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다시 설악산에 가다(20080927)

pc100 2008. 10. 6. 12:57

올해 세번째로 설악산에 가게 되었다.  올해 참 많이 가게 되네....

회사 등산반에서 설악산 대청봉을 간다고 결정이 났다.

대장은 뭐 하러 가냐고 하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힘든 노선이지만 신청자가 많아서 일찌감치 짜르는 분위기였다.

문제는 총무가 등산을 안간다는 사실!  그리고 그 코스를 가본 적도 없다는 사실!

날 다샌 새벽에 올라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걸 옆에서 시간을 당기라고 부추겨서 어중간하게 3시에 가는 걸로 결정이 났다.

저녁 8시에 모이니 다들 배고프다 해서 김밥 사러 뛰어갔다 와서 출발하지 이런 아침을 위해 주문한 도시락을 안 실었단다.

주문한 사람과 받는 사람이 다르고 그나마 받는 사람은 늦어서 다른 사람한테 또 부탁을 하니...

이래저래 설악산 가면 굶는 징크스가 생기는 건 아닌지...

총무랑 회장이 차 안에서 이리저리 전화를 해가며 도시락을 수백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듯 하다.

속초에 도착해서 잠시 잠을 청하고 2시 30분에 차량에 탑승하니 김밥이 준비되어 있다.

비몽사몽 차를 타고 오색으로 이동을 하면서 라면도 사고 물도 사고 하는 등 뒷처리에 분주하다.

오색까지 약 1시간에 걸쳐서 이동하고 도착하니 관광버스와 내린 사람들도 환하다.

우리도 준비하고 등산을 시작한다.

 

리더가 작성한 산행 기록

03: 35  들머리 오색 남설악매표소
04 :23  1차 휴식장소 (대청봉 3.3km)
04:55  두번째 휴식장소(대청봉 2.7km)
05:52  능선길도착 동녁이 밝아오기시작
06:11  능선길에서(대청봉 0.5km)
06:28  대청봉 도착
06:48  중청도착(08:00시까지 아침식사겸 휴식겸)
09:42  희운각 도착
10:50  양폭산장도착
11:41  귀면암도착
12:02  비선대도착(50여분 비선대휴게소에서 산행에 대한 즐거움 공유)
13:38  신흥사도착
13:41  소공원도착 등산완료(총산행시간 10시간 6분)
14:04  속초로 이동
14:30~15:30분까지 점심겸 뒤풀이.....

같은 회사에 근무해도 다들 낯이 익은 건 아니고 깜깜한 밤에 등산을 하려니 안내 산악회나 다를 바가 없다.

안내문과는 달리 야간 산행을 하게 되어 랜턴을 준비하지 않은 경숙여사 발 앞을 비추면서 걸어가려니 나중에는 가벼운 랜턴을

쥔 손이 후덜거린다. ㅋㅋ  다리는 요즘 계속 무겁다. 두번째인데도 쉬워진 느낌이 없다.  헉헉! 숨이 코끝까지 차오른다.

이 한밤 중에 전화기가 문자왔다가 울어댄다. 누구야! 했더니 김부장이다. 상가 집에 가서 한가했나 보다.

중간중간 쉬어가면 열심히 오르는데 뭔가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오른쪽  편 능선이 색이 달라지고 있다.

이런 대청봉에서 일출 보기는 틀렸네 라는 생각이 팍 하고 든다.

 

오른쪽이 벌겋게 바뀌어 가는 사진!

 이건 위쪽!

  대청봉 500M 전.

 

 옆에 가는 산악회에서 가져온 무전기에서 정상의 " 일출이 죽입니다! " 소리가 연속으로 흘러나온다.  날씨 좋은 날이 드물다는데

 안타깝다.  같이 온 사람들이 앞서는지 뒷서는지 영 감을 못 잡고 있는 상황에서 부지런히 걷는다.

 가끔 군인들이 보인다.  기관단총(?) 비슷한 것도 들고 군장을 지고 올라가고 있다. 많지는 않은데...

 대청봉에 올라갔더니 대부대가 점령을 하고 있다. 알고 보니 8일간의 행군 중 7일째란다. 

 얼굴에 위장용 칠도 하고 군장 짊어지고 총도 지고 핫팩도 들고 포카리스웨트는 주머니에...

 그런데 가끔 이상한 배낭도 있다. NIKE? LUCAS?  

 

 대청봉 정상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때만 해도 올라오느라 열나서 추운 줄 모르다가 1분 만에 쟈켓 꺼내입고 ...

 잠시 뒤 잽싸게 중청 대피소로 정말 대피!

대청봉에서 바라본 전경은 뭐라 말을 할 수가 없다. 하늘은 너무나 맑아서 푸른 하늘과 하얀 구름, 저 멀리 속초 시내와 동해,

바로 밑에 손에 잡힐 듯 보이는 희운각 대피소, 약간 멀리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콘도까지...

이런 날 일출을 못본 것이 못내 아쉽다.

 

중청 대피소에서 벌벌 떨면서 아침을 먹고 있는 사진..

얼마 안지나 달달달 떨면서 라면을 먹고 있는데 코가 빨갛다. 이날 땅에 얼음이 박혀 있었다. 얼음 얼었다고  SBS에서 취재를 나왔는데

일행 중의 정 모 부장님이 인터뷰를 하고 8시 뉴스에 나왔다고 한다. 

이날 여부장은 라면을 세번 끓였다.  라면에 멸치, 두부 김치용 두부까지 넣어서 계속... 마지막 커피까지...

 

중청 대피소에서도 일행이 확인이 되질 않는다. 안 올라왔을 것 같지는 않은데 보이질 않고...

1시간여를 지체하다가 내려가서 확인하기로 하고 하산을 시작한다.

희운각 대피소까지의 내리꽂는 하산길을 경숙여사와 김성근 차장이랑 내려오는데 아마도 봉정암에서 하루를 머무른 듯한

할머니들이 길에 많이 있어서 전체적인 속도가 나질 않는다. 신발도 대충 운동화에 연세도 많으신 분들이 새벽부터 힘든 길을

가시는 걸 보면 종교의 힘이란 참 무서운 것이다라는 걸 새삼 느낀다.

비켜주시는 분은 고맙습니다! 비켜가고 안 비켜주시는 분은 알아서 비켜가면서 내려오니 날씨가 점점 환상적으로 변해간다.

  누르기만 하면 이런 멋진 사진이 .........그런데 너무 풍경이 좋으니 사람이 잘 안오는 단점도....

 

  내려오다가 다른 일행이 찍어준 사진...

 

  

희운각에서 기다려도 안나타나는 일행들을 포기하고 천불동으로 하산길을 잡아 열심히 걷는다.

설악동에서 양폭까지 오기로 한팀과 만나기로 한 양폭산장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다. 선두도 안보이고 후미도 안 보이고

보이는 사람끼리 앉아서 고구마 먹고 출발했다.  양폭에서 귀면암까지 속도를 한번 내봤다. 비교적 길도 좋고 사람들이 좀 많기는

했지만 STICK 집는 연습삼아 냅다 속도를 내서 귀면암에 도착했다. 뒤따라 오던 사람들이 죽는다고 앓는 소리를 한다.

귀면암에서 잠시 쉬고 다시 내려가는데 같이 가던 점잖은 분이 왜 천불동인지 알겠다고 한다.

가슴에서 천불이 나고 입에서도 천불이 난다고 한다. 코스가 너무 긴가 보다...  하루 종일 회자되었다. "천불이 난다..."

비선대 약 100M 못미쳐서 개울가에 앉아서 쉬고 있으니 늘 앞장서 다니던 여부장 일행이 나타난다.

금강굴 올라가는 철사다리가 선명하게 보이는 건 처음이다. 절대 못간다고 미리 못을 박고..

 

비선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  

 

  비선대 산장에서 한잔하면서.... 나중에 우리만 술마시고 왔다고 거의 공공의 적이 될 뻔했다.

 

술한잔 마시면서 소공원으로 내려가는데 누가 "야! 김은영" 하길래 보니 현숙이다. 신랑이랑 언니네랑 놀러왔네.

여기와서 초등학교 동창을 다 만나다니....   넓은 산에 가서 이렇게 만나는 것도 참 희한한 일이다.

 

현숙이와 한장!

 

신흥사에 당도하기 전의 왼편으로 난 길을 신흥사 길로 착각하여 내기했다가 만냥을 헌납했다. 

 

신흥사의 불상 앞에서 장난스럽게 한컷! 

 

   소공원에 도착하여 기다리던 사람들과 단체사진!  한번 셧터 누르면 6장이 찍히는 좋은 사진기라 다들 웃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다음엔 위치 선정을 잘해서 내 키만큼은 나오게 해야지...

 

이렇게 하여 올해 세번째 설악산 산행도 잘 다녀왔다.  각자 보내주는 사진들이 좋은 날씨와 맞물려 설악산의 절경을 잘 보여주었다.

내 눈에 보이지 않았던 곳도 있고 내 느낌과 다른 사진도 있지만 화려한 계절이다. 

녹색의 소나무 그 사이에 간간이 서 있는 단풍 나무만이 불타듯 물들었지만 하늘과 바위와 소나무와 어울려 환상적인 풍경을 만들어냈다.

돌아오는 길에서 정신없이 잠들고 5일은 다리가 아파 힘들었지만 좋은 추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