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눈쌓인 공룡을 가다 (20100103 설악산!)

pc100 2010. 1. 7. 17:37

같이 간 사람 : 여러시, 서울에 있는 영리산악회에서 모은 약 35명.

코스 : 오색 - 대청봉 - 희운각 - 무너미고개 - 공룡능선 오르락내리락 - 마등령 - 비선대 - 소공원

        가장 보편적인 코스이다.

시간 : 오전 3시 15분부터 ~ 오후 3시 20분까지..

 

2일 밤 11시 30분 집결인데 조금 일찍 도착하여 양재역과 서초구민회관 사이를 왔다갔다 하면서 시간을 때웠다. 

조~금 추웠다.  시간에 맞춰 나타난 여러시와 반더룽 산악회 차를 기다렸지만 안나타났다. 

25시 산악회에서 내린 분이 어디 가냐고 하길래 대청봉 간다 했더니, 

서울에서 설악산 가는게 또 있어요?  이런다. 분위기가 서울 전체에서 한대 가는 듯한 뉘앙스.

역시나 그 차란다. 차에 탔더니 사람들이 꽤 많다.  

복장이나 장비들이 만만치 않아보인다. 안내자도 4명 정도나 돼 보이는 듯.

다들 장비가 많아 자리를 많이 차지한다. 이러저리 비켜줘서 끝자리에 앉았다. 

돈 걷고 잠깐 안내하는데 공룡능선은 희운각에서 숙영한 사람들이 7시 30분쯤에는 가니까 

안내자 신경쓰지 말고 부지런히 가서 그 사람들이랑 같이 가라고 한다. 

장비나 차림으로 봐서 많이 갈 줄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내설악 광장이라는 휴게소에 새벽 2시경 도착하여 잠시 쉬라고 하더니 새벽 3시에 오색에 내려놓는다.

입구를 지키는 아저씨 별다른 난방장치도 없어 보이는데 홑겹 옷에 맨말에 슬리퍼 차림으로 앉아있다.

알고보니 4시부터 개방인데 사람들이 무언으로 압력을 가하니 3시 15분경에 문을 열어준다.

 

오색에 있는 커다란 바위

사방은 깜깜하고 눈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다. 의외로 입구에서 물흐르는 소리가 난다. 안 얼었단 말인가?

차안에서 만난 충북협회 산악회 회장님과 여러시가 앞장 서서 올라간다. 이틀간 놀았더니 힘들다!

말이 이상하다. 이틀간 놀았으면 힘이 남아돌아야 하는데.  쌕쌕 거린다.

처음에는 우루루 가던 사람들이 점점 간격이 벌어진다.  어떤 남자가 비켜달란 말도 없이 툭 밀고 지나간다.

기분이 상하려고 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어간다.  회장할아버지 아이젠이 너무 거창해서 걷기가 힘든다 한다.

빙벽에 올라갈때나 에베레스트 정도 올라갈 때 사용하는 발 앞쪽에도 날이 달려있는걸 신었으니 계단 올라갈 때마다

걸려서 고생이다.  중간에서 아이젠을 교체하시는 걸 기다리다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해발 910m(4:09)

 

 해발 1110m(4:50)

언제 한번 설악폭포를 구경해야할텐데 맨날 오밤중에 오니 물소리도 듣기가 힘들다.

이런 말을 했더니 낮에 올 곳이 못된단다.  ㅎㅎ

사람들과 간격이 점점 벌어지고 앞에 여러시인가 하고 열심히 따라갔더니 아까 밀치고 지나갔던 아저씨다.

나한테 대단하십니다! 이런다.  같이 올라가면서 뭔 소리래?

이제 대청봉 바로 밑의 약간 편한 길이다.

눈이 많다. 맞바람이 분다.

 

대청봉 500m전(5:48)

옷을 더 꺼내입고 갈까 하다가 그것도 귀찮아서 열심히 걸었다.

대청봉 100m 밑,  강풍에 눈이 섞여 날아와서 눈을 뜰 수가 없다.

바람이 일정한 방향도 없는지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 봐도 마찬가지다.  

 

대청봉(6:06)

은영이 살려~  

숨을데가 없다. 대청봉 정상석을 껴안아봐도 조금 밑의 바위틈에 숨어봐도 바람을 피할 수가 없다.

살을 에는 바람이란 말이 실감난다.  너무 춥다! 이가 닥닥 부딪치고 온몸이 덜덜 떨린다. 목이 삽시간에 맛이 갔다.

사진 두장 찍고 전속력으로 중청대피소로 내뺀다.   

어떤 사람 헤드램프의 램프가 빠진 줄도 모르고 가버렸다.

여러시가 주워서 차안에서 주인을 찾으니 바로 옆자리 아저씨가 자기꺼란다.

중청대피소에서  라면을 끓여서 아침을 먹는다.  계속 온 몸이 덜덜 떨린다.

대피소 조리실에는 많은 사람들이 벌써 아침을 먹고 있다. 여기서 잔 사람, 소청에서 잔 사람.

아침에 올라온 사람은 없는 듯 보였다.  여러시는 저리가라의 짐들이다.  심지어 들통도 있었다. ㅎㅎㅎ

회장님을 기다렸다. 공룡을 가실듯하여. 그분 라면 드실 때까지 기다리며 화장실도 들락날락 하고.

 

중청 대피소를 나서며.(7:27)

 

해가 떠오르고 있나보다..

중청을 향해 가는데 마주 오던 분이 나더러 얼굴 더 가리라고 한다. 칼 바람이 불어서 볼이 터지는거 같다고.

겁을 잔뜩 먹었다. 중청을 거쳐 소청을 거쳐 희운각으로 내려가는 길로 들어섰다. 

여러시에게 물어봤다.  어디가 바람이 분다는겨?  그 사람 대청 바람을 아직 안 맞아서 그런 소리를 했나벼...

 다시 그 아이젠으로 갈아신은 회장님 참 빨리 내려가신다.

반면 스틱 도 꺼내고 버티는 여러시 아저씨 엉덩이로 내려가려고 한다.

안그래도 3-4명의 아주머니들이 엉덩이로 밀고 내려가길래 언니 우리는 어쩌라고! 라고 소리쳤는데.

 

내려가는 길에 신선대를 배경으로 (8:11)

 

공룡능선에 햇살이 드는 장관. 

햇살은 정말로 마법같은 존재이다. 이런 멋진 광경을....

희운각 가는 길은 눈이 비교적 많지만 안내자가 말한것처럼 양쪽에 터널  이 정도는 절대 아니었다.

이번 산행에서는 정말 스틱의 소중함을 알았다. 정말 힘이 된다. 

그래도 안 미끄러지고 조심조심 희운각을 향하여..

앞서가던 회장님이 중간에 또 넘어졌다.  아무래도 길에 비해 너무 과한 아이젠을 하신 듯 자꾸 걸린다고 하신다.

그러시더니 힘드셨는지 공룡을 안가신단다.  같이 가실 줄 알고 기다렸는데...

희운각을 지나쳐 무너미 고개를 향해 갔다.

 

무너미 고개에서 (8:22)

처음부터 이상했다. 공룡능선 이정표가 있는 곳에 발자국이 없다.   조금 앞에는 있는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나는 여러시 믿고, 여러시는 가기로 한 길이니 공룡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발자국이 있다 없다 하는데 많이 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바람이 부는 곳은 발자국이 눈에 덮여 버렸고 그래도 길을 못찾거나 할 정도는 아니었다.

 

신선대 가는 길 (8:30) 끄~~ㅇ 차!

짧은 다리에 아이젠까지 신고 있으니 경사 오르기가 더 힘들다. 눈도 수북하고..

그런데 멋진 설경 찍으려고 가져온  여러시의 보물 DLSR이 파업을 한다. 너무 추운지 밧데리가 없다고 일을 안한단다.

그래도 준비성 있게 디카도 가져와서 사진 찍어 가며 DLSR 밧데리 품에 안고 갔단다.

 

신선대인가? (8:49)

 

설경을 배경으로 ㅋㅋ

 

올라가고

 올라가서 사진찍고

 

제주도와는 또 다른 파란색 하늘과 멋진 소나무(9:06)

 

그림은 멋지나 끙차끙차 올라가려니 힘들다...

 

내려가고...

 

올라가고.

 올라갈 땐 힘들고 땀나니까 귀마개가 머리 위로, 계곡을 통과할 땐 귀마개로...

 

사진 좋다!

 

이곳이 마의 1275봉 올라가는길!  (9:47)

이곳을 통과하기전 스틱이 부러져 버린 여러시.  여기는 눈이 아닌 얼음이 섞여 있었다.

경사는 급하고 발은 자꾸 미끄러지고 의지할 데는 없는데 올라는 가야하고 위에서 자꾸 미끄러지는 거 보니 간이 오그라들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산행을 하는 여러시를 처음 보았다. 미끄러운 길에 약하다나...

어쨌던 내색도 못하고 서로 거의 죽을둥 살둥 기어올라갔다. 올라갔더니 왠 사람이 혼자 간식을 먹으며 쉬고 있다.

공룡에 들어와서 처음보는 사람이다.  대단타!  이런 날씨에 혼자라니.

여길 내려갈거냐고 했더니 그래야지요! 한다. 재고해 보시지요! 했더니 자기가 온 길도 대단하단다.

아까 칼바람 얘기하면서 조심하란 사람이 생각이 났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정말 그랬다.

거기가 최대 난코스니까. 올라가기도 힘든 눈길을 내려간다고 하니.

지금도 그 사람 무사히 갔을까 생각난다. 이 말 들은 아부지 왈. 뉴스에 안 나왔으면 무사한겨!

내가 너무 헉헉 대니까 따뜻한 방안에 있지 왜 왔냐고 한다. 지는!

어쨌던 한사람은 온 자국이 남아있을거라는 작은 위안을 삼고 다시 출발!

 

 희운각에서 3KM나 왔네.(10:08)

 

여기가 울산바위까지 잘 보인다는 장소.(10:27) 

처음에 왔을 때는 여름이라 사람들이 여기서 시원한 골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었는데 오늘은 잠시 사진 찍고.

 

 멋진 경치도 힘들면 눈에 안 들어오는데 언제 사진을 많이도 찍은 여러시

 올라가고.. 

 

 얼어가는 파프리카도 맛있게 먹고

 

나한테는 제일 어려웠던 지점. (11:33) 

아이젠까지 신은 다리를 올려놓기에는 너무 높았다. 요기 올라와서 다리가 풀려버렸다. 

여러시가 보였으면 엄살이라도 부릴텐데 앞서 가버렸고.   다리 풀렸다 했더니 다시 묶었냐고 물어보는 여러시!

그래도 안걸으면 누가 데려다 주는 것도 아니고 가야지!
올라갔다 내려갔다 앞에서 살짝 미끄러지면 걸어가는 여러시 보면서 조마조마해 하면서 

지난번 작은 뫼오름과 왔을 때 밥먹은 자리, 술먹은 자리 찾아가면서 걸었다.  

 

이제 대략 어려운건 다 넘은건가? (11:47)

 

DLSR살아났다 하여 사진찍어준다더니 사진기가 거부해서 우는 은영이?  

 

 살았다! 마등령이다. (12:02)

평소에 등산객들로 북적이던 마등령 삼거리에 아무도 없다.

마등령의 엉덩이 부분으로 가려는데 너무 힘들어서 여러시 배낭 열어서 빵, 홍삼, 오이, 매실 말린거 기타등등을 마구마구 먹었다.

다시 힘을 내서 올라가서 마등령에 올랐다. 

 

 마등령 (12:20)

 표지판에 백두대간이 국토를 진정 사랑하는 방법입니까?  뭐 이런 투로 씌어 있다.  막아놓았다고 여러시 투덜투덜.

한 무리의 등산객이 나타났다.  연세도 지긋하신 분들 같은데 아이젠도 없는 분들이 있다.

이 사태를 어찌 해석해야 하는지... 눈이 없다는 얘기?

내려오면서 보니 아니던데... 내려가는 내내 내가 그 사람들 하산을 걱정했다.

 

전망대에서 (12:28)

 

멋진 경관 사진도 한장!

 

 드디어 비선대 위에 도착! (1:47)

내가 징그럽게 싫어하는 코스를 내려가야 한다.

올라올 때도 죽을 맛이지만 몸의 중심이 앞쪽으로 쏠리는데다가 급경사를 내려가야하니 고소 공포 환자는 죽을 맛.

등산화 신고 가도 앞으로 바로 엎어질 것만 같은 느낌인데다가 눈도 별로 없는데를 아이젠을 신고...

한이 맺혀서 기념사진 한장을 찍어놓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역시나 내려가는데 영 속도가 나질 않는다. 바위에 부딪치는 아이젠은 불꽃이 튀고.

다리는 무겁고 아이젠 때문에 발바닥도 너무 아파서 벗으면 안될까를 몇번이나 노래를 불렀지만 안된다로 일관하는 여러시!

인솔자에게 연락을 하니 다들 내려와 있는 분위기이다.

우리 음식 안 먹을테니 먼저 가라해도 천천히 오란다 했단다. 

나를 앞세우고 걷던 여러시 앞장서 내려가고 혼자 천천히 뚜벅뚜벅 급경사를 내려간다.

보는 사람마다 물어본다. 아이젠 벗어도 돼요?  지네들 은없으면서 있으면 그냥 신고 가란다.

비선대 다 내려왔다.  여러시 보이지도 않는다.

혼자서 뚜벅뚜벅 걸어간다. 휴대폰 꺼놔서 시간도 보기 싫다.

평지가 나왔길래 아이젠 벗으려고 했더니 끝에 얼음이 달려서 버클이 빼지지도 않는다.

간신히 넓히고 벗어서 스틱에 끼워서 사냥한 토끼마냥 걸고 뚜벅뚜벅 걸어간다.

올라오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쳐다본다. 

저기 산악회에서 지정한 식당이 보인다.  여러시랑 인솔자가 나온다.

급히 먹으면 체할 것 같아 미역국만 마시려 했더니 밥도 조금 먹으라 하니 국에 말아서 후루룩.

인솔자는 밥먹는데 계산하고 먼저 내려간다. 

대충 먹고 일어나서 소공원까지 또 열심히 걸었다. 

소공원에 도착하니 3시 8분. 30분에 C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하니 여유가 있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화장실 들러서 볼일도 보고 아이젠 기타 등등 배낭에 챙겨넣고 부지런히 걸으니 마침 버스가 기다리고 있다.

뛰어가서 탔더니 먼저간 인솔자들도 타고 있다.

본 듯한 아저씨가 공룡갔다 왔다면서요. 대단합니다. 이러더니 악수를 하잔다.

달랑 둘만 갔다왔단다.  그것도 한명이 여자라서 대단하단다.

둘이 무모한 짓을 한거네. 곰곰히 생각할수록.

버스에 도착해보니 다들 와 있다. 그 회장님 10시 10분에 내려오셨단다. 

그때까지 뭐하셨을까? 궁금하다.

신발 벗고 젖은 양말 갈아신고 배낭에 들었던 술을 꺼내 여러시를 주었다.  여러시 배낭에서도 남은 거 나오고.

회장님께도 한잔 드린다고 갔다 오더니 굳이 나도 마시라 한다.

한잔 마시고 옷도 뒤집어 놓고 있는데 이번에는 아까 악수한 사람이 소주 됫병을 들고 다니면서 술을 돌린다.

나만 안주고 가길래 나 안줬다 했더니 한잔 준다.

피곤하고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잠이 안 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새벽에 잠시 섰던 내설악 광장 휴게소 건너편 도로에 차를 세우고 휴게소를 갔다오란다.

횡단보도도 없는 곳에서. 여러 명이 무단 횡단으로 갔다왔다. 적어도 6차선인거 같던데. 참~ 황당한 SIUATION.

예상외로 교통상황이 좋다면서 여기저기 내려줄 곳을 불러주면서 준비하란다.

강남역도 선다는 말에 다들 좋아라 하는 분위기다. 나두 좋아~

이젠 좀 자야지.... 하면서 잠들었다. 

등산 끝나고 나면 팍 골아떨어져서 한숨 자는게 정말 단잠인데...

이번 산행은 너무 긴장을 했는지 쉽게 잠도 잘 안온다.

이번 산행 얘기들은 아부지가 미친거 아니냔다. 아니다 싶으면 돌아서 와야지.

여러시 왈, 진퇴양난이라고 알란가 모르겠네.

곰곰 생각해보니 산악회 사람들도 참 무책임하다.

눈이 오고 난 뒤면 희운각 대피소에 전화해서 상황이 어떤지 물어보고 들어가던가 마라던가 해야하는거 아닌가?

아침에 거기서 자고 가는 사람 많다고 같이 가면 된다니!

하긴 아침에 희운각 대피소 지나갈 때 물어보지도 않고 간 우리의 책임이 더 크다.

스틱도 부러지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무사히 등산을 마친게 정말 다행이고 다행이도다.

고생많았슈~ 욕봤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