뫼오름 11월 산행은 청송의 주왕산이라고 한다.
연이어 터지는 안좋은 일로 푹~~꺼진 기분에 말그대로 그냥 따라 나섰다.
자정 출발이라 집에 갔다오기도 뭐해서 선배 언니랑 가까운 황금온천에 가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같은 이유로 전에 갔더니 한증막이 맘에 들어서....
둘이 갔더니 지난번이랑 느낌이 많이 다르고 덜 좋았다...
시간이 다 되서 회사에 와서 배낭 챙겨들고 버스로 갔더니 낯익은 얼굴들도 있고 낯선 얼굴들도 있고...
동생이랑 같이 온 이여사님께 인사하고 바로 자리 잡고 나 몰라라 하고 수면 모드로 들어갔다.
잠은 잘 안왔지만 그냥 계속 눈을 감고 버티다보니 어느새 잠이 들었다.
휴게소에서 잠깐 내렸더니 앞자리에 앉은 장부장이 인사를 하네. 모른척하고 눈감고 있은 사람 무안쿠로...
새벽 4시 무렵.. 벌써 청송에 도착했지만 식당에서 아직 준비가 안됐다 해서 차세워놓고 계속 잔다.
새벽 5시 식당에서 오라칸다.
버스에서 내리니 하늘에 별이 튀어나올 듯 총총.... 놀라울 따름이다!
그리고 너무 춥다..... 내륙이라 그런지 정신이 번쩍 드는 수준을 넘어서는 추위다.
시간 또한 해뜨기 전의 한창 추울 때라...
다들 잠결에 내렸다가 하늘보고 부르르 몸을 떤다.
식당에 도착하니 청국장 특유의 냄새가 따뜻한 온기와 함께 맞아준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방금 자다 일어난 사람들답지 않게 다들 잘 먹는다.
나는 애고추를 밀가루 묻혀서 찐다음에 간장 끼얹은 걸 열심히먹었다.
역시 예전에 먹어본 음식들을 먼저 시도해보고 맛있으면 계속 먹으니까.
밥을 먹고 나니 이번에는 총무가 산행 준비물을 식당에 주문을 해놓았다고 한다.
청송사과 한개와 물한병씩, 그리고 동동주는 식당에서 쵸코파이는 총무가 준비했다고 한다.
그것도 좋은 방법...
좀 쉬었다가 해나 뜨면 올라가자는 총무의 말을 성격 급한 사람들이 주섬주섬 나서는 바람에 묻히고
다들 깜깜한 길을 나선다. 랜턴을 준비한 사람들이 많아서 우루루 움직이니 움직일만한다.
나는 랜턴을 두개를 준비했는데 하필이면 꺼낸게 전지수명이 다했나 본데 추우니까 배낭벗기가 귀찮다.
이창율 총무걸 하나 뺏어서 올라간다.
입구에서 입장료 징수하시는 분이 근무 중이다. 대충 깍아서 30명만 받는다.
대전사를 그냥 지나치고 기암도 팻말만 보고 뭔지도 모르고 지나서 열심히 올라간다.
오늘의 코스는 정상-후리매기재- 3,2,1폭포를 거쳐서 내려오는 코스이다.
줄줄이 z자로 된 등산로를 올라간다. 너무 추운데다가 코스의 경사가 너무 급하지는 않아서 간신히 추위를 면할 정도다.
전망대에서도 아무것도 안보이고 열심히 걷다보니 어느새 정상...
6시 30분 정상에서 본 여명....
에궁. 그리고 보니 정상에서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아무도 안 보내 주네.
정상에서 일출을 보려 했으나 날씨가 추운 관계로 출발하자는 의견이 많이 후리매기재로 출발했다.
조금 가니 해가 떠오르고 앞서 가는 사람들의 옆에서 화려한 조명처럼 비추어준다.
이 조명을 배경으로 전.현임 총무가 stick을 cross 해놓은 설정 사진도 블로그에 올라와 있다. ㅋㅋ
조금 지나니 거대한 소나무들이 쓰러져 있는 등성이가 나왔는데 나무가 왜 쓰러졌는지 짐작케할 정도로
바람이 무지 분다. 안내판에 의하면 태풍 이런 것도 아니고 한 10년전 쯤 순간초속 26m 정도의
돌풍이 불어서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부러진 나무들도 깨끗이 치우지 않는건 생태계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안내판에 씌여 놓았다. 아마 어느 오지랖 넓은 인간이 이런것도 안 치우고
뭐하냐고 항의를 했나?
주왕산은 소나무가 정말 잘 자라 있다. 산 전체가 그런건 아니고 어떤 특정한 높이에서만 그런거 같다.
그런데 좀 굵은 나무들은 나 상처가 있는 형국이다. 껍질은 벗겨지고 나무몸통에 가는 빗금이 쳐져있다.
일제시대때 송진을 채취해서 그런거라고 장부장이 말했는데 일제시대는 아니고 1960년대라고 안내판이 나와있었다.
후리매기재는 그냥 조~~금 내려가려니 하는 추측과는 다르게 꽤 가파른 길을 내려가니 다들 의아해 한다.
너무 빠르게 올라간 정상만큼이나 빨리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차장이 나눠준 사과먹을 시간도 없이 다 내려가는거 아니냐고 걱정을 할 정도...
그래서 급경사를 다 내려간 계곡에서 일행을 기다려 사과도 먹고 동동주도 마시고 식당에서 안주로 준 더덕구이와
산나물 무침도 먹고... 회장이 가져왔다는 양주는 1/3만 남은 채 등장하고...
술 마실 일이 없는 승민이가 심심해 하길래 데리고 먼저 나섰다.
며칠 추웠는지 계곡의 물들은 대부분 얼어있었다. 승민이가 돌멩이를 들고 깨는데 재미를 붙인다.
8시 19분 후리매기재에서 폭포로 향해 가는 계곡길에서 고드름을 발견하고 한장.
계곡은 약간 지루할 정도로 길었고 등산이 짧다는 의견이 있어서 다른 곳으로 가려고 시도해 봤지만
입산금지라고 막아놔서 바로 제3폭폭를 향해 열심히 걸어간다.
승민이와 작가분이 찍어준 한컷...
8시 37분 계곡을 빠져나와 제3폭포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의 가물은 상황을 생각해서 폭포의 물이 없을 줄 알았는데
제3 폭포는 3단계의 폭포가 모두 제법 떨어지고 있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에 올라간 선두가 제3폭포 위로 가길래 아! 장부장이 내원마을까지 가려나 하고 허겁지겁 따라갔더니
거기도 입산금지라고 막아놔서 폭포 윗부분 사진만 찍고 내려온다.
제3폭포에 물을 대는 계곡의 낙엽송! 노란 단풍이 끝나고 앙상하게 남아있다. 해인사 계곡에서 본 낙엽송 단풍 또 생각난다.
제3폭포는 경치가 멋있어서 다들 작가분들을 기다렸는데 안오고... 내 사진기로는 남의 사진만 담아가지고 왔네...
회사에 작가분이 같은 장소에서 한명씩 찍어준 사진이 있는데 올려야지...
이건 제3폭포의 윗쪽 폭포 사진. (8시 50분)
제 3폭포에서 한참 사진 찍고...
제2 폭포는 물이 없다고 해서 추위를 핑계삼아 냅다 걷기 시작한다. 손시려....
제1폭포가 있는 곳은 색다른 분위기였다. 계곡이 갑자기 좁아지고 계곡 양쪽이 거대한 바위들로 바뀌고...
장부장 말대로 갑자기 물이 쏟아지면 엄청난 일이 벌어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계곡 속의 커다란 바위들이 굴어온 거라면....
9시 18분 제1 폭포를 지나가다. 갑자기 요런 협곡으로...
1폭포 아랫쪽 계곡의 커다란 바위와 사진 아랫쪽의 바위사이의 스치로폼 같아 보이는 꼭 끼어 있는 것의 정체는?
이제 볼건 다봤나? 이런 생각인데 지금 지나가는 거대한 바위들이 등산할 때 전망대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바위들이라고 한다.
어두워서 암 것도 못보고 올라갔으니 올려다보면서 간다. 학소대도 있고 그 옆에 시루봉도 있고...
시루봉에서 한장.
이걸 보면서 이스터섬의 석상 ~~ 이러면서 내려오는데 안내판에 시루같이 생겼다고 시루봉이라고 씌여 있어서
내 눈은 남들과 다른가벼~~ 했다.
이제는 거의 다 내려왔네 하면서 내려오니 꽁꽁 언 몸에 희소식...
대전사에서 국화차 무료시음회를 한다고 해서 잽싸게 들어갔더니 웬걸 아직 물끓이고 있더라...
대전사 경내에서 주왕산의 그 유명한 기암을 배경으로 장부장,신차장, 나 이렇게 똑같은 위치에서 한장씩! (9시51분)
이번에는 대전사 경관 사진 하나... 뒷쪽이 기암인데 좌측의 봉우리는 장군봉이라 한단다.
10시 벌써 식당에 도착... 남들 이제 막 올라가지 시작하던데...
너무 일찍 올라간 탓에 볼거리도 못보고 너무 추워 재촉해 내려오다 보니 주마간산한 격이다.
이번에는 식당에서 백숙을 이제 삶기 시작했다고 주산지를 다녀오란다. 맛있게 해놓는다고..
또 버스타고 주산지로 향했다. 영화에서 강렬하게 남아있던 기억이 그대로 남아있을리가 없겠지만
인공연못이라 그리 큰 규모는 기대하지 않고 출발했다.
왕버들이 활엽수인지라 잎은 다지고 갈수기라 뿌리까지 다 드러난 주산지는 쓸쓸했다.
하지만 봄이 오면 또 달라지겠지. 영화제목처럼,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인가?
주산지에서 한장!
주산지에서 돌아와 이번에는 좀 여유롭게 주차장 입구에서 식당까지의 길을 둘러볼 수 있었다.
주왕산은 일단 산행을 시작하면 아무런 시설이 없이 삭~ 철거해 놓았다.
대신 주차장에서 주왕산 입구까지 길게 상가가 있어서 우리는 2회 왕복을 하면서 엄청난 양의 사과와 둥글레와
곶감과 도라지, 취나물, 기타등등 많은 걸 볼 수가 있었다. 주산지에서 돌아오면서 과수원에 들러
사과들도 많이 사고 주섬주섬 이런저런걸 많이 사는 분위기였지만 나는 쪼만해서 값이 엄청 싼 곶감만 조금 샀다.
바로 영주로 김장하러 가야하기 때문에!
주산지에서 돌아와 다시 식당으로 가서 달기 약수로 끓인 닭백숙을 열심히 먹고 (나는 또 고추무침을 두접시 먹고)
나른해서 버스에 타고 출발했다. 나는 안동에서 하차!
그리고 개인 사진 한장을 예쁘게 찍어서 배경도 넣어주신분께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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