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동생과 산을 가다(20100320 백암 조비산 - > 구봉산->두무재)

pc100 2010. 3. 23. 17:51

위          치  : 경기도 백암

같이 간 사람 : 여러시, 둘리 내외, 동상 그리고 나

날           씨 : 아침에는 시야만 안 좋은 정도였으나 11시30분 무렵부터 시커매지더니
                     12시 지나자 본격적으로 비까지 내렸다.  1시 경에는 다시 개었다.

등산로 상태 : 낙엽이 깔린 푹신푹신한 흙길이 대부분이었으며 이정표도 용인시에서 잘해 놓았다.

                   너무 많아서 탈인가?  한곳에 두개가 서 있는 곳도 있다.

등산경로 :  조천사 - 조비산 - 정배산 - 달기봉 - 구봉산 - 석술암산 옆으로 - 두무재까지

                두무재-조천사는 동생 차타고^^

 

 

 

어수선한 가운데 또 토요일이 다가온다. 

20-22일까지 연휴지만 다들 바쁜지 산행계획 잡기가 어려운 모양이다.

20일은 3시에 부서 직원 첫애기의 돌잔치가 있어서 나도 어중간하고...

그러다가 1시까지 하산할 수 있는 기막힌 코스를 또 찾아낸 여러시 대장. 대단타!

이번 산행은 비교적 코스도 짧고 해서 동생을 불렀다.

자칭 20년째 숨쉬기 운동만 하고 3步이상 승차를 하는 동생인지라 요리빼고 조리빼는 걸 반 윽박질러서 가기로 하였다.

문제는 이래저래 심란한 내가 옆엣과 동료와 술을 마시기로 한 목요일 저녁이다.  

이상한 문제를 처리하느라 지체되니 그 사람 아이 핑계대고 내빼고 역시나 바람맞은 여러시와 술한잔 한다는게

완전히 맛이 갔다. 술김에 둘리님께도 전화해서 가자하고 아마도 친구한테도 전화한듯하다.

금요일 오후 3시까지 제정신이 아니다.  여러시 볼 낯이 없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집에 가서 김치죽으로 속을 달래고 주섬주섬 가방을 꾸렸다.

 

 

토요일 아침, 밥을 싸들고 신갈 상미마을 정류장으로 갔다.

동생이 자기 밥까지 싸오라고 해서 밥도 그득, 김치도 그득..

날씨가 심상치 않다. 황사와 돌풍과 비가 예고되어 있는 날씨다.

하늘이 뿌연게 아니라 시커먼 쪽이다.  

그래도 간다~~

동생이 먼지 조천사에 도착해서는 전화왔다. 산에 다 올라가서 절이 있는데 아무도 없다고.

기다리라 하고 신갈에서 용인-양지를 거쳐 백암으로 방향을 잡았다.

조천사에 도착하니 동생은 또 내려가 있다네.

조천사는 대웅전과 삼성각과 요사채만 있는 단촐한 절인데 그 뒤의 조비산은 멀리서도 확 눈에 뛸만큼 툭 튀어나온 새대가리같다.

조천사 앞의 게시판의 지도는 금만 남아 있을 만큼 낡았다. 현위치가 오른쪽 위에 붙은 지도는 또 처음본다.

 

이렇게 생겼다.  

 

어쨌던 동생한테 모자와 장갑을 주고 산행을 시작한다. 295m밖에 되지 않는 산인데 꽤 높이 올라왔는지

조천사에서 올라가는 등산로가 바로 급경사이다.  

동생이 뒤에서 난리다. 숨을 못쉬고 심장이 터질것 같대나 뭐래나.

그러거나 말거나 여러시, 둘리내외 앞서가고 나는 동생 다그쳐가며 올라간다.

올라가면서 보니 아직 고드름도 있고 길도 자못 험하다 할 수 있는 바위산행이다.

죽는다 죽는다 하는 동생도 상식은 있는지 요리조리 잘 올라간다.

금새 조비산 정상이다.  15분만에 정상 도착!

높이는 별로 높지 않지만 양사방을 모두 조망할 수 있는 좋은 위치이다.

커다란 정상석도 있다. 동생과 정상석에서 사진 한장을 찍는다.

 

동생과!  

 

늘 누렇게 보이던 동생 얼굴에 화색이 돈다.  역시 운동을 시켜야해...

다음에도 데려와야지 생각해본다.

조비산 하산은 밧줄을 타고 시작한다.

못가는 사람이 선두 뒤를 따라가야 하는데 동생이 어색한지 자꾸 뒤로 빠진다.

앞 사람 어떻게 내려가는지 봐야 한다고 계속 으름짱을 놓는다.

어쨌던 잘 내려오네.

조금 더 내려오니 난 코스다.  여기 내려오면 병장이다 라면서 울래미님이 밧줄을 잡고 있다.

경사가 급하다. 먼저 내려가고 동생이 내려오는데 나보다 더 잘 내려오네. 뭐.. 역쉬~~

 

현정의 하강!  병장제대 완료. 

누가 자매 아니랄까봐 밧줄에 매듭이 있어서 이것만 잡으면 죽지는 않겠구나 생각했단다.  ㅋㅋ

 

급경사를 내려와서 좌측으로 돌아가니 간단한 운동시설을 앞에 두고 커다란 동굴이 있다.

인공 굴이라고 한다. 불피운 흔적도 있고 위에서 물도 떨어지고 구석 구석을 파고 기도드린 흔적이 있다.

 

바위안!

바로 위가 조비산 정상이다. 조비산 정상은 거대한 바위덩어리인 셈이다.

여기서 약 3시 방향으로 길을 따라  낙엽이 깔린 푹신하고 완만한 경사의 길을 가볍게 걸어간다. 

동생이랑 어릴 때 고향 얘기까지 해가면서....

드디어 조비산이 끝나고 다음 산으로 넘어가는 작은 고개에 도착하였다. 

우리가 가던 길이 고갯길과 만나는 지점에서 좌측에서 약 15m 지점에 이정표가 있어서 진행하기는 쉬웠다.

길따라 진행을 계속하면 조비산이 웅장하게 보이고 길은 약간 눈이 섞인 곳도 있지만 비교적 좋다.

그런데 나무로 막아놓은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 몇군데 있었다.  들어오지 말란 소린가 투덜대면서

갔는데 나중에 나름 결론을 내린 것은 산악자전거 들어오지 말라는 뜻이라고. 이런걸 아전인수라고 하나?

정배산에 도착하였다.

 

정배산(9:39)

동생이 이 사진의 뱃살 보고 충격 받았다고 한다.

사실 오른쪽으로 약간 더 간 곳이 더 높다.

이때부터는 동생을 맨 뒤에 두고 부지런히 걸었다.  조금 더 오른쪽으로 진행하여 잠시 쉰다. 

다들 막걸리 마시고 곶감도 먹고 하는데 동생은 모든걸 거부하고 아무데나 주저앉는다.

그러더니 캬라멜을 자기 배낭에서 꺼내 먹는다.  단건 댕긴대나 뭐래나..

 

다시 출발! 

좋은 길이지만 그래도 오르락 내리락 한다. 동생이 조금씩 처지기도 하고... 

좌측에 골프장이 나타났다. 용인은 아마도 엄청 골프장이 많은 동네이니 뭐 멀리 보이는 곳, 가까운 곳 이상하지도 않다.

퍼런 걸 보고 그린일까 아닐까 여러시랑 멀리서부터 얘길 했는데 가까이 보니 그린이 맞다.

특별한 잔디라 했더니 또 시비다. 겨울에도 안 얼어죽냐... 뭐.. 뭐..  나는 모르오~  하지만 비싸고 잘 안죽고

겨울에 눈 오면 보온장치도 덮어준다고 어디서 주워들었을 뿐이오...

가까이 왔더니 골프공 줒어오란다.  멀리 갈것도 없이 산 속에서 골프공을 주웠다.

이리 멀리 ob를 내는 사람은 장타자인가? 갸우뚱해본다.

 

멀리보이는 mbc 드라마 세트장

 

 

이정표.  비슷한 곳에 두개의 이정표가 있다.

 

달기봉 갈림길

 

달기봉으로 가는 길에서 동생이 더 이상 안가겠다고 버틴다.

여러 사람이 구슬러서 조~~끔 올라가더니 마음을 한번 내려가는 걸로 먹었더니 못가겠다고 한다.

그냥 내려보내기로 한다.  mbc 세트장쪽으로 난 임도를 따라 내려가라고 일러주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제일 긴 루트였던듯 하고 사람들도 안 다니는 길이었나보다.

그래도 길 잃지 않고 자기 차까지 잘 찾아갔다.  나중에 어떻게 혼자 보낼 수 있냐며 흥분한다.

우린 원래 그래~ 라고 말해주고 싶다.

 

달기봉(10:21)

 

달기봉은 조금 가파른 곳에 있는데 일단의 사람들이 웅성거리고 있다.

가현치에서 올라온 나이 지긋한 그룹이다. 그 중 한명은 세살박이 정도로 보이는 아이를 메고 왔다.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다들 꾸려온 짐들로 보아하니 능숙한 분들이라 여겨져 그냥 지나쳐 간다.

달기봉에서 오른쪽 구봉산 방향으로 진행을 한다. 꽤 가파른 길이 나온다.

밧줄도 메어져 있다. 혀를 쑥 빼물고 올라선다.

 

구봉산 삼각점(10:46)

 

이 길을 아이를 메고 오다니. 옆의 나무가지들도 꽤 가까운데. 또 잠시 걱정이 된다.

여기가 469m 지점이란다. 구봉산이 465.1m니까 여기가 더 높다는 뜻이 되네.

 

 셋이서

 

무슨 용도일까 하면서 지나가고..

 

구봉산정상 앞면(11:05) 

 

한글세대를 위한 뒷면..

 

구봉산 정상석의 앞뒤로 증명 사진을 찍으니 아까 그 멤버들이 듬성듬성 나타난다.

슬슬 날씨가 더 시커매진다.  구봉산을 지나 자리를 잡고 점심을 해결한다.

둘리님이 엄청나게 많은 종류의 반찬을 가져오셨다. 완전 부페수준이다.

밥을 먹는 사이에도 날씨는 점점 험해진다.

구봉산에서 내려가는 길이었나.. 밧줄이 최근에 잘 정비되어 있었다. 

미끄러지면 잡으라고 있는 듯. 멋지게 쫙 다리는 미끄러졌으나 팔로 매달려 버텼다.

배낭의 튀어나온 부분에만 흙을 묻히고 다행히... 더 다행인건 사진도 안 찍혔다는 것.

 

석술암산과 한남정맥 갈림길.

 

 

밥을 다 먹을때까지만이라도 비가 안왔으면 좋겠다 했는데 말대로 됐다.

밥 먹고 나서 잽싸게 짐챙겨서 나서는데 빗발울이 내리기 시작한다.

비마중을 위해서 나는 성능이 떨어지는 우의를 꺼내입고, 여러시는 우산을 꺼내쓰고,

둘리내외도 비닐 우비를 챙겨입는다.

천둥과 번개와 황사까지 겹쳐서 날씨는 험악하다.

 

이랬다...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크가 사는 숲같다.

 

부지런히 가는데 이정표가 석술암산 1.5km 이랬다가 갑자기 골안 이런데가 나오다가 정말

정작 석술암산 정상 올라가야 할 곳에서는 없어져 버렸다.

악천후로 보이질 않으니 여기일까 저기일까 서서 한참 망설인 곳이 석술암산 올라가는 곳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우리가 가야할 곳의 반대방향으로 내려가야 하는 절 이정표를 보고 계속 진행하였다.

다행히 두무재에 도착할 때쯤에 비도 그치고 산행을 마칠 수 있었다.

두무재로 내려서는 곳.

 내 다리는 어디 간겨?

 

아직 개통전인 도로..

도로에 내려서 동생한테 전화를 했더니 집에 갈까 하다가 비가와서 우리가 걱정돼 안가고 있었단다.

동생이 차를 가지고 와서 빠른 속도로 조천사에 다시 도착하여 동생을 보내고

우리는 서울로 출발!   

무사히 도착하여 옷갈아입고 돌잔치 참석.

시커먼 황사 속에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모처럼 동생과 산행을 한건데 미리 내려가 버려서 섭섭하다.

날씨도 안 받혀주고...

공자네 동네 사람 공자 모른다고 여기는 아버지 모신데 갈 때 지나가는 길에서도 보이는 곳인데

부덕고백도 그렇지만 참 관심없는 사람눈에는 보이지 않는게 정답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