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경북 고령 쌍림면의 산골에서 경기도로 이사와서 처음살던 동네 뒷산을 종주하는 코스를 찾아낸 사람 덕분에
모처럼 가까운 곳으로 산행을 가게 되었다.
이름하여 부덕고백이라나...
부락산-덕암산-고성산-백운산에 이르는 약 32km란다.
언니네 집 뒷산으로 잠깐 올라갔던 부락산자락인가? 내가 다니던 학교 뒷산인가?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 봐도 멀리서 등산올 만한 산은 없던데 하면서 자료를 찾으려니 그나마도 별로 없네.
아예 없는건 아니지만 지도에 나올만한 산이 아닌듯... 겨우 백운산 정도...
누구랑 : 여부장, 박부장,이여사내외, 정병건차장 내외..
어디를 : 송현성당 옆 - 부락산 - 흔치고개 - 덕암산 - 부엉이 바위 - 백련봉 - 만세고개 - 선달고개 - 고성산
어쨌던 늦~~은 집합시간(9시 15)분 덕택에 아들놈 밥해 먹일겸 등산 도시락 쌀겸 부시럭 거리고 있었더니
아들 왈 "아니 뭔 난리래요!" 이런다. 참... 이쁘게도 말해요. 확 쥐어 박고 싶지만..
어제 가고자 하는 산 근처에서 운송된 오이에, 상추에, 쑥갓에다가 마트에서 산 파프리카에다가
어제 미리 양념해 둔 초장까지 챙기고 물도 듬뿍 챙기도 오이도 날로 3개 챙기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너무 일찍 나섰다. 게다가 버스도 재까닥재까닥 온다.
진위역에서 하차해서 화장실 갔다가 느긋하게 보내려니 송탄역에서 걸어오는것 보다는 진위역이 나을 것 같아
문자로 진위역에 내리라 했더니 정차장 내외를 제외한 네사람이 내린다.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을 다니면서 무심히 지나쳐서 있는 줄도 몰랐던 보호수.
여부장이 내리자마자 사진을 찍었다.
진위역 (8:41)
진위역에서 자주 안다니는 2-1, 2-2 버스를 타고 송탄여고에서 내리면 된단다. 궁전예식장이라고 열심히 문자보냈더니.
남녀공학 되었다고 경축 플랑카드가 걸려있다. 뭐 좋은 거라고!
출발지인 송현성당 옆 등산로 초입(9:02)
입구에 airgun이 있길래 도락산 먼지 털어내고 출발!
부락산은 도시자연공원이라고 지도가 붙어 있는 동네 뒷산인지라 다들 편안한 복장과 차림인데
중무장한 우리가 지나가지 눈길이 '별놈 다보겠네' 이런 눈길이다. ㅋㅋ
나라도 그랬을거야!
배낭만 다를 뿐이지 얼굴 다 감싼 거의 게릴라부대급 얼굴 무장한 분들도 지나가고 아주 편한 복장도 지나가고...
20분만에 부락산 정상 도착!
부락산 정산(9:24)
사람도 넣어서 찍었는데 사진을 왜 안주는거야?
송전탑 및 수풀에 요렇게 비석이 있고 그 옆에는 간단한 운동기구가 있는 '대화의 광장'이라고 이정표도 있는 공간이 있었다.
부락산 초입부터 부락산까지는 다양한 쉼터(정자, 벤치)도 있고 다양한 운동기구들도 있고 다양한 인간이 있었다.
조금 더 걸으니 흔치고개가 나왔다. 옛날에 흰 꽃돌이 많이 나와서 그렇단다. 생전 처음 들어본다.
근처 학교에서 토요일이라 봉사활동을 빙자해서 놀러나온 학생들과 시민들이 와글와글!
여기 약수도 있다.
흔치 휴게소 (9:37)
처음부터 천천히 오는 정차장 내외를 의식해서 무조건 S자 길로...
부락정에서 처음으로 목도 축이고....
송탄에서 마산리 넘어가는 도로를 관통하는 동물이동통로.(9:45)
언니네 집 뒤의 것은 아닌듯... 나무가 너무 무성하다.
오히려 엄마네 쪽에 있는 쿠치나(?)라이브 카페 옆의 생태이동통로인듯.
사진 오른쪽의 시멘트벽에 동물 그림이 그려져 있고 왼편은 측백나무(?)가 엄청 큰 키로 도로위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해준다.
부락산이 넓은 대로라면 덕암산은 사람도 적어지고 소로라고 보면 될 듯하다.
덕암산 정상(10:33)
출발한지 1시간 15분만에 두번째 산에 도착했다. 그냥 생각에 반이나 온것 같지만 1/3 정도인것 같다.
덕암산부터는 길이 좁아지고 오르락내리락도 약간씩 커져간다.
덕암산에서 고성산까지는 거리가 상당하고 길도 잘 연결되어 있지 않다.
부엉이 바위를 향해 가는데 900m를 가다가 되돌아올거라 했는데 그게 아이고...
쭉~~ 간다음에 (이정표에 은산리 나왔다. ㅋㅋㅋ, 내 살던 동네다.) 부엉이바위 삼거리에서 200m갔다가
다시 내려오면 되는 거였다. 그런데 부엉이 바위가 뭔지는 모르겠다. 흙산이라 바위구경하기 조차 힘든데
부어이바위 이정표 약 20m 밑에 큰 바위 비스무리한 돌이 있었다.
부엉이 바위(10:58) 쭉가면 은산리라고 이정표가 말해준다.
부엉이 바위에서 내려와서 이제 경부고속도로 를 만나기 위해서 걸어간다. 나는 산하리(미화네 동네) 들어가는
사람다니는 지하통로를 말하는 줄 알았다. 거기가 아니고 송탄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가서 있는 정말 수로였다.
사람다니는 길이 아니라.
이런 수로(11:31)
오른쪽에 자세히 보면 보이는 화살표를 다행히 발견하여 줄줄 수로를 통과하면서 보니 양쪽에 엉성한 글씨로 열심히 써놓았다.
그러나 딱 나왔더니 아무런 표시가 없다. 10m 직진 후 우측 능선이라는 산행기를 보고도 우측으로 쭉 정찰을 가는 여대장과 정차장!
결국 정말 앞으로 10m도 못가고 올라가는 리본들 발견!
우루루 따라 올라갔다. 한 50m 앞에서 3.1항쟁기념관으로 가는 도로가 보인다. 차로 가면 5분 거리인데..
열심히 올라가서 오르락내리락 백련봉은 보이지 않고.
결국 점심을 먹기로 한다. 네집에서 가져온 걸 꺼내니 정말 많다.
팔봉산 갔을 때 이차장이 해온 골뱅이를 copy한 골뱅이무침, 정차장네 족발, 이여사네 수박,포도,오징어조림, 열무김치,총각김치,
라면, 박부장네 산나물 장아찌... 거기다 시원한 막걸리에 솔술에...
많이 왔다는 생각이 들어서 널널하게 밥먹고 좀 쉬고...
다시 백련봉을 향해 출발... 쉽지 않네.
덥지 배부르지 다리 무겁지...
백련봉 도착(1:37)
백련봉에서 3.1독립항쟁기념관은 가끔씩 우리가 차를 타고 휙하고 지나가던 곳이었다. 조금 더 가면 버섯 육개장 하는 집도 나오고.
우리는 안성방면에서 올라와서 바로 우회전 해서 고개를 넘어갔기 때문에 휴게소만 보였지 기념관은 못보았던 것이다.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 당시에 이틀간 해방이 됐을 정도로 엄청난 힘으로 독립운동을 한 안성 백성들을 기리기 위해 지어졌다고 한다.
가까이 있어도 한번 가보지도 못한게 부끄럽다. 수원 근처에 제암리도 있고.
기념관 앞에서 (2:37)
휴게소에서 길을 건나 산타나 카페 오른쪽으로 고성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있다. 꽤 넓은 자리에 야외 테이블도 많이 만들어 놓고
노래도 크게 틀어놓았다. 등산복 입은 사람들도 가끔 앉아 있고.
정차장 내외는 발에 물집이 잡힌 부인 핑계를 대면서 나중에 평택에서 만나기로 하고 남고...
다시 고성산을 오르는데 고성산은 꽤 가파른 편이다. 다리도 무겁고...
선달고개(3:18)
평택이나 안성은 평야지대로 저 너머 너른 들이 보인다. 고향에서는 바로 앞이 산이었는데.
언젠가 회사 입사 후 기차를 타고 어디를 가다가 와! 정말 여기 들 넓다 그러면서 놀란 곳이 평택이었다. ㅋㅋ
고성산 정상(3:26)
고성산은 내려가는 길도 꽤나 가파르게 내려간다. 그쪽으로 올라오는 사람들 얼굴이 시뻘겋다.
이번에는 문수암을 향해서 출발. 중간에 이름이 바뀌었는지 이름이 다른 이정표나 산행기 도 있다.
암자라고 하기에는 꽤 큰 규모이다. 해우소 만드는 공사가 진행 중이고 영.정조 시대에 만들어졌다는 안내문이 이해가 잘 안간다.
예전 삼국 시절에는 무한성이 있었다고 한다.
문수암(4:10)
문수암 구경을 마치고 물도 채우고 다시 출발해서 살짝 overrun한 길을 다시 돌아와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평택음성간 고속도로의 소음이 우리를 반긴다. 살짝 내려왔더니 무진장 아구찜이 우리를 반긴다.
내려온 곳에서 무진장 아구찜을 지나 평택음성간 도로 밑을 지나자 마자 산길로 들어서는 곳으로 여부장이 거침없이 들어간다.
따라 들어가는데 수로의 시멘트 블록이 너무 얇다. 1cm도 안되는거 같다.
조심해서 건너려는데 칡넝쿨이 잡는다. 조심스레 밟고 뛰어서 건넜다. 문제는 다음에 일어났다.
이여사님이 건너다가 착지를 잘못하고 말았다. 중간에 칡넝쿨에 걸린듯.
갑자기 다리에서 피가 줄줄... 흐르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다. 본인은 괜찮다고 괜찮다고 하는데 피가 예사롭지 않다.
박부장님이 정말 꽉 지혈을 해서 묶었다. 이 여사님 이 와중에 자기 부부만 따로 갈테니 등산 계속하란다.
아무래도 경숙보살이 된듯...
앞서간 사람 불러내리고 오빠한테 전화해서 콜택시 보내달라고 했다.
콜택시를 기다리면서...(5:02)
재통화끝에 콜택시도 오고 박부장 친구도 오고 평택의 굿모닝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했다.
응급실에서는 기다리란다. 참... 다른 사람 있는건 알지만 기다리는 건 정말 힘들어...
한참을 기다린 끝에 이여사님 마취와 봉합이 끝나고...
평택 터미널 근처에서 간단하게 식사와 소주를 마시고 다들 터미널에서 버스를 타는데
근거리라고 버스가 없다. 전철 타란다.... ㅜㅜ
아들놈 먹을거 없다고 전화오고 비상금 꺼내 사먹으라고 했더니 비상금이 없단다.
에궁...
2번버스 타고 300번 버스 타고 92번 버스 타고 집에 왔다.
발등이 움직일때마다 너무 아프다... 아침 9시부터 8시간은 걸은 셈이다.
누구한테 아프다 소리도 몬한다.
집에 오자마자 가방 홀랑 뒤집어서 설겆이하고 샤워하고 뻗었다.
이러고 나서 또 가겠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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