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땅콩 이야기

pc100 2008. 10. 6. 13:18

어릴적 아버지가 땅콩 농사를 지은 적이 있었다. 물론 그 동네는 땅콩 농사짓는 사람이 많았다.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서 땅콩밭을 지나갈 때면 땅콩 한뿌리 정도 뽑아서 여물지도 않은 땅콩을 먹으면서 오곤 했다.

그곳의 땅콩은 옆으로 쫙 퍼져서 자라는 땅콩이라 쉽게 뽑히지  않는다. 하지만 다 요령이 있다.

우선 땅콩줄기를 팍팍 밟아준다. 땅콩은 모래토양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밟아주면 흙이 무너지면서

한꺼번에 줄기를 돌려잡아 확 뽑아주면 잘 뽑힌다. 그러면 한줄기씩 들고 그래도 큰놈부터 하나씩 따 먹으면 된다.

구워 먹거나 하지는 않은것 같다.

땅콩 농사를 지으면 수확한지 얼마안된 마르지 않은 땅콩을 삶아 먹을 수 있다. 어릴 때 자주 먹던 거라 난 늘 그리워했다.

하지만 경기도로 이사오고 난 후로는 먹을 기회가 별로 없었다. 이쪽은 땅콩 농사를 안 짓기 때문이다.

아주 가끔 음식점에서 나오면 엄청 반가워하곤 했다.

그러다 영주 시누네를 드나들게 되면서 삶은 땅콩을 먹게 되었다. 가을에 영주에 가서 얻어오면 엄마네, 언니네 나눠서 먹는데

새언니는 아주 생경해 했다. 처음 먹어본다고. 맛있다고 하지만 금방 싫증을 냈다.

하지만 나는 눈에 보이면 계속 먹는다. 주섬주섬.... 손이 비면..

올해에도 영주 시누가 한자루를 보내줬다. 받아가지고 오면서 반은 언니네 내려놓고 반은 우리 집에 가져와 하루에 한번씩

삶아서 회사에도 가져와서 조금씩 나눠주고 시간 날때마다 먹는다.  남들보면 일은 안하고 계속 먹는 걸로 보일거 같다.

지난 등산에 땅콩을 삶아갔더니 경숙여사는 처음먹어본다 하고 박,여부장은 잘 먹는다.

이제 땅콩을 처리해야 할 시기이다. 말려야지 젖은 땅콩을 더 이상 둘수가 없다.

삶은 땅콩의 시기도 이제 1년을 기다려야 할 듯 하다.

 

땅콩 농사를 지어서 좋은 점이 먹는 거라면 나쁜 점은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땅콩을 가리는 거다. (선별) 좋은 땅콩 나쁜 땅콩... 시간만 나면 해야 한다. 다리에 쥐난다.

두번째는 밭은 파헤치는 거다. 땅콩밭을 우선 주인이 가래 등을 이용해서 파헤치고 줄기채 수확을 하고 나면

집주인네가 밭을 호미로 한번 싹 파헤친다. 수확이 덜된 땅콩을 캐내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이제 아무나 캐도 된다. 넒은 모래밭은 아주머니들이 한번 훑고 나면 다음은 꼬마들이다.

나도 바구니 들고 가서 넒은 밭을 참 열심히 캤다. 그러면 겨우 한 소쿠리 정도...

아마도 지금은 인건비도 안 나오기 대문에 아무도 안할 걸로 예상이 된다.

물론 아이들은 더 할리가 없고.

 

땅콩에는 내 어린 시절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