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날 겸손하게 만드는 조령산 산행(20100619 충북산악회깍뚜기)

pc100 2010. 6. 21. 17:23

- 같이 간 사람 : 충북협회산악회 46명

- 날씨         :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나 간간히 뿌리기만 하다가 오후에는 개었음.

- 등산로환경   : 의외로 등산로 나무계단 등이 무너진 곳도 많고 약간 젖은 바위나 땅이 무~~척 미끄러워서

                 미끄러지기도 하고 밧줄에 간신히 매달리기도 하였음. 아이구 팔이야~

- 등산 시간    : 10시 20분 ~ 4시 10분(6시간- 한칸 더 가느라 점심은 건너뛰고)

- 등산 경로    : 이화령 - 조령샘- 삼거리 - 헬기장 - 조령산 정상 - 다시 삼거리 - 촛대바위 - 또다시 삼거리

                 - 다시 조령산정상 - 안부와 오름 두번을 거쳐서 칼바위도 지나서 신선암봉 - 공기돌바위

                 - 청암사 - 마당바위 폭포(?) - 절골

                 (연두색이 추가로 더 갔다 온 부분)

- 산행지도

잠시 휴가 내고 왔더니 뫼오름 산행이 게시되었는데 모르고 지나가고 말았다.

물어봤을 때는 이미 대기자가 많다고 한다.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은 싫은지라 여러시 고향 산악회를 따라가기로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아는 사람이 한명 있다.

2010년 1월 2일 설악산 공룡능선을 간다고 했다가 펑크낸 할아버지가 회장이란다.

그 때 에이스 크래커 한봉지를 빚졌으니 갚아야지~

전날 동창들과 저녁을 먹고 늦게 집에 들어간 관계로 4시부터 일어나서 아들도시락 내 도시락싸고 부리나케 시간에 맞춰 버스정류장으로 나선다. 비가 올거란 예보가 있어서 좀 낡고 여유가 있는 등산복을 입고 갈아입을 옷을 full set으로 챙겨넣으니 가방이 터질 듯 하다.

빨리 둘리님과 배낭을 공동구매하던지 해야지 원. 등에 쿳션 기능이 없어서 도시락이 다 느껴진다.

임시방편으로 휴대용방석을 세워서 사용 중이다.

사당행 버스에서 신나게 자고 일어났더니 7시 5분 전이다. 1번 출구를 찾아 두리번 두리번~

여러시가 문자를 보냈다. 공영주차장 좌측 두번째 버스 21번 좌석이란다.

앗! 낯이 익은 아저씨네. 전에는 할배인줄 알았는데. 하얀 얼굴에 날씬한 몸매시네.

그 때는 모자에 파카로 둘둘 쌓인 한 겨울이라 전혀 다른 사람이었는데.

역시 기억이란...

나를 아는지 모르는지 어쨌든 나는 의례하는 인사하고 잽싸게 승차!

여러시 옆자리에 앉아서 잠깨기 않도록 조심하고 있는데 웬걸 7시가 한참 넘어서야 부산스런 일들이 끝나고 버스가 출발한다. 옆에서 투덜투덜 투덜투덜!

버스가 출발하니 이번에는 회장님이 나와서 한 말씀 하시고..

비가 온다고 무단 불참한 사람들 덕분에 회장님과 진행진 심기가 불편하시단다.

많이 준비한 김밥을 두 번이나 준다. 인심도 좋아!

하남 만남의 광장에서 또 다른 12명이 타고 온 널널한 차로 몇 사람이 옮겨가고 다시 출발!

이번에는 각자 소개를 하란다!  특정 지역을 기반으로 한 모임이다 보니 각자 고향을 말하란다.

다들 충북 어디 어디 말하는데 나는 쑥스럽지만 경북고령이라고 이야기하고...

중부 고속도로를 달리는데 옆에 멋진 바위산이 보인다.

멋지다고 손가락질 하고 조금 더 지나가니 이천 도드람산이란걸 알겠네. 호호.

휴게소도 한 번 쉬고 중부내륙 고속도로를 내려 꼬불꼬불 이화령으로 올라간다.

여러시가 기분이 좋은지 녹음기의 노래를 따라부른다. 처음 듣는 노래다.

이화령에 도착하였다.

우복동천할 때의 커~~다란 백두대간 비석이 여기에도 서 있다. 경북 문경과 충북 괴산의 갈림길이다.

 

이화령 비석 앞에서

산악회 행사가 길다. 위촉장을 약 10여분에게 수여하고 다부진 체격의 산행대장이 나와서 준비체조를 실시한다.

이것도 처음해보는 형태의 스트레칭이다. 손깍지를 반대로 끼고 한 동작이 끝날 때마다 손과 발을 털어주라고 한다.

 

말안듣고 혼자 스트레칭 중  

 

이제 산행시작이다.  

산행은 앞사람을 따라 졸졸 가는데 여러시 또 투덜거린다.

능선으로 안간다고. 백두대간길이 아니라고. 선두가 그리 길을 잡으니 다들 따라온다.

날씨는 습하고 덥다. 금새 땀이 옷을 적신다.

거의 3주간 구두 신고 다니느라 고생한 다리가 처음에는 조금 불편하더니 서서히 적응이 되어간다.

구병산에서 얼핏 보았던 덩굴 딸기가 거의 다 익었다. 사람들이 한개 두개 따먹는다.

10여분도 안 가서 선두가 사람잡는다고 소리가 나온다. ㅎㅎ

우루루 몰려다니니 속도가 안나서 이정표에 20분 걸리는 길을 30분만에 왔는데..

쉬라고 했는데도 슬금슬금 몇몇이 빠져나와서 앞서 간다. 연세가 꽤 있어 보이는 분도 있고,

배낭도 없이 산행하는 분도 있다.  

30분만에 대간길에서 내려오는 길과 만나는 이정표에 도착하였다.(10:50) 

 

앞서가는 여러시 따라가느라 헥헥헥헥!  뒷사람한테 다 들리겠다.

이번에는 조령샘 이정표가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대간길로 안 간다고 투덜대더니 조령샘길로 인도해왔네.

 

조령샘은 졸졸졸졸 물이 나오고 있다. 잠시 목도 축이고 여러시 사진도 찍어주고(11:08)

 

 조령샘 바로 위에는 버드나무 한 그루가 있는데 가지가 찢어진 상태(그 가운데는 이미 다 썩어서 비어 있다.)로 양쪽 나무가 근근히 살고 있다.

조령샘에서 삼거리까지는 잣나무 조림지인데 나무 계단들이 설치되어 있다. 무더운 날씨에 경사를 올라가려니 힘들다. 헉헉!

 

삼거리 도착!  (11:18)

 여기서 신풍리 방향으로 가면 촛대바위 능선인데 진행방향의 좌측일거라 생각하고 조금 앞에 있겠지 하고 헬기장까지 갔다.

헬기장에서 여러시가 촛대바위 가고 싶어해서 지도를 보니 앗뿔사! 지나와 버렸네. 원인 무효라고 그냥 조령산 정상으로 향했다.

11시 30분에 조령산 정상에 도착해서 우왕좌왕! 왜냐하면 여기서 점심을 먹는다 했는데  그러기에는 너무 이른듯 해서.

거기다 먼저 와 있던 팀으로부터 떡한조각 얻어먹었더니 더욱 더.

누군가 내민 더덕주 한잔 먹고 계속 기침을 캘록 캘록!  독한 술 정말 싫어!

회장님 도착하여 공룡능선 멤버 한장 찍었습니다.

 

설악산 멤버 기념사진. (11:49)

후미는 오지도 않고 빈 시간을 어쩔줄 몰라한는 여러시 보기 민망하여 촛대바위 가자고 나섰다.  내가 미쳤나봐~

내려가면서 후미를 계속 만나는데 어디 가냐고 한다. 다들 조령샘 다니러 간 줄 알고.

5분이면 된다고 후미를 격려해서 보내고.

길을 나서니 여러시 하는 말. 고도를 200m를 내려가야 한단다. 또 속았다!  완전이 천주봉 형국일세.

그래도 이왕 나선 길 징징대면서 계속 걸어간다.  오른쪽으로 조령산 능선이 구름 속에 나타났다.

 

구름 속의 조령산

우와~ 하는 사이에 고도는 계속 내려가고 밧줄도  나타나고 여러시는 내빼 버리고 에궁~

촛대 바위에 도착하였다.  여기서 30분이면 절골인데...

 

그대로 하산한다고 데모하는 은영이 (12:27)

그러거나 말거나 다시 조령산을 향해 내빼버리는 여러시를 따라 또 헉헉대면서 길을 간다.  중간에 세군데 정도 로프 설치 구간이 있는데

 

 짧은 다리의 비애를 또다시 느끼며...

요런 사진 찍을라고 딱 대기하고 있다가((또는 걱정이 되어서?) 또 먼저 내빼버리고.

이번에는 정말 고도를 올려야한다.  양팔을 이용해서 나무들을 괴롭히며 올라간다.  그래도 천주봉만큼은 아니더라카이.

 

다시 삼거리(12:57)

 

다시 조령산 정상 (1:05)

한 10분 전에 일행이 떠났다고 한다.  점심 대신 막걸리 한잔을 먹고 출발한다. 

그런데 길이 미끄러운건지 다리가 풀린건지 연속으로 미끄러져서 바지가 엉망이 된다.  신선암봉에서 누군가가 땅 5만평쯤 샀느냐고 물어본다.

그냥도 미끄러지고 미끄러져 밧줄에 매달리기도 하고. 스틱도 사용했다가 집어넣었다가 장갑도 끼고.

계속되는 밧줄 구간에 땀을 비오듯이 흘리면서 통과하였다.

 

급경사 내려가기.

 스틱도 집어넣고.

안부에 도착하였다. 내 상식으로는 절골이 왼쪽인데 누가 오른쪽에 던져 놓았다.

 

제자리에 놓고 기념으로 한장!(1:36)

 

후미도 만나고(1:47)

엥! 회장님 두 사람이 없어진 것도 몰랐단다. 걱정이안된다나! 너무 한거 아녀? 

 

멋진 경치도 보고... 

슬슬 배가 고프다. 물만 먹을수도 없고...

 

좁은 바위에 올라가 참외와 진공주표 쑥떡을 먹고..(2:08)

자리를 다른 팀에게 물려주고..

이번에는 내가 정말 질려하는 칼날바위를 올라간다.  간신히 올라가는데 여러시가 가지고 다니던 산악회 깃발이 절벽으로 떨어진다.

버리고 가라고 해도 굳이 또 위험한 데를 가지러 내려가는 여러시.  곧이어 나무 잔가지들이 부러지는 소리들...

기어이 가지고 올라오는 여러시 때문에 또 간 졸이고.. 

 

칼날바위 (2:17)

 

또 로프도 올라가고

 

이러고 사진도 찍고

 

묘봉에서 보았던 구름과 바람의 절묘한 조화. (한쪽은 구름, 한쪽은 구름 없음)

 

칼날바위를 지나면 커다랗고 네모난 바위가 가로막고 있는 대따 큰 바위를 올라가야 한다.

바위는 별로이나 여기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바위 옆 나무에 걸쳐져 있는 몇개의 나무가 얼기설기 놓여진 것을 밟고 왼쪽의 바위로 올라서야 한다.  병 도질려고 한다.

일단 올라서면 바위는 넓고 경사도 급하지 않아 그리 힘들지는 않다.

사방이 다 구름이 확 걷혔으면 좋을 텐데 비만 개이고 구름이 산능선을 경계로 힘겨루기를 하고 있어

그리 멀지 않은 주흘산 등이 보이지는 않는다.

 

여러시 위험을 무릅쓰고 다시 찾아온 깃발을 들고 한장 찍고!

 

드디어 신선암봉에 도착하였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하여 정상 사진 한장 찍고! (2:27) 

 

이제 신선암봉에서 출발하여 절골 방향으로 방향을 잡고 하산을 시작한다.

 

가다가 M자 바위에서 한장 찍고! (2:31) 바람이 시원하게 불어오는 곳이라 땀도 식히고.

 

엥! 그런데 또 급경사를 내려가서 공기돌 바위가 있는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또 나타난 유격코스.  

정체가 되는 관계로 다시 후미와 합류!

여기는 밧줄이 약간 짧은 관계로 앞서가던 분들이 밑에서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요령을 알려주고 가신다. 오늘 여러번 사고 쳤으니 조심조심 말 잘들으면서 무사히 통과!

 

바로 이어서 공기돌 바위 오르기.  안전부장이란 분이 이번에는 올라오는 사람들 밧줄을 정리해 주면서 안내해 주었다.

커다란 공기돌바위 앞에서!(2:39)

 

여러시가 가지고 놀던 기억이 난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

여러번의 미끄러짐으로 엉망이 된 옷.(0433)

 

이번엔 정말 어려운 코스 다 지나온 걸까?

일행들 뒤를 따라 신풍리 방향으로 하산한다. 꽤 급경사이다. 길도 약간 미끄럽고.

어느 정도 날씨가 좋아져서 멀리 조령산 정상과 촛대바위능선이 조망된다.

 

어느덧 조령산에서 바로 하산한 팀이 하산완료했다고 무전도 들려오고.

잠시 물도 마시며 쉬었다가 다시 내려가는데 청암사를 가르키는 엉성하게 비닐로 싸여진 표지판이 보인다.

그쪽으로 내려가보니 용화전과 산신각와 컨테이너로 된 거처 두곳이 있는 조촐한 절이다.

 

청암사 용화전

식수대가 땅에서 나는 물이 아닌 바위 위를 흘러내리는 물이다.

간단히 물맛만 보고 내려오는데 절 옆의 물길부터 시작된 거대한 바위가 산아래까지 연결되어 있다.  

내려와서 지도를 보니 여기가 마당바위 폭포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닌거 같기도 하고.

청암사 보느라 지도의 용바위도 못보고.

큰 바위가 끝나는 지점이 산행의 끝인가 했더니 계곡이 깊은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간다.

 

그러다 일행분이 땀 좀 식히고 가라고 안내한 장소이다. (3:34) 

 

정말 좋은 장소인데 취수설비가 되어 있어서 멈칫하게 된다.

여전히 물은 차가워서 1분도 못견디고...

발을 식히고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넓은 길을 내려가다보니 촛대바위 능선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촛대바위 능선 들머리 이정표(3:49)

 

세상에 여러시는 원래 여기까지 내려왔다가 촛대바위까지 올라갈 생각을 가지고 있었단다.

세상에나! 어떻게 그런 생각을~  

어떤 산행기에 40분만에 올라갔다고 씌어 있었단다. 그렇다고 다 내려와서 그 험한 곳을 올라갈 궁리를 하다니...

 

여기는 넝쿨 딸기가 많다.  간간이 따 먹으면서 오디도 따먹고

 정말 많은 산딸기!

 뽕나무 오디

부엉이를 닮은 나무!  

 정말 예쁜 빨강 붓꽃!

 

버스가 대기하고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4:20)

 

옷을 삭 갈아입어서 땅 산 증거를 인멸하고 시원한 캔맥주를 한 캔 마실 때까지는 좋았는데

이런 빈속에 계속 술만 먹었네. 쥐약이다.  실실 웃고 말이 많아지고...

후미가 내려올 때까지 거의 한 시간을 이리저리 시간을 보냈다.

버스가 서 있는 신풍은  주유소도 문을 닫고 횟집도 문을 닫았다. 주도로가 새로 나면서 그리 되었다 한다.

드디어 회장님도 하산완료하여 점심인지 저녁인지 모를 밥을 먹으면서 가져온 술도 마시고 막걸리도 마시고

아침부터 왠지 낯이 눈에 익은 총무와 얘기도 나누고. 대학원 동기 오회장 얘기도 등장하고.

회장부터 총무까지 모두 여러시를 포섭하려고 하는 통에 여러시 쫌 곤란해 하고.

마지막으로 교장선생님이랑 말투가 똑같은 여행사 여성전무가 나타나 배꼽을 쥐고 웃었다.

제천 말투는 그런가? 우하하하하하!  교장선생님 손녀딸을 발견했었는데 이번에는 여동생?

 

식사를 완료하고 잘 숨어서 기념 사진도 찍고!

 

버스에 타고 취침모드로 전환하였으나 엄청난 음량을 자랑하는 버스 스피커 때문에 포기!

이번에는 박수치기로 전환~

여러시는 총무의 술 공세에 계속 마시고, 노래하라는 공세에 술만 마셔대고.

절대로 노래는 안한단다.  그래서 계속 술로.

중간에 미친 척하고 술 마시는거 싫어하신다는 회장님과 총무에게 술을 먹이라는 세옥 총무의 명을 충실히 수행하고. ㅋㅋ

무사히 노래도 안하고, 술도 한 잔 밖에 더 안 마시고 무사히 서울에 도착하였다. 물론 나만.

그 다음에는 노래방 들러 맥주집으로 아부지까지 불러내서 맥주를 한잔!

촛대바위능선까지 갔다 온 여러시의 만행을 일러바쳤건만 아부지 왈!

"안 가면 되지! 아, 거길 왜 따라가!"란다. 치~  확실한 답이긴 한데...

 

아버지에게 일러바치는 중

 

날씨가 더 좋았으면 조령산의 절경을 더 잘 감상할 수 있었겠지만

구름이 감싸고 있는 조령산을 촛대바위능선에서 조망하고,

다시 조령산의 주능선에서 촛대바위능선도 감상할 수 있어서 좋은 산행이었습니다.

이러니 촛대바위 능선 더 갔다왔다고 원망을 못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러번 미끄러지고 해서 옷도 버리고 무릎에 멍들고 팔은 위로 들지를 못하겠고 후유증이 좀 있네!

산에서는 언제나 조심!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