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퍼부어대는 장대같은 빗줄기 때문에 등산도 뜸하고 지은 죄 많은 사람은 천둥벼락을 피해서 집안에서 살았다. ㅋㅋ
카페 만들고 나서 첫등산을 일요일날 한다길래 이를 어쩌나... 하다가 토요일날 하루 놀기로 하고.
엄마 모시고 언니, 동생과 모처럼 목욕탕 가서 못난 점만 닮았다고 타박해 가며 때밀고, 점심 맛난거 사먹고
마지막으로 옷가게 가서 싸다는 이유로 마구마구 골라서 질렀다.
일요일날 생일인 사람이 있어서 일정이 어찌 될지 몰라 망설이고 있는데 주최측이 얘기가 없길래 그냥 등산으로 정했다.
40년 만에 개방되었다는 우이령을 거쳐서 어찌 옆으로 더~ 가볼 요량인거 같던데 여차하면 내려올 생각을 하고.
반찬거리도 없어서 그냥 배추김치, 부추김치로 담고, 양심은 있어서 아몬드도 볶고 집에 남겨둘 부대찌게도 한솥 끓이고
쭐래쭐래 집을 나섰다. 수유역이면 머나먼 길인데. 나서고 보니 아침을 안 먹었네.
수유역에 도착하니 장난이 아니다! 와글와글 바글바글.. 5일 장터도 아니고...
버스가 왔으나 떠나지는 못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올라타려다 보니...
약간 늦은 박부장을 끝으로 5명이 모이니 이제 우리도 그 대열에 합류하여 억지로 버스에 올라타고 우리 뒤로도 몇명인가가
더 자기들 힘으로 탔다. 간신히 버스가 출발하고 신호대기에 걸리자마자 옆에 버스 두대에서 한명의 기사는 내려서
한명의 기사는 문을 열고 마구 화를 내면서 욕을 한다. 버스 전용차선에서 우리가 탄 버스 때문에 길게 밀려서 화가 난
것이다. 그 기사님 죄도 없지만 어쨌던 화가 날만도 한 일이고... 안에서는 안에서대로 서로 부대끼느라 서로 힘들고..
나중에 내리니 손가락이 쥐가 나고 덜덜 떨린다. 버티느라.. 이런 버스 정말 오랜 만이네.
내리니 여기도 다를 바 없네. 앞으로의 일이 캄캄하네...
간길 : 우이동 - 우이령 - 쉼터 - 하산 - 버스탑승 - 송추유원지 하차 - 여성봉 - 오봉 - 전망대 - 우이암 근처 - 보문능선 - 도봉산역
같이간사람 : 아버지, 여포, 건이, 봉이
얼마나 :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 넘어서까지
우리령 탐방지원센터앞 (10:16)
이렇게 시작을 해서.. 사람이 줄어들 생각은 않고 늘어만 간다....
우이령 넘어 쉼터에서 (10:54)
완전 명동 한복판에 와 있는 느낌! 그래도 굳건하게 전피고 술마시고...
점점 늘어나는 인파를 보면서.... 중공군의 인해전술을 떠올려보았다.
여기가 우이령에서 송추방향으로 약간 내려간 지점이라 앉아서 보면 우이령에서 사람들이 우르르 내려온다.
그래서 기념사진.... 뒤쪽이 우이동 방향 우이령..
그 많은 사람 중에 만난 박사장과 한컷! 정말 신기해...
월요일날 전화왔다. " 넌 웬놈의 외간남자들이랑 그렇게 등산을 다니냐? "라고... 오래 등산다니려면 조금씩만 하라는 선배님 말씀!
우이령을 내려가는 인파! (11:32)
송추쪽의 우이령 탐방지원센터의 사람들(12:11)
우이령에서 무엇을 봤냐고 물으신다면 사람을 봤다고 말해야 합니다.
40년간 숨어 있어서 자연경관이 어쩌고 저쩌고.. 신기한거 거의 없습니다. 군사시설 어디 숨었는지 안 보입니다.
괜히 다음주부터 예약해야 한다고 해가지고 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대한민국 등산인구 참~~ 많습니다.
너무 일찍 내려와서 어디를 갈까 하다가 여성봉을 못가봤다는 사람이 있어 버스를 타고 송추유원지로 이동!
깨끗한 물이 흘러가는 송추계곡 식당들의 넓은 평상과 깨끗한 계곡물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입산!
다시 입산 (12:48)
다리 굵고 튼튼하군... ㅋㅋ
여성봉까지 가서 점심을 먹으려고 하였으나 계획을 변경하여 주저앉은 김에 점심식사 (1:13)
한동안 집안 사정으로 등산안 나온 안사장의 표정이 리얼하게 잡혔다. 그래도 날라다니던데...
치즈김밥에 쌀국수에 밥, 술, 무우~~지 매운 청양고추에 각종 술까정 앉은 자리에서 다 먹고...
흰소리도 몇마디 해가며 개미 군단에게 이것저것 줘가며..
여성봉 올라가기(2:20)
여성봉에서 앞으로 갈 오봉을 배경으로(2:41)
여성봉에서 다시 오봉을 향해 출발....
예전에 뫼오름에서 왔을 때는 반대 코스라 이렇게 힘든 줄 모른거 같은데...
가는 길 곳곳에 등산로 정비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목재, 철재에다가 흙까지 포대에 담겨 군데군데 놓여있었다.
헬기가 짐을 부리는 곳에서 오봉을 배경으로 한장씩!
오봉을 배경으로 (3:17)
오봉산에 도착하여...(3:26)
세상에 뒤로 보이는 저런 바위에까지 사람이 없는 곳이 없다.
뫼오름때는 여기서 그쳤으나 여포아저씨의 강력한 드라이브로 두번째 봉우리까지 따라나선다.
요건 두번째 봉우리에 가서 본 세번째 봉우리를 타고 올라가는 사람들.(3:47)
일단 안사장과 따라 나섰으나 여기 저기 추락 위험 팻말에다가 가지 말라고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
거길 굳이 간다고 나선 사람이나 따라 나선 사람이나 참... 무식하면 용감해요.
일단 45도 경도의 경사면을 살살 엉덩이로 밀고 내려간 다음 나타난 벽을 올라가고 있다. (3:46)
다리긴 여부장은 왼쪽으로 성큼성큼 나는 오른쪽으로 돌아가서 여부장 손 잡고 반동으로 올라갔다. 어이구... 가슴떨려라.
첫번재 봉우리에서 바라보던 박부장, 정차장이 왼쪽의 다른길로 가라고 소리 질렀지만 안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는 여부장 땜시
그냥 아등바등 올라갔다. 올라섰더니 이번에는 소나무 타고 내려가야 한다.
못가! 못가! 했다가 배낭 벗어 제끼고 다시 낑낑 거리면서 내려갔더니 이런 땅에 발이 안 닿네.
이번에는 여부장 어깨 타고 내려갔네. 여기 저기 멍들었을 듯...
바위와 바위 사이의(빨간 배낭 보이는 곳) 작은 선 바위를 타고 내려와 소나무를 옮겨타고 내려와야 한다.
오른쪽의 사진기 든 아저씨는 박부장이 말한 왼쪽으로 올라간 사람. 간편한 차림으로 잘 다니던 사람. 그 뒤로 두세번 조우.
바짝 얼은 은영이를 놀리는 여부장!(3:4&)
토끼봉처럼 두번째 봉우리도 꽤 넓다란 바위가 있었다. 바위에는 줄을 걸 수 있는 고리들도 박혀 있고...
내려다 보기조차 힘들다. 얼마나 정신 나간 짓을 했는지 하산길에 반대편에서 보고서야 알았다.
이번에는 올라가는 길이다. 안이봉 사장의 시범.
먼저 소나무를 오른다. 그 다음 다리를 뻗어서 바위에 발을 딛고 팔을 뻗어서 잽싸게 위의 홈을 잡는다.. ㅋㅋ
시범 조교를 따라서! 아이구 몬산다..
이번에는 아까 반동으로 올라왔던 바위를 내려간다. 여부장 팔을 밧줄 삼아 내려가다가 막판에 튀어나온 바위를 잡아야 하는데
위치가 너무 잡기가 애매해서 그냥 떨어질뻔 하다가 바위를 확 껴안는 바람에 살았다.
그 바람에 팔이 바위에 쓸려서 벌겋다. 십년 감수했다. 얼굴이 하얘졌단다.
이번에는 바위 쪼개진 부분을 잡고 올라가기... 내려오기보다 훨 쉬우나 이미 제정신이 아님...
내려다보면서 '그러게 거길 왜 따라 가냐고' 하는 박부장 진짜 미움..
두번째 봉우리에서 살아돌아와서...(4:00)
잠시 휴식 중 (4:29)
계속해서 구박을 받고 있는 중! 박부장 왈! '나처럼 여기있을테니 갔다와!' 하라고. 자기가 안 갈때는 절대 따라 나서지 말라고.
놀란 심장 진정시키고 있는 중...
오봉을 떠나며 (4:49)
이때부터 여부장이 술이 너무 과했다. 있는 술 다 먹고 가야한다고 다 마시더니....
그런 판단으로 가장 빨리 내려갈 수 있는 코스를 골랐다.
내려가면서 보니 내가 같던 바위(사진에서 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천길 낭떠러지네. 환자가 왜 그런델 갔을까?
기념으로 오봉을 배경으로 (5:00)
시간이 어느덧 5시가 넘었지만 여름 날이라 어두워지지는 않고 서울에서 가까워서 그런 다들 서두르는것 같지는 않았다.
나와 안사장이 약간 조급해 하는 듯.
여부장은 술이 취했는지 굉장히 기분이 좋아 보였고 정차장은 늘 뒤~에서 와서 잘 모르겠고..
바로 내려갈 줄 알았더니 웬걸 도봉산 방향으로 또 능선을 올라간다.
도중에 발견한 오봉샘! (5:14)
물 마시고 물병 채우고 수건도 적시고 물벼락도 맞고...
조금 더 가니 계곡물이 흘러가는 곳에서 잠시 휴식!
안사장 물고문 중!
여유로워 보이는 박부장의 휴식!
반면 여부장은 박부장 시선이 머무는 곳에서 전신 입수!
어제 위기탈출 넘버원 보니까 이러면 심장마비라고 하던데 어이구 이때 벌써 큰일날 뻔 했네.
다시 이상한 등산로를 우기는 여부장을 끌고 간 우이암 배경의 바위...(6:08)
여기서 다시 되돌아내려와서 보문 능선으로 간다고 다들 내려왔는데 한 사람만 굳이 옛날 절벽길로 갔다.
웬수!
세상에는 여러 타입의 내 웬수가 있는데..
들은척 만척 하는 웬수!
무조건 no 하는 웬수!
더 나아가 죽어라고 말안듣는 웬수!
이 세번째 타입이었던 거다. 여부장이...
위태위태해서 지켜보는 가운데 바위를 타고 내려오다 그대로 굴러내려오는데 또 심장이 벌렁벌렁...
비명은 내가 지르고...
아이고! 이여사님 구르는거 봤지, 다치는것도 봤지... 세번 연속 등산에서 이런 일이...
거기다 고미영씨의 죽음까정...
천만다행으로 여기저기 긁히고 피가 좀 나기는 해도 부러지거나 하진 않았지만 거의 제정신이 아닌듯.
놀래서 그런건지 술이 취해서 그런건지.... 계속 괜찮다! 미안타!
후두까서 내려가듯이 가는데 걸음걸이 비틀비틀, 그러면서 속도도 줄이지 않고.
내내 어찌나 가슴을 졸였던지..
내려가다 또 한번 다리찢기를 하는 바람에 이번에 샌들 끈도 튿어지고, 양말 뒤 쪽 둘다 구멍나고...
바지는 흙 투성이에다가... 다리 여기저기는 쭉 긁혀서 피가 맺혀 있지...
한 마디로 가관인거라...
내려오도록 아직 술이 안 깬거 같고 박부장의 쓴소리쓴소리...
내려와서 생환기념으로 또 술먹었다. ㅎㅎㅎ
술 다마시고 전철타고 오는데 반대편에서 따갑다고 계속 투정이다.
이제 도착하니 11시 5분이다. 남편이 쳐다도 안본다. ㅋㅋ
잽싸게 샤워하고 설겆이하고 모르는척 하고 누워서 잤다.
음주 산행은 정말 위험하다는 것을 가슴 깊이 새기고 그래도 무사히 내려온 걸 천운이라고 여기고
감사하게 다음 산행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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