....... 차마 눕지는 못하고 기둥에 기대고 있으니 동네 할머니 두분이 오셔서

돗자리 깔고 누우신다. 판초우의 뭉치를 베개 하시라고 건네드렸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정자에서 바라본 바다!

 

아바이 마을의 정자!  

마지막에 어느 번죽좋은 아저씨네 가족이 동참했다. 50대 같은데 1.4 후퇴때 월남했단다.

무엇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바다 바라보면서 할머니들이랑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내가 정말 여행을 왔구나 하는 느낌이 들면서 참 편안했다.

 

이제는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짐을 다시 꾸리고 터미널로 향했다.

다시 시장을 들러서 자두를 살까? 살구를 살까? 하는데 길이 아까 길이 아닌가 보다!

원하는 상품이 없다.  그냥 터미널까지 걸어간다.

햇살이 정말 따갑다. 

터미널에 도착해 표를 사고 냉커피 한잔을 사먹었다. 인스턴트 커피를 뜨거운 물에 녹인 다음 찬물 붓고

냉장고에서 오래된 듯한 얼음을 넣어 주는데 너무 허겁지겁 마셔서 나중에는 얼음만 집어 먹었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준비를 한다. 걱정이 되는 이주임한테 문자를 보냈더니 안 좋은 소식이다.

많이 힘들어하는 것이 눈에 보이는 듯 한다.

 

돌아가는 길에는 그래도 버스에 한 15명 정도가 타는거 같다. 올때 홍천만 들렀었는데

갈 때는 인제, 홍천 기타 등등 5군데 정도나 들러서 오는거 같다.

자다말다 졸다 말다 하다 보니 우만동이다. 터미널가서 돌아나오느니 여기서 갈아타야지 하면서 내렸다.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내가 일상으로 돌아왔다는 걸 느끼게라도 하려는지

차들이 엄청난 굉음을 내면서 쌩하고 지나간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구나....

 

조금 안 좋은 감정이 생길 때 , 힘든 일이 생길 때, 누군가에게 화가 날때

꼭 이 여행을 떠올리게 될 거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