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불수사도북 도전 (20081018)

pc100 2008. 10. 22. 13:36

산행 친구 중에 먼저 해본 사람이 있어 할 수 있다고 계속 부추기는 덕에 불수사도북을 한꺼번에 걷는 등산을 나서기로 하였다.

달 밝은 날 고르고 신체 리듬도 고려하여 17일로 잡았는데 앗뿔사!  회사 체육대회가 멀리 천안에서 열리네.

예상대로 행사는 지연되고 고속도로는 막히고...

타는 속에 평소와 달리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버스에 앉아서 기다리며 잠을 청해보지만 잠순이의 천적 잠이 도와주질 않는다.

출발시간을 저녁 11시에서 11시 30분으로 늦추고 택시비로 시간을 벌어보려고 하였으나 12시에 상계역에 도착하고 말았다.

 

살짝 먼저 출발한 일행을 불암산 공원에서 만나서 야간 산행을 시작한다.

일행은 여부장, 박부장, 안사장, 이여사, 나 이렇게 다섯명이다.

뭐 최상이라고 할 수는 없는 구성이지만 여부장이 무난히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그룹이다.

달빛은 밝고 날씨도 여름날씨를 방불케할 정도로 좋고 바람도 없어서 오히려 덥다고 불평이 나올 정도였다.

인솔자가 짐을 되도록이면 작게 가져오라고 하였것만 다들 배낭마다 먹을게 그득~~하다.

수락산에서 만난 다른 팀은 우리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계속 조우하게 되는데 속도가 꽤 빠르다.

불암산/수락산은 12일에 예행 연습을 한 코스라 비교적 쉽고 올라가는데 갑자기 합류한 안 사장이 힘들어한다.

1시간 10분만에 불암산 정상에 도착하였다. 정상에 올라가는 바위가 비교적 험하지만 달빛이고 한번 올라가본 곳이라

선뜻 올라서서 한장 찍고... 잠시 목 축이고.

 

1시 10분 불암산 정상에서 ...

 

 불암산에서 수락산 가는 길은 안내도에 보면 능선으로 이어진듯 보이지만 사실은 완전히 산을 내려와서 다시 올라가야 한다. 

지난주 예행연습에서 내가 속았는데 이번에는 안 사장이 속았다. 그림과 다르다고 속았다고...

 덕릉고개를 거쳐 수락산을 향해 간다.  수락산 초입은 비교적 흙길을 쉽게 걸어갈 수가 있다. 군부대 담장을 따라

 쭉 올라가다가 헤어지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정상을 향해 간다.  서울에 별이 없다고 하는 말은 다 거짓말인듯.

너른 바위에 앉아서 하늘을 보니 별도 총총하니 달빛은 편안함을 주는 약간은 몽환적인 느낌을 갖게한다.

문득 경주에서 한다는 달빛아래 유적 탐방이 가보고 싶어진다.

 

바위를 넘고 또 넘어서 수락산 정상에 도착하다.  3시 32분!  바지 꼴이 말이 아니다.  짧은 다리로 올라가기 힘든 바위가 있다.

 

 수락산 정상에서 도정봉을 거쳐서 갈 예정이었으나 바로 밑을 통과해서 회룡역을 향해 간다. 수락산은 자잘한 알멩이가 있는

흙이라  미끄러지기 쉬운 곳이라 내려오는 것이 힘들다. 

중간에 인솔자가 냅다 내빼는 바람에 엉뚱한 길로 갈뻔 했는데 불암산에서 본 일행들의 등산화에 물이 묻어있는 것을 보고

"약수터에서 오는 길이냐?"고 물어봐서 잽싸게 우회전에서 회룡역을 향해서 계속 전진!

4시 35분 수락산을 하산하고 회룡역까지 아스팔트길을 한 30분 걷을 때는 졸음이 몰려와서 걸음이 점점 느려진다.

군인들이 행군 중에 존다고 하더니 실감한다. 그래도 걷기는 걷는다.

 

회룡역에 도착하여 볼일 보고 아침 먹을 곳을 찾는데 보이질 않는다. 다른 사람 산행기에는 아침 먹는 사람들로 빈자리가 없다고

나오는 것도 있던데...

다행히 24시간 하는 오리집을 발견하고 수제비를 주문하였다.  다들 거의 물 한통씩을 벌컥벌컥 마시고 이여사가 준비한 비타민도

하나씩 먹고 정수기에서 물빼서 물통 채우고 수제비에 공기밥까지 말아서 먹고, 양치도 하고, 세수도 하고, 로션도 바르고...

했더니 더 졸리다. 배는 부르지, 졸리지, 다리는 무겁지... 죽을 맛이다.

사패산으로 오르는 길에서 제일 뒤에 처져서 헉헉댄다. 

청량사 오르는 길이 생각난다.  베로니카 언니가 이렇게 힘들었을거야! 라는 생각이 든다.  역시 사람은 겪어 봐야지 안다니깐..

사패산 오르는 길에 플랑카드가 붙어있다. 북한산 와이계곡에 주말이면 등산객이 많이 일방통행을 실시한단다.

참~~ 산에서 일방통행이라 이런 생각을 했었는데 가보니 필요하겠더라 정말.

 

선두가 느긋하게 호암사 구경할 동안 간신히 사패산 입구에 도착하여 사패산 등산을 시작한다.

다들 지치는지 조금 걷다가 물마시고 조금 걷다고 술마시고 조금 걷다가 빵 먹고 먹다가 시간이 자꾸만 간다.

쫌 험한 구간이 나오니 잠도 달아나고 사패능선을 향해서 열심히 걷는다.  사패능선에서 오른쪽 사패산 정상을 향해 간다.

멀리서 보면 커다란 바위라 올라갈 수 없을 것 같더니 가서 보니 정상이 완전히 군대 사열을 할 정도로 넓다.

사패산 정상에서는 도봉산의 봉우리들이 쭉 도열해 있는 것처럼 잘 보인다. 

정상에서 다들 드러누웠다.  신발도 잠시 벗고, 또 먹고 마시고 사진도 찍고...

 

8시 9분 사패산 정상에서.  왼쪽에 멀리 보이는 산들이 도봉사의 봉우리들!

 

 다시 사패능선을 타고 도봉산 자운봉을 향해서 등산을 시작한다.

도봉산과 사패산은 사패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안 내려가도 된다. 얏호!

도봉산의 가파른 봉우리들이 끊임없이 우리를 잡는다. 앉아서 쉬고, 먹으면서 쉬고, 마시면서 쉬고...

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땀이 배낭을 적시고 이제는 입이 바짝바짝 마른다.

자운봉 앞에 도착했다. 그 작은 바위에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붙어있다. 

앞에서 바라보면서 차가운 막걸리 한병을 사서 나눠 먹고 우이암을 향해서 출발! 

도봉산은 나무로 된 계단, 철계단에 고무테이프 붙인거 등등 계단이 너무 많다.

공포의 300계단이라고 하더니 여기서는 명함도 못내민다.  20계단, 30계단, 50계단 세면서 올라가서 한번 쉰다.

쉬면 뒷사람한테 폐가 될 정도로 사람도 많다.

 

오봉을 오른쪽에 두고 우이암을 향해서 걸어간다. 잘 보이는 곳에서 사진 한장! 11시 23분

우이암을 향해서 가는데 계단 많지, 사람 많지, 햇살 뜨겁지 정말 힘들다.  소귀처럼 생기지 않았는데 우이암이란다.

우이암 앞의 바위에 앉아서 물보충하고 내물 다먹고 넘의 물까지 축낸다.

 

12시 09분 우이암을 배경으로... 왼편에 있는 것이 우이암!

이제 도봉산을 하산하여 북한산을 향해 가야 한다. 안타깝게도 상장능선 등사로가 폐쇄되어 완전하게 하산하였다가

올라가야 한다고 한다. 사람살려!

내려가는 길이 험하다.  박부장이 여부장을 슬슬 갈군다. 왜 좋은 길 놔두고 험한길 가냐고?  도로 올라가라는 여부장 말!

가파른 길을 내려와서 큰길을 만나길래 봤더니 아니나 달러 우리가 온 길이 "비정규탐방로"라고 이정표에 떡커니 나와 있다. ㅋㅋㅋ

새로 만난 정규 탐방로를 한참을 내려가도 이상하게 거리가 줄질 않는다. 이번 등산에서 많이 속은 이정표 오류...

내려가는데 점점 속도가 늦어져서 남자들은 다 내려가 버리고 여자 둘이 내려가다가 화장실을 만나서 볼일 보고

은근슬쩍 끝까지 갈거냐고 물어봤다.  다시 네개의 산을 할 생각이 없으니 꼭 오늘 완주를 하자고 의견의 일치를 보고

도봉산을 다 내려가니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다. 

 

계곡을 가로질러 북한산으로 올라가는 입구를 올라가는데 마땅한 식당이 없다. 마지막이라고 생각이 되는 식당이 커피를 파는

곳이었는데 파전도 한다고 써붙여놨다.  주방장이 없는데 금방 온다고 해서 기다리면서 물 세통 먹어치우고 물통 채우고

얼음도 달라해서 먹고 아이스커피도 만들었다.

파전에 도토리묵, 두부김치를 먹고 나니 또 힘들다, 졸리다, 죽겠다 인데 이때까지 죽겠다가 하산하겠다고 하던

안 사장이 기운이 나나보다.

이번에도 육모정 고개로 오르는 가파른 경사를 제일 꼴찌로 헉헉 대면서 올라간다. 정말 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가게에서부터 목에 이름표를 건 사람들이 있어서 행사가 있나보다 했더니 산길을 오르다 HEART SCAN의

김문수 고문과 만나게 되었다. 잠시 인사를 하고 혼자 올라가니 길에서 쉬던 웬 아주머니

"아주머니 혼자가면 누가 잡아가요!" 이런다. 참...

 

여기가 북한산 시작하는 입구!  2시 14분

육모정 고개에는 육모정의 흔적도 없고 상장능선을 막아놓은 플랑카드만 보인다. 

영봉을 향해 출발하는데 1.2KM란다.  가깝네 하고 시작했으나 다가갈 수록 이정표의 거리가 늘어나는 희한한 일이 발생하면서

영봉이 결코 만만하지 않음을 느낀다. 영봉이 그리 높지 않아 어딘지도 정확하게 눈으로 구분이 안가는 상황에서

이정표까지 애를 맥이니...

점심을 먹어서 그런지  또 한동안 졸려서 헤맨다.

 

드이어 영봉도착!  15:45 왜 이렇게 좋아하느냐 하면 영봉다음 위문만 가면 그 다음은 하산코스라는 말에 솔깃해서...

영봉에서 하루재로 내려가는 길은 400미터 정도를 깍아지른 경사를 내려가야 한다. 에궁!  올라갈야 할 길을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나니.

부지런부지런 조심조심 내려가니 하루재다. 하루재는 명동을 방불케한다. 백운대 올라가는 사람들이 운동화신고 물한병 들고

올라오는데 우리는 거의 거지꼴을 하고 배낭메고 헉헉 댄다.  극명하게 대비가 된다.

하루재에서 백운대 올라가는 길은 정말 힘들다.  경사도 경사지만 길이 좁아서 사람들과 교차를 해야 하는데

여기 저기 물통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명동바닥처럼 왁자지껄하다. 이렇게 험한 산속이.

백운대가 보이기 시작할 때 해가 약해진다. 하산하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점점 지쳐간다. 

급경사는 정말 사람을 잡는다 잡아!

간신히 간신히 국수를 생각하며 북한산장에 도착하였다. 국수 맛있고 김치 죽이고 막걸리는 별로네...

막걸리는 한모금으로 끝내고...

 

여기가 산장!   16:30분

위위문까지의 시간 20분!  가장 힘든 길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바로 위에 보이는 몇십미터 위인데 줄을 잡은 손에서는

땀이 흐르고 다리는 무겁고..

 

드디어 위문에 도착하였다. 16:56분. 드디어 일행이 다 나오는 사진 한장!  막걸리와 국수로 퍼진 은영이와는 반대로 살아난 안사장!

 

위문에서 내려가기 시작해서 백운대가 보이는 곳에서 기념사진 !  다들 한장씩 찍었다.  

위문에서 걷기 시작할때부터 날씨가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내려가는 길이 여간 험하지가 않다.

한손에 스틱을 모아쥐고 한 손으로 쇠줄을 잡고 조심조심 걷다보니 속도가 팍 떨어진다.  일행들과 점점 거리가 멀어진다.

별거 없는 하산길이 이 정도면 구파발구역가지 가는 동안 있는 여러 봉우리들은 엄두가 나질 않는다.

더 문제는 속도이다. 내리막길 탄력 받은 사람과 따라가는 사람과 달리 거의 굼벵이 수준으로 바뀌어버렸다.

그 와중에 남편 전화까지 받고 나니 일행이 없어져 버렸다.

전화를 해서 따라 가니 다들 쉬고 있다. 

인솔을 하는 여부장은 당근 구파발로 내려가고 싶어하지만 나는 발바닥이 화끈화끈하고 속도가 너무 느려져 더이상

진행을 하기가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만하자고 말했다. 여러사람한테 미안했지만... 다들 동의를 했다.

그래서 대동문에서 수유리로 방향을 잡아서 내려가기 시작했다. 약 1.9KM 이정표가 보였는데 이런 젠장!

어두운 길을 랜턴에 의지해 내려오는데 끝이 없다. 이정표가 또 잘못된 것 같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가서 완주할 걸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역시나 맨 꽁찌에서 벌벌 떨면서 내려오다 보니 점점 속도가 떨어진다.

말없이 묵묵히 조심조심 걸어서 드디어 내려왔다. 

수유리 아카데미 하우스 앞 버스 정류장에서 주섬주섬 다들 짐을 정리하고 수유역행 버스를 탔다.

간단히 맥주 큰걸로 마시고 집으로 가는 전철에서 잠에 취해 버렸다. 보나마나 박부장 어깨를 엄청 들이받았을 것 같다. 

사당역에서 내려서 거의 자면서 줄서서 버스 기다렸다가 집에 무사히 갔다. 

샤워도 못하고 바로 콕 고구라져서 잠들었다. 

희한하게 다음날 근육도 안뭉치고 잠도 평소보다 많이 자지도 않았다.  하지만 정신은 약간 멍해서 식당에서 가방찾아 삼만리!

 

이번 산행은 나에게 정말 힘든 산행이었다.

특히 잠에 약한 내가 17일 오전 5시 20분부터 18일 밤 9시까지 거의 1시간도 못자고 깨어서 더구나 힘든 산행을 했다는게

믿기지 않는다.  게다가 17일날은 회사 체육대회라 별거 한 건 없어도 이동하고 응원하느라 힘들었고. 주기를 잘못 맞춰서 산에서

노심초사하고 한 걸 생각하면 내 자신이 기특하기도 하다.

하지만 나 때문에 다들 구파발 쪽으로 완주하지 못한게 미안하다.  그리고 정말 내 몸하나만 가지고 등산한 셈이고

다른 사람들은 길찾고 사진 찍고 안내하고 챙기고...

우리의 대단한 이여사 다음날 문자로 "몸도 마음도 짱이에요!" 이런다. 우와!

약간 어린 내가 대오각성해야 할 듯.

 

이번 산행은 요약하면

18일 0시 출발 19시 17분 하산 완료.  19시간 걸렸다. 먹는 시간이 한 3시간쯤... 더 많을라나..

주요 등산 지점 :

불암산정상-수락산정상-사패산 정상-자운봉근처-우이암근처-우이동하산-육모정고개-영봉-하루재-위문-대동문-수유리

다시 하고 싶은거 :  달 밝은 날 산에 올라 하늘 보기 / 북한산 종주

불수사도북을 다시 하겠냐고 물어본다면 : 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