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간 사람 : 둘리 내외, 여러시, 나
산행 코스 : 당포1리 - 성주사 - 종지봉 - 성주봉 - 운달산 - 석봉산 - 조항령 - 당포1리
산행시간 : 9시 45분 ~ 4시 10분까지 (6시간 정도)
산행 지도 입니다. 우리는 편하게 임도로 하산하였는데 지도는 그렇게 표시된 걸 못 구했습니다.
가고파 list에 있던 종지봉~조항령 코스를 코스를 가기로 했단다.
내가 제일 무서버하는 바위가 그대로 수직에 가깝게 서 있는 코스인디... 미버라...
일요일 아침 일어나니 천둥과 벼락을 동반한 비가 내리고 있다. 안갈 사람도 아니고 짐을 챙기면서도 아슬아슬타..
신종 플루도 유행인디 비쫄딱 맞고 나서 감기 걸려 골골 거리면 누구 고생인디...
그래도 가야지 하면서 이리 저리 짐챙기고 갈아 입을 옷은 아예 일습을 다 다른 가방에 쌌다.
우산까지 들고 가기는 귀찮아서 그냥 택시를 타기로 하고 전화를 했더니, 택시가 너무 빨리 왔다.
죽전에 도착하니 6시 40분 밖에 안됐다.
한 무리의 보살님들이 어딘가 가기위해 속속 집결하고 있었다. 부지런히 이 사람 저사람 전화해서 이차 타라 저 차 타라...
와글와글와글와글~ 한 가운데 혼자 우두마니 서 있었다.
7시 쯤 문자를 보내서 빨리 오라 했더니 이빗속에 어딜 가냐고 답장이 오네.
아무 버스나 탄다고 했더니 선바위 역에서 둘리 내외 기다리는 중이란다.
예정된 시간에 차에 타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이런 문경새재 ic를 지나가버렸네.
다시 고속도로를 나가서 빙 둘러서 다시 고속도로를 타고 문경새재에서 내리니 이번엔 당포리가 어디람...
다시 이화령을 넘어갈 태세다. 예전에 영주에서 청주거쳐 올때 다닌 길이라 눈에 익다. 더 가면 안된다.
차를 세우고 다시 지도를 보고 문경온천 오른쪽으로 길을 잡았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대로 가니 당포2리가 나온다.
느티나무 숲에 주차를 하려고 하길래 당포1리로 가야한다고 우겨서 조금 더 위로 올라가서 읽었던 산행기에 나온
당포1리 노인 회관 앞에 차를 세웠다. 대형버스 한대가 와 있다.
다행히 문경은 비가 안온다. 비가 오면 오르기 힘든 바위라 지도책도 여럿 가져온 여러시 아저씨 걱정 덜었네.
노인회관 앞에 있던 비. 한번 찬찬히 음미해볼만한 글.
주섬주섬 챙겨서 길을 나서니 아까 섰던 느티나무 숲과 주차한 곳의 딱 중간에 들머리가 있다.
들머리 이정표가 처음 보는 스타일이다. 모냥이 아니라 이렇게 씌여 있다.
성주봉 2시간 정도! km도 아니도 2시간도 아니고 2시간 정도래~~ 우하하하하
산 위에 가니 운달산 이정표에도 이렇게 표시되어 있었다.
2시간 정도를 가리키며 웃다~ (9:37)
조금 올라가니 허름한 집 안마당에 까막눈이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조각 작품들이 있었다. 비록 곶감 광주리를 머리에 얹고 있지만.
울레미 아저씨 왈, "이집 아들이 홍대 미대 나온거 아녀?"한다. 세발짝 걸어가니 지붕 위에도 있었다.
앞 마당의 예술 작품
지붕 위의 예술 작품
커다란 바위로만 이루어진 듯한 종지봉의 전경!
종지를 엎어놓은 듯하대서 종지봉이라나 뭐라나... 투구처럼 생긴 듯도 하고.
성주사의 미완성 대웅전(9:44)
새롭게 단장을 하고 있는 듯. 그런데 돌탑에 天地(천지신명일텐데 아무도 모르는 글자가 세번째 있었다) 明, 七星元君 등 패를 모셔놓고 각기 치성을 드리고 있었다. 약간 전통 불교에서 먼 듯한 느낌이...
그러다 보니 들어오는 길에 웬 건물에 태극기도 걸려있고 왼쪽에 하느님, 오른쪽에 아미타 부처님 현판을 걸어놓은 집이 생각났다.
성주사에서 바로 오른쪽으로 종지봉을 오른다. 처음부터 급경사를 올라가는데 모녀가 포기하고 내려오더니 조금 있으니
아저씨가 내려온다. 아저씨 우리를 지나치자 마자 쭉 미끄러진다. 공포분위기 팍팍 만들어진다.
발목이 벌써 뻐근하다. 평소 구두신고 다니던 것과 반대 방향으로 거의 최대한 발목을 당겨서 네발로 기어야 한다.
요가에서 다리를 붙인 채 앞으로 팔고 갔다가 되돌아오는 자세를 많이 연습할 걸...
일어서서 걸을 수가 없다. 누구는 잘 걸어가고 누구는 잘 기어간다. 나는 이도 저도 아니다.
땀이 펑펑 쏟아지고 발목에 무리가 온다.
잘 기어가는 울레미!
조금 더 가니 다행히도 밧줄이 있어서 그나마 반쯤 일어서서 영차영차!
요리로 오라고 해서 찍힌 사진! (10:03)
계속되는 바위타기
종지봉에 가까워지니 올라가던 바위에서 옆으로 빙 둘러서 종지봉을 올라가게 되어 있다.
대형 버스로 온 듯한 일행 몇이 뒤떨어져 있다. 앞으로 계속 정체가 예상되어 앞질러야겠다고 속닥속닥!
올라가는 길에 두루두루 경치를 구경하니 백두대간 주흘산도 보이고 우리가 출발한 당포리의 과수원도 멋지고
옆의 야트막한 산의 단풍도 멋있고 오른 쪽은 댐 공사를 하는 듯한 곳도 있다.
종지봉이닷 (10:25) 565m로 납작한 돌에 누군가 써놓았다.
에궁 내려가는 길은 더 죽음이다~
둘리님의 멋진 하강!
내려서서 조금 올라오니 뭔가 하나만 빼면 와르르 무너질듯한 바위가 하나 있다.
서로 의지하는 바위라고 어디선가 본듯하다.(10:35)
바위를 지나자마자 능선 너머로 나타난 심란한 소나무!
참 저렇게 자라기도 쉽지 않았겠다... 하는 생각이...
앞으로 가야할 성주봉까지의 암릉들.
잠시 둘리님이 준비해온 막걸리를 마시면서 앞팀과 간격을 벌이려 하였으나 다 먹고 올라갔더니 웬걸 그 팀도 쉬고 있네.
아까 본 아저씨 왈 "종지봉에서는 앞질러 갈 것처럼 그러니 많이 쉬셨네"란다.
말씀대로 해줘야지.... 부리나케 쭉 내빼는데 웬걸 줄줄이 다 따라오네.
거의 수직으로 밧줄타고 20m 내려가는 정체 구간에 다행이 일행 넷이 먼저 도착했다.
살아야지~~ 조심조심~ (11:07)
무사히 네명 모두 내려오고 바로 앞에 있는 바위를 또 기어 올라간다.
이런 그런데 갑자기 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러면 안되는데 안되는데...
그래도 계속 나아간다. 오르락 내리락...
비구름이 몰려오니 마지막으로 경치 구경하라는 여러시의 말씀!
저만큼 종지봉이 보인다. 맨 끝에 쪼매나게...
성주봉 도착(11:40) (961.8m라고 돌에 씌여 있으나 문경대간 안내도는 891m라고 나온다.)
2시간 정도 걸린게 맞네... ㅋㅋㅋ
성주봉에서 다들 비무장을 한다. 백운산 산행 이후 바로 샀다는 울레미의 black yak 우비도 등장하고 둘리님의 분홍색 k2 우비도
등장하고 여러시의 까만색 비옷에 나는 동생이 사준 고어텍스 티타늄 상표도 선명한 신상 쟈켓... ㅋㅋㅋ
정말 빗물이 도로록 흘러내린다. 나중에 동생 전화왔다. 정말로 그러냐고...
이때부터 비가 정말 많이 온다.
빗물에 밥 말아먹기 싫어서 장소를 찾아보지만 당췌 비 피할 곳이 없다. 바위도 많건만.
밥먹을 장소 물색하느라 빠르게 진행하던 여러시가 찾아낸 장소!
점심 먹은 장소 (12:49)
옆에 있던 나무등걸까지 가져다가 터를 만들고 간신히 라면 끓이고 머리로 내리는 비를 막고 밥먹었다.
정말 밥이 목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 (사래 들렸거든...)
배낭에서 밥과 반찬을 꺼내는 것도 완전 쇼~ 챙겨 넣는 것도 쇼다~
간신히 점심을 정말 때우고 부랴부랴 또 길을 나섰다.
그렇게 조금 더 갔더니 이런 장소가 나와서 여러시 또 한동안 자책한다.
이게 있다는 걸 알았는데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석굴에서 (1:10)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비가릴 수 있을 때 감도 까 먹고 술도 한잔 마시고.. 다리도 좀 쉬고...
다시 오르막오르막 길을 헉헉대면서 걸어갔다. 지금쯤이지 싶을 때 운달산이 안 나타나고 3분 더 가니 운달산이 나타났다.
운달산 정상(1:50) 1097m
비가 이때까지 한여름 장마비 오듯이 왔다. 이미 온 몸은 다 젖었는데 쟈켓 앞쪽만 멀쩡했다. ㅋㅋ
운달산 정상은 굉장히 넓고 엄청나게 많은 리본들이 매여 있었다.
여기서 바로 하산하자고 말해보았으나 지도 상에 당포리 가는 루트가 없다.
괜히 이상한데서 헤메지 말고 조항령까지 가자고 한마디로 잘리고...
단풍 낙엽이 수북이 쌓인 길은 부리나케 내려가기 시작했다.
금새 헬기장에 도착하고 (1:59)
이때부터 비가 그치고 날씨가 개기 시작한다.
저멀리 보이는 구름 사이의 산들.(2:16)
석봉산 정상(2:23) - 983m
거기에 세워져 잇는 문경대간 산행 안내도!
다음부터는 냅다 뛰는 마음으로 부리타게 걸었다. 저 멀리 맑게 갠 하늘이 나타나고 하얀 구름위에 산들이 나타나기도 했다가
다시 구름이 우리를 감쌌다가 하는 날씨가 계속 되었다.
정말 깨끗한 흰색의 구름인지 안개인지 모를 것 위로 보이는 봉우리들은 신비하고 청량했다.
석봉산에서 40분 걸린다는 조향령을 향해 걸었다.
간간히 멋진 풍경보면서 푹신한 낙엽길을 한두번씩 미끄러져 가며...
다행히 완전히 넘어진 사람은 여러시 뿐이었다. 그나마 배낭을 베고 누워서 옷은 안 버렸고..
이런 거에서 다리가 튼튼해진걸 느낀다.
분명 오른쪽으로 가면 조항령이 나올 것같은 곳에 도착했다. 길이 희미하다.
왼쪽이 그나마 산악회 종이도 한개 있고 탐색을 나갔던 두 남자가 왼쪽으로 길은 잡는다.
팍팍 내려가더니 이번에는 오른쪽으로 빙 돌아서 짠하고 나타난 조항령의 정자.
조항령 정자 (3:11)
간단히 남은거 꺼내서 먹고 마시고... 임도를 따라 내려가기로 한다.
우리가 본 모든 지도에 너덜지대 주의라고 씌어 있어서 잔뜩 겁을 먹었지만, 때론 자갈로 때론 시멘트로 임도가 잘 닦여 있다.
다만 지그재그로 왔다갔다 해서 거리가 약간 늘어난 느낌은 있었다.
구름 속의 조항령과는 달리 경치 못본다는 여러시의 투덜거림이 들렸는지 절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멋진 배경 앞에서...(3:20)
구름 없는 쪽이 우리가 산행했던 종지봉-성주봉 능선...
지그재그 길이라 한번 꺾을 때마다 보이는 곳이 다르다. 멋진 사진 쫙~~
이 산은 분명 너덜지대이다. 지그재그로 길을 걸어오면서 위를 보면 거의 모든 산에 돌들이 굴러내려온 자국과 쌓인 곳이 있었다.
위험해 보였다. 저런 곳을 저 각도로 내려왔다면 완전 죽음이다.
임도를 따라 편히 독바위도 지나고 슬슬 정자도 나타나고 이정표도 나타난다.
묵밭의 감도 탐스럽게 달려있고.
다시 종지봉이 눈앞으로 다가온 걸로 봐서 산행기점에 다와가나 보다.
좀 잘 지은 주택인가보다 하고 지나쳤던 문경요와 배경의 성주봉..
당포리 마을회관에 도착했더니 대형 버스 두대가 서 있고 와글와글하다.
식사 설겆이가 한창이고 마을 어르신 몇 분은 작은 전을 펼쳐놓고 조롱박이니 쥐눈이 콩이니 참기름, 들기름 등을 팔고 계셨다.
이 곳은 사과도 많이 심고 콩도 많이 심는 동네인 듯 하였다.
잽싸게 옷 가방 들고 가서 화장실에서 샥 갈아입고 세수도 하고 발도 닦고 ... (먼저 와 있던 다른 팀들이 노인회관에 양해를
구해서 사용하고 있어서 아무 거리낌 없이 사용했다. ^^)
이럴 때 쓰려고 가져온 비닐을 등산화에 넣어서 신으니 일단 온 몸이 축축하지는 않다.
옷 가방 메고 온 보람이라고나 할까?
오늘 산행은 무척 variety 했다.
산행 코스는 처음에는 네발로 기는 암벽으로 시작해서 수직으로 로프타고 내려오기도 두어번, 성주봉까지는 암릉의 연속이었고
운달산까지는 중간 정도, 운달산부터 조항령까지는 푹신한 낙엽길. 조항령-당포리는 시멘트 임도..
날씨는 맑았다고 비오다가 비가 억수같이 오다가 개었다가 또 비오다가 개이고...
아침에는 더워서 땀 펑펑 쏟다가 비쫄딱 맞고 달달달 떨다가 내려올 땐 젖은 옷 다 말리고...
어쨌던 팔다리가 뻐근하다.
가고파 list에서 한줄 행하고(이런 코스는 빨리 지워야해~~)
막히는 길을 여러시 열심히 운전해서 양재까지 갔다가 집에 왔더니 9시가 조금 넘었다.
(이렇게 쓰니까 여러사람이 운전한 것 같네. 좋은 이름이야!)
오늘도 몸고생하고 눈호강하고 배곯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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