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간 사람 : 둘리 내외, 고도리, 까투리, 시라기, 여러시
산행시간 : 9시 20분 ~ 7시까지
날씨: 맑음.
등산로 조건 : 수북이 쌓인 눈의 표면이 얼어서 툭툭 깨지는 곳이 많았고 눈이 다져지지 않은 곳이 대부분이었음.
산행코스 : 조옥동 - 옥녀봉 - 노적봉 - 장수고개 - 장수봉 - 연인산 - 계곡길 - 조옥동
년말부터 계속되는 눈산행으로 이젠 맨땅이 밟고 싶어서 눈 없는 곳으로 가요 했더니 여기를 간단다. 눈이 적은 곳을 골랐다나!
아침 7시 30분에 사당역에 모여서 한명도 늦지 않는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하고 출발하였다.
동생이 사준 새 등산화 신고 갔더니 여러시도 새 등산화 신고 왔네. 고도리가 계탔냐고 하네.
둘리님과 아들 얘기, 추위 얘기, 설날 물가 얘기까지 해가며 가는데 저쪽 강건너 산옆으로 해가 나온다.
날씨가 참 좋다. 비록 영하 10도가 넘지만 뭐 이제는 단련이 된듯.
어디선가 본듯한 길들이 나온다. 이 근처에 많이 왔나? 내수면 연구소도 나타나고...
연인산 도립공원 이정표를 지나 가평에서 승안리 방향으로 차를 돌려 쭉~ 올라가서 공중 화장실이 있는 등산로 입구에 도착하였다.
입구의 등산 안내도 (9:20)
차에서 나오니 저절로 몸이 부르르 떨린다. 추위에 단련이 됐다는 건 순 거짓말.
달리 방법이 없다. 이럴땐 빨리 몸을 움직여야 한다.
등산로는 사람들이 지나간 흔적이 있다가 없다가 한다. 그나마 땅까지 파헤쳐진 곳도 간간이 있고 바람이 부는 곳은 길이 안보이고.
경사가 그리 심한건 아니지만 시작하자 마자 바로 비알을 올라가야 한다.
까투리님이 처음부터 땀빼게 한다고 하시며 열심히 따라온다.
800m 올라갔다. (9:42)
속도가 정말 안 난다.
비교적 상황이 좋은 등산로...
옥녀봉 근처는 산불이 났었던 듯. 나무들이 시커멓게 타 있다. 안타깝다.
그래도 이 능선에서 불길을 잡은 듯 큰 나무들만 시커멓고 아래의 잡목들은 새로 난 듯 하다.
옥녀봉 도착(10:06)
옥녀봉에서 단체로..
김치전에 맛난 막걸리를 한잔씩 하고 까투리님의 빵을 한봉지씩 배급 받았다.
이 분은 꺼내서 배급을 해버린다.
이제는 3.3km 떨어져 있는 노적봉을 가야 한다.
등산로 상황은 더 나쁘다. 길도 잘 안 보이고 바람에 눈이 모인 곳은 스틱으로 찔러보니 70~80cm는 쌓인 듯 하다.
푹푹 빠지는 눈길을 여러시가 앞장서고 줄줄이 서서 따라간다. 한동안은 그런 산행이 기분이 좋았다.
하얀 눈 밭, 눈의 윗부분은 얼어서 밟으면 약 4-5cm 정도의 두께로 버썩버썩 깨져나가는 것이
웬지 예전에 냇가의 얼음깨서 구멍 뚫고 장대 넣어서 타고 타니던 기억을 생각나게 했다.
한 시간 동안 2.8km를 걸었다. 속도가 너무 느리다~
노적봉 단체 (11:42)
출발했던 조옥동이 해발 130 m 정도라는데 옥녀봉은 471m, 노적봉은 858.8m이다. 계속 올라온 셈이다.
노적봉은 구나무가 많아서 구나무산이라고 한다는데 구나무는 백과사전에도 잘 안나오는 듯 하다.
누군가의 산행기에 참나무와 비슷하지만 병마개로 쓰인다고 한다. 어떻게 생긴 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움직이는 식물도감 시라기 아저씨가 팔나무 다음 십나무 앞이란다. 참~~
과메기 펼쳐서 복분자술과 껍집벗겨 담근 13년된 도라지 술까지 먹었다.
눌러앉아 점심까지 먹자는 사람도 있었으나 여러시 아저씨 더가야 한다며 거부.
까투리님 이번에는 귤을 한개씩 배급한다.
노적봉에서 장수고개까지가 가장 길이 안 좋았다. 구간 길이를 나타내는 사진도 없네.
한시간 정도를 이번에는 시라기가 길을 찾아가고 그 뒤를 따라 걷는다.
오늘의 산행은 이만큼 왔겠지 하고 쳐다보면 예상한 것의 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거리를 왔다.
장수고개는 지도상으로 보면 가까운 듯 한데 엄청 멀게 느껴진다.
드디어 장수고개에 도착했다. (2:11)
중간에 밥까지 먹고도 2시간만에 도착한 셈인데 느끼기로는 거의 4시간을 걸은 듯 하다.
여기서 연인산이 3.9km, 연인산이 해발 1000m가 넘는다. 오후 2시가 넘어 1000m가 넘는 산을 오르기 시작한다는 건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누가 붙잡을까봐 잽싸게 출발해 버리는 여러시와 둘리내외.
해지기 전에 내려올 수 있을까 했더니 아부지 왈, 장담은 못한단다. 그런데 왜 안 말려...
여기는 연인산mtb 코스(?) 사륜구동오토바이들이 줄줄이 지나간다. 부럽다~~
연인산은 어느 정도 길이 나을 줄 알았더니 푹푹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다만 길이 안보이는 구간은 없었다. 능선에 오를 때까지 6명 정도의 사람들이 하산을 했고 능선에 도착해서 그 정도의 인원을 또 본 것 같다.
힘든 산행이다. 공룡능선보다 힘들다는 생각이 든다. 나중에 까투리님도 같은 말을 한다. 공룡능선은 각오을 하고 가는데 이건 아니라고.
여전히 다 왔겠지 하면 1/4도 못왔다.
한참을 헉헉 대면서 올라가서 이제 봉우리만 오르면 될까 했더니 이제 장수봉이란다.
장수봉 (3:24)
연인산이 1.9km남았단다.
이제 반왔네.
장수봉을 지나니 이번에는 울레미님이 속력을 내서 냅다 내뺀다. 내가 퍼질거 같으니 뒤에서 여러시가 밀어댄다.
에고고고고~~~
고도가 올라가면서 바람도 불기 시작하고 바람에 쓸려갔는지 눈이 없고 얼음인 곳도 나타난다.
마지막 능선에 올라섰다. 저 앞에 정상이 보인다.
정말 이 악물고 올라갔다.
정상 직전.(4:07)
정상!
사랑과 소망이 이루어지는 곳이라네. 뭔 근거로? 라고 시비를 걸고 싶다. 특별히 전설이나 그런게 있는거 같지도 않고.
먼 산행거리를 생각해서 싸온 여러 음식들도 떨어진 듯 한데 내 배낭에 남아있던 정체불명의 술과 참치포와 쵸코렛으로 지친 몸을 달래본다.
이제 내려갈 길이 까마득하다.
원래 계곡으로 내려가기로 하였으나 길 상황이 어떤지 알 수가 없어 여러시가 망설이는데 시라기 아저씨 다 내려가기 전에
어두워질 염려가 있다고 좋은 길로 가야한다고 원래의 코스대로 길을 잡았다.
다행히 길은 오르는 길보다는 좋았고 선명했다. 문제는 길이....
연인산에서 다 내려와서 이정표를 보니 연인산 2.3km, 용추 버스 종점 9.2km란다. 합치면 12km가 넘는다.
이제는 이게 맞나 싶네... 다 합쳐 9.2km였나?
어쨌던 날으는 고도리와 둘리, 사라기 축지법으로 사라지고, 내가 앞길을 가로막고 있어서 같이 가던 여러시와 울레미,
mtb 코스 나타나자마자 냅다 내빼고 까투리와 나만 그냥 열심히 걷는다.
내려올 때도 마찬가지이다. 이만큼은 왔겠지 하고 나타난 이정표를 보면 1/2도 안왔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이길로 가는게 맞는지도 자신이 없는 가운데 그냥 부지런히 걷는다.
앞으로 4.5km 남았단다 (5:47)
사진은 그 시간에 찍혔으나 우리 보다 앞서간 사람이 찍었으니 한 6시쯤 우리는 보았을 것이다. 기도 안찬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이 하산길이 긴 건데 이건 완전 죽음이다.
새로 산 등산화가 발목이 긴 스타일이라 왼쪽 발목이 시쓸려서 아프고 아이젠을 신고 뒤뚱뒤뚱 걸으려니 허리가 너무 아프다. 배도 고프다.
다들 기운이 넘치는지 앞서가 버리고... 뭐 이런 사람들이 다 있어 하는 생각이 든다.
공룡능선에서 내려올 때도 다들 내빼 버려서 어찌나 힘들고 화가 나던지...
이번에도 만나기만 하면 확! 하는 마음이 자꾸 든다. 참자~~
길은 계곡을 이리왔다 저리갔다 하면서 끝없이 이어진다. 계곡은 꽝꽝 얼어서 그냥 건너면 된다.
부지런히 걸으니 불꺼진 펜션이 나타난다. 토요일 밤인데도 불이 꺼져 있다.
또 한참을 걸으니 이번에는 불켜진 펜션이 나타난다.
자동차에 뭘 싣는지 자동차에서 뭘 내리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아리송한 분이 한 20분만 내려가면 대로란다.
아들놈 언제 올거냐고 문자왔다. 상황 얘기해 주고.
펜션들의 불빛이 점점 많이 켜져 있고 사람들 소리도 난다.
아부지 전화왔다. 선두도 아직 차에 도착을 못했다고. 자기도 조금 전에 여길 통과했단다.
까투리님 펜션에 주차된 차를 보고 고도리님 차는 아니겠죠? 이런다. 많이 힘드셨나 보다.
어색한 사이라 한두마디 밖에 안하고 걷고 또 걷는다. 발목과 허리가 너무 아파서 아이젠을 벗고 걸어본다.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지만 버스정류장인지도 몰랐다.
입간판 지도를 보고서 대로로 나가서 좌회전을 해야 한다고 까투리님과 말하고 한 50m 걸어갔더니 고도리님 차가 나타난다.
빨리 타라고 차안 사람들이 말을 했지만 둘이 다 기가 막혀서 차에 타지를 못한다.
그랬더니 휘리릭 가더니 저 앞에서 차를 돌려온다.
선두가 6시 55분에 도착한 출발지..
다시 차문을 열고 타는데 허리가 너무 아파 쿠션이 필요했다. 염치불구하고 까투리님을 뒷좌석에 앉으시라 부탁했다.
아이젠이니 스틱이니 그냥 차안에 던져 넣고 허리에 쿠션을 대고 으~읔하면서 앉았다.
그새 옷도 갈아입고 술도 한잔했다고 웃는 여러시를 째려봐 주었다.
배낭에서 남은 참치포를 꺼내 돌렸다. 아까부터 소화가 안된다던 고도리는 물을 찾고...
가평읍내로 이동해서 식사를 하려는데 이번에는 차에 경고등이 들어온다.
할 수 없이 가까운 음식점에 차를 세우고 요기를 하려고 하는데 다들 방에 들어오는 자세들이 많이 지친듯하다.
시원한 소맥 한잔으로 기운을 내려하였으나 기별이 안온다. 소주 한잔을 더 마셨다.
이 집은 순대 큰거 달랬더니 이게 다라고 중간거를 주고 잣막걸리 달랬더니 이제 안한다 하고
양곰탕 달랬더니 얇게 쓴 양지머리가 담긴 걸 갖다 주고 하여튼 엉망이다. 그래도 깍뚜기는 맛있는지 다들 추가해서 먹는다.
먹고 차에 타고 바로 수면 모드. 잠없는 여러시 아저씨 옆에서 구박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난 자야해~~
사당역까지 고도리님의 훌륭한 운전솜씨로 도착해서 다들 인사하고 둘리님 울레미님한테 내일 아침 해달라는 건 무리라고 빵사자고 한다.
많이 힘들었나 보다.
등산화에 쓸린 발목이 벌겋다. 멍들거 같다.
이젠 아이젠 없이 산에 가고 싶어~~
올라갈 땐 매달려 가고 내려올 땐 네발로 내려오더라고 내려오는 코스가 짧은 데를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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