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충남공주 마곡사를 가다 (20080830)

pc100 2008. 8. 31. 20:45

 언니네가 커다란 밭에 배추를 심으러 오라고 해서 등산계획도 못잡고 내려가려고 했더니 느닷없이 놉을 사서 다 심었다고 해서

빡세의 무규칙 여행기에서 보았던 마곡사가 생각이 나서 마곡사와 태화산을 한바퀴 돌아오려고 이리저리 동생과 일정을 맞추었다.

엄마까지 흔쾌히  ok를 했는데 느닷없이 둘째언니가 엄마를 2시간 30분이나 절에 혼자 남겨놓으면 엄마 삐진다고 평지를 알아보라고

해서 언니의 추천지인 상림숲을 살펴보았더니 시간도 꽤 걸리고 여름엔 연꽃이 좋고 가을엔 단풍이 좋은데 지금 딱 어중간한

계절로 보인다.  우리 가족 특유의 무시기로 봐가면서 결정하자 하고는 의논을 접었다.

아침에 아들 밥해먹이고 동생네로 향한다. 

배추는 그 전날 배추심는 사람들 12명이 와서 3시간만에 다 심고 갔다고 한다. 그 사람들 태워오고 주고 하느라 카니발이 등장했다.

엄마한테 30분후면 도착한다고 하고 언니네 집에 들렀더니 웬걸...

형부가 관계수로를 만들고 있다...  흐르는 도랑물에서 비닐 호스로 물을 끌어드린 다음 중간중간에 구멍을 뚫어서 물이 계속 나오게

하는 무동력 물공급 시스템이다.  혼자서 못하시기 때문에 동생, 언니, 나까지 달라들어서 이리저리 거들고 나니 10시가  훌쩍

지나버렸다. 엄마한테 조금 늦는다 전화드렸드니 이번에는 엄마가 병원 순례(피부과 안과 등등)에 나서는 바람에

친정에 가서 차문 열어놓고 기다리니 10시 30분이 지나간다.  이번에는 조카가 전화가 와서 왜 형부만 남겨놓고 가냐고

아빠 삐지셨다고 하길래 그럼 우리도 출발 못했으니 오시라고 했더니 이번에는 이 부녀가 늦네...

우왕좌왕, 우여곡절끝에 70대 1명, 50대 2명, 40대 1명, 30대 2명, 1년 미만 1명 해서 무려 7명이 출발을 하게 되었다.

11시가 다 되어서 고속도로를 들어서니 차가 고물고물 느리게 움직인다.  에궁 망했다! 했더니 천만에 전용차선 조건을 다 갖추고 있네.

난폭운전의 대명사 동생에게 운전을 맡기고 전용차선으로 느긋하게 정안을 향해서 출발!

 

정안 ic에 내리니 밤의 고장답게 양사방에 밤나무가 즐비하고 중간중간 호두나무가 있고 버섯농장도 있다. 마곡사가 유명한 절이라

길이 좋을 줄 알았더니 2차선 지방도에 차량도 없이 한적하다. 계곡에는 늦더위를 식히는 사람들도 있고...

1시간 조금 지나니 마곡사에 도착했다.  입구에서 차를 주차장에 세우라고 해서 주차장으로 갔더니 나이드신 주차요원 아저씨

할머니가 두분이나 있네 그러더니 차몰고 올라가란다. 졸지에 50대 언니 할머니로 카운트 되고...

그래도 차타고 가서 신난다고 난리...

 

마곡사는 위치가 약간 특이하다고 해야 하나... 보통 정문을 들어가면 쭉 나오는 방식이 아니라 정문이 절보다 안쪽이다.

정문인 해탈문은 보통의 구조로 볼때 후문이라고 부르는 위치에 있고 여기서  산 아래 방향으로 사천왕이 있는 있는 전각,

다리를 건너가야  마곡사가 있다.  올라가는 길에서 보면 계곡 오른쪽으로 삥 둘러서 들어가서 아래쪽으로 내려가야 절이 있다.

어쨌거나 차에서 내리자 마자 소소한 것들을 파는 할머니들한테서 알이 터지도록 푹 삶긴 옥수수 두봉지 사서 열심히 쩝쩝 거리면서

경내 구경에 나섰다.  돌도 안지난 갓난쟁이가 계속 울었다 웃었다 해서 다들 어쩔 줄을 몰라한다.

 

정문인 해탈문에서 엄마 사진 한장

 

 마곡사로 들어가는 계곡에 있는 고기들... 잉어들과 작은 고기들이 사는데 물고기 밥을 비치해 놓고 있다. 밥을 뿌려주자

물고기들이  군무를 추듯이 몰려들었다. 한 동안 구경하면서 왜 물고기가 안 도망갈까? 잡아먹으면 맛있을까?? 등등 주절주절...     

 

 

 마곡사 경내의 5층 석탑, 고려시대 원나라의 라마교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상단부가 상당히 다른 걸 볼 수 있다.

 

둘째 언니가 궁금해한 상사화...  꽃과 잎이 만날 수 없는 슬픈 전설을 간직한 꽃이라고 했다. 박부장이 묘봉 갔다올때.. 꽃무릇과 다른가?

묘봉 갔을 땐  한창이었는데 마곡사에서는 거의 다진 모습들...

 

마곡사에는 김구 선생이 은거해서 수도한  작은 전각도 있었다.  

 

대충보전과 대광보전!  대광보전의 부처님의 사진 바로 앞에 모셔저 있다. 즉, 전각의 정면이 아닌 왼쪽(동쪽)에 모셔져 있다. 특이하게..

단청이 다 낡았지만 너무나 영롱한 다른 절들에 비해서 한결 품위가 있어 보이는 듯...

 

대웅전에서 내려오면 만나는 보를 겸한 돌다리... 갓난쟁이가 열심히 물에서 놀고 있다.  

 

마곡사의 은행나무!  진짜 은행이 너무 많이 열러서 가지를 받쳐놓아야만 할 정도! 지나오는 길에 본 대추나무와 함께 놀라움을 주기에 충분!

 

오늘 길에 보았던 대추나무!   길가에 가로수처럼 심어 놓았다.  마곡사 가는 길에는 길 옆에 수로가 없고 고구마 순이

도로를 침범하고 있었다.  요즘 보기 드문 부지런한 분들이 농사를 짓는 듯.

 

정안은 밤, 호두, 대추, 은행 등 견과류가 잘되는 땅인가 보다 하고 생각했다.  내건 아니지만 작물이 풍성하게 자라는 것을 보면 흐뭇..

아직 가을이 완연하진 않지만 농작물들이 잘 자라는 좋은 곳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게 한다. 

 

등산은 커녕 100m 위에 있는 영은암에도 안 가는 무거운 가족들을 뒤로 하고 내 이름과 비슷한 영은암으로 ...

영은암 앞의 거목!  이 나무 그들 시멘트 도로 위에 조경 공사하시는 분들이 낮잠을 자고 있었다. 너무 시원한 곳에 단잠을

자고 있어서 까치걸음으로 지나가야 할 듯...

 

영은암은 비교적 크고 꽃이 많이 심겨져 있어서 비구니 스님들이 사는 곳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확인은 못해봤다.

아주 연세가 많으신 보살님 두분을 만나 꽃이름을 물어보았다.  

 

 영은암 전경!   보살님 두분이 내려오고 계시다.

 

            내도 형부도 처음 본 꽃... 줄기는 가지 같은데 엄청나게 큰 꽃을 가지고 있다.  보살님이 하늘해바라긴가 뭔가 라는 대답을 하셨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흰독말풀이군... 아래로 향해 꽃이 피면 엔젤트럼펫, 위를 향해서 피면 흰독말풀!

              그 꽃... 약간 시들었다.

 

             형부 사진!  

 

             마곡사에서 내려와서 민생고를 해결하기 위해서 들어간 집의 푸짐한 밥상!  산채정식과 좁쌀 동동주와 도토리묵을

             6명이 배두드려 가면서 먹고 6만냥... 다들 맛나다고 계속 주섬주섬 먹어서 나중에 앉아있기가 힘들 지경! 

             처음에 안과에서 약 타왔다고 동동주 안드신다던 우리 엄마!  손녀딸이 남긴 술까지 홀짝!   

 

              처음 본 목화 꽃! 

 

영은암에서 본 엄청 키큰 꽃.. 이름은 정확하게 모르지만 보통 허리까지 자라는  것으로 아는데 2m가 넘는다.  플라스틱 다라이에 담긴

채송화도 30cm 이상 자라고 있었다. 

 

식당에서 화분에 키우는 백합과 목화. 백합이 사람키보다 크다.  이 동네 무서운 동네 아녀...

 

 그옆 식당에 있는 꽃... 너무 복스럽게 모여서 이쁜 색을 뽑내고 있다.

 

 이건 된장 판매장 앞에 있는 부레옥잠의 꽃!

 

             이것도 된장 판매장 앞에 있던 배롱나무 꽃!  누가 배롱나무는 누드라고 시를 읊었던게 생각난다. 별로 가슴에 안 와 닿는데

             특이했다.   푸른하늘가 잘 어울리는 예쁜색!

 

             풍경과 청사초롱이 걸려있는 된장판매처의 초가집! 

맛있게 먹고 고추를 따야 한다는 언니의 성화에 또 잽싸게 집을 향해 출발했다.

오늘 저녁에는 정읍에서 날라온 소고기 등심을 먹는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서 사람들을 모았기 때문에 마음이 바쁘다.

1시간만에 송탄에 도착해서 너무 좋았다고 평택 갔다온것처럼 부담없다고 나중에 밥만 먹으러 가도 되겠다고 기분좋은 덕담들을 하고.

아침에 해 놓은 물길의 성능을 점검하니 아니나 달러... 바다가 된 곳도 있고 물이 안간곳도 있고..

물이 닿은 곳은 배추가 생기가 있고 물이 안 닿은 곳은 퍽 퍼져있다.

또 잽싸게 도구들고 이랑이랑 호스를 점검하고  있는데..... 언니 왈! 그건 형부한테 맡기고 고추따러 오란다.

달랑 세고랑에 심은 고추인데 목디스크 환자인 언니는 무지 힘들어 했다. 고추따는데 전지가위 들고 설치는 사람은 언니 밖에 없을 듯.

둑방에 고랑을 만들고 심어서 맨가의 고랑 바깥은 수로이거나 낭떠러지인데 그걸 안에서 안따고 바깥에 가서 딴다고 미끄러지고 한다.

내가 안에서 척척 따니가 딴 논 고추바구니 이고 나른다. 목디스크 환자가 이고 다니니 원... 말려도 소용이 없다.

고추 다따고 나니 흠뻑 젖었다. 동생은 체력이 떨어졌다고 난리고... 그러거나 말거나 샤워하고 누웠더니 잠깐  잠이 들 듯 하니까

엄마 부추 비러 갔다고 따라가라고  깨운다... 짜증...

갔더니 동생이 거들고 있다. 더 짜증....

엄청나게 많이 베어서 가지고 내려와 다듬는데 한이 없는거 같다.  우리 엄마의 경로당 시트콤을 들으면서 적당이 추임새 넣으면서

겨우 10여명의 노인분들이 모여 고스톱 치는 경로당인데로 모이고 불화하고 싸우고 삐지고.... 시트콤이 따로없다!

그래도 내 엄마가 당하면 안돼지...

엄마 잘한다고 팍팍 기운도 넣어드리고...

모기들이 내 좋다고 어찌나 달려들던지 다리에 10군데도 더 물렸다. 그 부추들 오늘 우리 집에 와서 김치가 되었다.

 

우리 가족은 모이면 엄청 시끄럽다!  다들 한 목소리 하는데다가 잔소리는 다들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남의 잔소리는 들은 척도 안하는 사람들이 남한테는 엄청나게 잔소리를 한다. 

그런 걸 묵묵히 듣고 있는 형부는 참 부처님같은 사람이다.

오늘도 다들 이리저리 요량해서 움직이다 보니 출발시간이 엄청 늦어졌다.

그러면 그런대로 그런가보다 하고 움직이는 게 우리 가족 여행의 재미이다.

평소에 나는 탁탁 진행이 안되면 무지 화가 나는 성격인데 가족들한테는 뭐 택도 없는 소리다.

 

마곡사에 가서 태화산에도 못올라보고 오다니...

예전에는 고물거리는 아기들 때문에 못올라가고 지금은 또 늙으신 엄마때문에 못가니

세월은 참... 하고 느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