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날이자 마지막 날이다.
날씨는 꾸물꾸물하다. 서울에는 강추위다 눈이 내린다 하고 전날 UAE 원전 수주 소식이 어제 저녁부터 아침까지 계속 TV에 나온다.
꽃노래도 하루 이틀인데 하는 생각이....
아침에 일어나 세수하고 했지만 다들 너무 부지런을 떨었다.
밥먹으러 오라고 연락도 오기전부터 다 준비하고 기다린다. 병이야~~
식사시간 10분전에 내려갔더니 다행히 밥을 준다.
잽싸게 밥을 퍼서 앉았는데 공동으로 반찬을 먹자는 소리를 못 알아들었다. 내거만 퍼갔다.
이번에는 고등어 조림에 콩나물 북어국이다. 정말 거의 든게 없는 국이 신기하게 맛있다.
뭘 넣었을까???
일단 생수기에서 뜨거운 물을 가득 담았다. 어제 물 좀 끓여 달라했더니 도저히 안된다 소리를 들어서.
조금 있으니 예사롭지 않은 포스를 풍기는 어르신들이 내려왔는데 댄스스포츠 ~ 연수단이란다.
방에 가서 양치하려고 올라가는데 지배인이 나갈 때 열쇠주고 가란 소리를 세번씩이나 한다.
참나원.. 줘도 안 가져가게 생겼더구만. 용심이 생길라 한다.
양치하고 짐챙기고 로비에서 스패츠를 착용하기 시작한다. 호텔 여사장이 나와서 자기는 등산 한번도 안해봤다며
등산장비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중, 비싸다는 둥, 단체 손님 오면 정말 좋은 옷 많다는 둥 말을 건다.
오늘의 코스는 새로 열린 돈네코 코스가 정상을 갈 수 없다는 말에 정상에 못가본 날 위해 성판악 코스를 잡았다.
호텔 로비
성판악 등산로 입구 (8시 40분)
인솔자와
아홉 사람이 내렸다. 인솔자가 우리더러 잘 챙겨서 올라가라고 하고 자기는 내뺐다. 인솔자가 아닌겨...
날씨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조금 올라가니 정말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정상에 다가갔을 때는 해도 파랬다.
올라가는 길.
파란 하늘 등장!
중간 쉼터에서. (10시 42분)
미래 산악회와 만났다. 참 여러번 만났다. 나중에 보니 횟집도 같은거 같았다.
월요일인데도 등산로에 눈이 많아 앞의 사람이 못 가면 뒷사람은 계속 밀리게 되었다.
여러시와 여러번 사람들을 앞지른 결과 이번에는 일행들을 그 뒤로는 못 만나게 되었다.
파란 하늘과 눈꽃
진달래 밭의 멋있는 눈꽃 나무에서.(11시 19분)
황홀한 경치에 빠져서 사진을 찍고 있는데 누군가 소리를 빽 지르고 지나간다. 그 발밑이 다 진달래 나무라고.
냉큼 나왔다. 내년에 와서 진달래 무사한가 봐야 하나?
진달래 대피소(11:30)
사람들에게 치여서였는지 경치구경하느라 그랬는지 시간이 조금 많이 걸렸다.
12시까지는 대피소에 도착해야 정상에 올려보낸다는 안내판이 여기저기 있었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점심을 먹기로 했었으나 시간상 컵라면만 먹고 가기로 했다.
대표로 메아리가 아이젠 벗고 가서 사왔다.
살벌한 방송이 나온다. 대피소 앞에 아이젠 벗고 들어오라고 써놓은거 못읽어요! 당신들은 집에 들어올때 신발 안 벗어요! 이런다.
겨울이면 100% 아이젠을 신는데 나같으면 뭘 깔아놓겠다. 목터지게 안 외치고...
늙어가는지 왜 이렇게 작은거에 화가 나는지...
컵라면 하나씩을 먹고 부리나케 정상을 향해 출발하였다.
점심도 안 먹고 빨리 가자고 할 땐 언제고 또 왜 그렇게 빨리 가냐고 여러시가 쉬엄쉬엄 사진도 찍자고 한다.
점점 더 멋있어 지는 경치와 함께.
너무나 파란 하늘과 회색과 시커먼의 중간인 구름이 교대로 나타난다. 해마저도 파란색으로 보인다.
고도 1800M 돌파! (12시 32분)
눈꽃과 까마귀!
정상가는 계단길.
목책에 핀 눈꽃.
맑은 하늘과 함께한 목책의 눈꽃.
한라산 정상! (12시 52분)
정상에 가면 고목을 부둥켜 않을 거라 해서 뭔 소린가 했더니 이 소리였음.
정상에 가기 전까지 파란 하늘과 구름이 교대로 나타났다. 내려오는 분에게 물었더니 아무것도 못봤단다.
정상에 도착했지만 구름이 가득하다.
조금 기다려보기로 하고 1M 아래의 데크에 도시락을 펼쳤다.
두 숟가락 먹고 났는데 사람들이 웅성웅성하더니 거짓말처럼 파란 하늘이 나타났다.
바로 뛰어 올라갔더니 반대편 능선이 나타난다.
다시 도시락으로 돌아오니 이번에는 사람들의 감탄사가 들려온다.
다시 올라갔다. 파란 하늘아래 백록담이 완전하게 모습을 나타냈다.
백록담에서.
백롬담 전경
밥먹고 이런 포즈 저런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밥먹고 있는 사이에 국립공원 직원으로 추측되는 사람이 핸드마이크를 들고 관음사 코스는 눈사태의 위험이 있어서 갈 수 없다고
성판악으로 도로 내려가라고 한다. 그래도 여러시 아저씨 계속 갈 수 있을 거라고 기회만 엿보고 있다.
역시 노련한 공무원 아저씨가 길목을 딱 가로막고 버티고 있자 포기한다.
정상 바로 밑에서.
우하하하! 구름위에 내가 있네.
저 파란색이 아래에 있었으면 뛰어들고 싶다~
하산길의 메아리...
하산길!
TV에서 본 에베레스트 등반 모습을 연상시킨다.
성질대로 급하게 내려가는데 뒤에서 또 불러세운다. 요렇게 사진찍으라고.
정상은 다시 흐려지고 시커먼 구름이 또 발밑에 나타난다.
사람들은 서둘러 우루루 또 하산한다. 시간 통제가 있는게 이상했는데 여기는 숙박시설이 없단다.
해지기 전에 다 하산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을 정해놓은 것이다.
하산길 진달래 대피소 (2:32)
하산완료 (4:14)
빨간모자와 노란파카 커플은 계속 우리 뒤따라 왔는데 중년 부부 두쌍은 결국 아침에 헤어진 후로 내려와서야 만났다.
정상에서부터 인솔자에게 여러시가 전화하여 다시 성판악으로 간다 하니 말귀를 못알아듣고 12시까지 진달래 대피소도
못갔느냐고 딴소리를 한다. 4명이 못 올라갔다하니 밑에서 기다린단다.
등반증명서를 1000원내고 발급받다. 아들 보여주려고..
휴게소에는 두 커플이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내려오고 나서 좀 있으니 빨강노랑 커플이 내려왔다.
어제부터 내 모자만 보고 따라다녔단다. 죽어라고 따라가면 어느새 또 사라지고 사라지고 해서 죽는줄 알았단다.
그래도 정상까지 따라온 커플이고.
그날 생일이라는 전날의 웬수 커플과 결혼기념일이라고 여행온 커플은 사람들에 밀려서 사진 찍느라 진달래 대피소에서
잘린 듯.
내가 등반증명서 보여주자 결혼기념일 커플이 가서 등반증명서를 받아온다.
증거사진이 없다고 하자 직원이 정상에 집이 몇채냐고 물어보았단다. 그랬더니 이 분 이실직고하였단다.
그러고서는 증명서를 부부 각자 받아왔다. 버스는 한~참 후에야 도착하였다.
멋진 경치사진 몇장~
버스는 왔으나 또 일행들의 행선지가 엇갈린다. 수원 아주머니들은 사우나를 선택해서 회는 못 먹겠다하고
오늘 올레길을 혼자간다고 한 일산 언니는 반대로 숙소에서 타고...
우리는 갈길이 멀어서 마음이 바쁜데 횟집은 좌석이 없다하고..
어쨌던 우여곡절 끝에 횟집에 앉았다.
요런 상을 앞에 두고.
갈치회도 한점씩, 고등어 회도 한점씩, 병어회도 한점씩. 소라도 있고 다양은 하였으나 썩 맛이 좋다거나 하지는 않았고.
제주도 소주도 마시면서 드디어 이런저런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다.
13년간이나 산악회 회장을 했다는 일산언니의 아이더 예찬론, 부모님 대신 얼떨결에 왔다는 빨강노랑 커플.
인솔자의 이야기... 등등.
밥먹고는 바로 공항으로 출발!
티켓팅하고 짐부치는데 서울에서는 강제로 칭칭 테이프로 동여매더니 여기서는 매달라고 해도 자꾸만 안해주려고 한다.
그래서 끝까지 해달라 했더니 테이프 주면서 한개는 해달랜다. 쩝! 너무 잘해서 스틱 보호 고무 하나 없어졌다.
제주공항 기념 한장!
서울에 전날부터 눈이 많이 왔다해서 걱정을 했지만 비행기는 활주로에서 약 4분간 대기한 후 무사히 이륙하고
김포에 잘 내렸다. 하늘 위에서 저기가 어딘가 정답도 모르는 세 사람이 열심히 추측도 해보고.
김포에 내려서 짐 찾고 결혼기념일 커플과 인사하고 여러시는 전철로 메아리와 나는 시외버스 정류장으로.
먼저 메아리 가고 나도 다행히 금방 버스가 와서 탈 수가 있었다. 보고 문자 보내고.
한숨 푹 자고 났더니 수원이다.
이틀간 꽉찬 여정이었다.
한라산은 생각했던 것보다 그리 힘들게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그 풍광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흰눈과 파란 하늘과 사람들.
올레길은 좀 더 찬찬히 할 걸 이라는 아쉬움이 남았지만 그래도 좋은 경험이었다.
'나의 산행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락산-백운산- 광교산 이어가기 (20100109) (0) | 2010.01.13 |
---|---|
눈쌓인 공룡을 가다 (20100103 설악산!) (0) | 2010.01.07 |
아줌마는 무서워! (20091227~18 제주도 여행) 첫째날.. (0) | 2010.01.04 |
체감온도란 이런 것이다 (20091219 태백산 산행) (0) | 2009.12.31 |
작은뫼오름의 꽉찬 송년모임 (0) | 2009.12.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