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공룡능선을 다시 가다 (20090926)

pc100 2009. 9. 28. 13:00

산행구간 : 소공원 - 비선대 - 금강굴 - 마등령 - 공룡능선 - 무너미 고개 - 천불동계곡 - 비선대 - 소공원

산행시간 : 아침 7:20 ~ 저녁 6:20 (11시간)

산행친구 : 여러시, 시라기 부부, 둘리 부부, 정호부장, 안사장

 

산행지도

 

못가본  지리산 천왕봉을 뫼오름에서 간다한다. 안내문구가 3대가 덕을 쌓아야 볼 수 있다는 천왕봉 일출을 ~~ 이라고 한다.

21일 휴가인데 22일 아침부터 챙겨준 총무 덕에 신청을 하였으나 일출도 계획에 없어지고,

신청인원 초과라고 계속 확인이 오는데 여러시 아저씨가 잘렸다고 한다. 

농담삼아 오매불망하는 두사람(둘리와 고도리)을 팔아 공룡으로 내뺄까 했더니 웬걸! 그렇게 결정을 했다네.

잽싸게 취소메일 보내고... 쉬~~

문제는 출발시간으로 인한 짐! 8시 45분 사당이라... 집에 갔다오자니 뛰어다녀야 하고, 집에 가서 얼굴 붉혀야 할 듯 하고

안 가자니 차림새랑 준비물이 영~~.

준비물 정하자는 메일에 철판깔고 집에 있는 걸로만 대답했더니 답이 없다.

알아서 땅콩 삶고, 영남 알프스에서 맛나게 먹었던 게 생각나서  미숫가루에 설탕 듬뿍 넣어서 담고, 아몬드랑 멸치 볶고

김치 한통 담고, 갈아입을 옷에, 잠바까지 하나 넣었더니 웬걸 영남알프스 짐  꼴이네. 

짐싸기는 나의 도전과제가 되어야 할 듯.

정장차림에 등산화 신고 배낭 메고 요상한 꼴로 출근을 하는데 고속도로가 막혀서 이날따라 늦게 도착하네.

조금 창피하지만 뭐.... 잽싸게 신발갈아신고 식당가서 토스트 사먹었다.

준비물 걱정에 이여사님께 맛난거 부탁하려고 전화했더니 다 연락을 받았단다.

이런~  확인했더니 안사장님이 다 사서 차량에 싣고 오시기로 했단다.

다행이다~~

금요일 저녁 다들 퇴근하고 최대리랑 저녁을 먹고 사당역을 향해 출발했다.  짐이 무겁다.

다들 날 쳐다본다는 신빙성 없는 느낌이 자꾸 든다.

사당역에 내려서 역을 나서니 바로 앞에 여러시 아저씨 누군가를 모시고 간다.

못 보던 사람이다.  알고보니 김부장님이다.  스타렉스 뒷칸에 벌써 배낭이 가득하다.

차에 사람도 가득하다! 9인승에 8명이 탔으니..

뒷자리에 앉으니 덥기까지 하다.

안사장님의 노련한 운전솜씨와 첨단 네비게이션의 활약으로 경기도 광주에서 중부를 타고 영동을 거쳐

하조대 해수욕장 부근의 아파트에 도착하였다.  그 사이에 이여사님이 준비한 다양한 안주로 맥주랑 막걸리를 축내고.

여러시 아저씨의 지인이 별장 정도로 사용하는 곳인듯. 바닷가에서 길 하나 떨어져 있는 곳이다.

아파트에 들어서니 없는게 없다. 냉장고도 그득~~. 온갖 생활용품도 구비되어 있다.

 

아파트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

 짐풀고 한잔 하는 중!

들어서기 무섭게 집안 장비 점검하니 전기밥솥이 두개나 있다. 내일 아침 걱정 다 덜었다. 잽싸게 여러시 아저씨 세 아줌마의

감독하에 쌀씻어 밥 안치고 예약취사 setting하고. 잠시 한잔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꿈나라로...

 

평소 잠순이, 이런데 와서 꼭 유난을 떤다.

4시30분부터 일어나서 보온병에 담을 물 끓인다고 부스럭거렸더니 너도 나도 다 일어나고 밥은 잘 되어 있고.

인스턴트 육개장에 북어국에 각종 반찬을 꺼내서 아침을 거하게 먹고 커피에 사과까정 먹고.

의상대에서 일출을 본다고 후다다닥 짐 챙겨서 나왔는데 doorlock이 안된다고 두명이 늦게 나온다.

 

 아침 후 정리시간(오전 5시 56분)

의상대로 출발!  해가 뜨려는지 먼동이 터오고. 알고보니 낙산사 경내이다.  지난번 화재에 소실된 낙산사가 거의 중건이 다 된듯.

다음주면 중건 법회를 하는 모양이다.  도착하니 벌써 주차비를 받는다.

열혈청년 안 사장 그거 아깝다고 딴데 차 세워놓고 오겠다고 한다.

그냥 두라고 하고 슬슬 걸어다니니 벌써 해가 뜬 듯 한데 보이지는 않는다.

 

의상대 시비앞에서 (오전 6시 29분)

 

 

 

전망대에서 일출을 보다.(오전 6시 45분)

태양이 뻗어가는 광선까지 잘 찍혔다.  사진기술 정말 좋아졌어...

 

잠시 산책을 하고 설악산을 향해 출발했다.

설악산 소공원에 도착하니 아직 차들이 한산하다. 앞줄에 주차를 하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고 나누어서 담고...

 

출발 기념사진을 찍고 (오전 7시 24분)

비선대까지 3.5km인데 아침부터 날라다닌다.  에궁! 힘들어라. 짧은 다리, 무거운 몸, 무거운 짐!

계곡물이 옥빛이다. 저~~ 위에서 녹색 물감을 풀었는데 여기까지 흘러와서 고인 듯 연한 옥빛이 밑에 있다.

신비로웠다!

날씨는 흐릿했지만 밤에나 비가 온다는 예보를 믿고 열심히 올라가니 비선대에 도착하였다.

 

비선대 풍경 (오전 8시 2분)

 

 

비선대는 요 2년 사이에 여러번 오게 된다.  참... 이 먼 곳을.

울며 내려왔던 비선대의 깍아지른 길을 올라 금강굴을 향해 간다. 예전에 내려올 때 약 2백미터를 보고 죽어도 못간다고 했던 그 구간.

아침이라 아직 기운이 넘친다. 

 

금강굴 밑의 전망대 도착 (오전 8시 23분) 

이젠 이런 포즈도!

여전한 높은 곳에서 쪼는 현상!  뒷 부분의 오른쪽이 천불동 계곡, 왼쪽이 권금성 방향이다.

천불동이 이렇게 멋진 정경인줄 아래서는 몰랐다. 역시 설악산 최고의 비경을 볼 수 있다는 문구가 장난이 아니었다.

쫄았다는 놀림에 바로 팩해서...

 

다시...

 

이번에는 둘리님을 불러서 수제자라고 우기면서...

 

깎아지른 계단을 올라가서 금강암 바로 앞에서 (오전 8시 34분)

담쟁이 넝쿨이 빨갛다! 

 

금강암 내부에서 진신사리 구경하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여러시와 정호부장

 

고도리 안사장 - 정말 산에서도 날라다니고 도로에서는 차몰고 날라다녔다.

 

비선대를 다 올라가서(오전 9시 1분)

 

금강굴에서 먼저 간 시라기아저씨 내외가 안 보인다. 꽤나 왔는데도.

앗! 저 앞에 있다. 아부지~ 하고 불러도 그냥 가버리네.

 

휴식시간 (오전 9시 16분)

 

여기 윗부분의 거대한 바위와 아래 사진에서 보듯이 저멀리 뒤에 울산바위가 좌~악 펼쳐져 있는 명당이다.

사과 꺼내서 먹고 땅콩 꺼내서 먹고 포도 꺼내서 먹고....

저멀리 허연 것이 울산바위라네...

마등령을 향해 가는 길이 길다.  약 4km에 이르는 길로 험하기도 만만치 않다.  땀이 비오듯 한다.

중간에서 미숫가루 꺼내서 용호부장님의 흔들기를 봐가면서 맛나게 마시고 출발한다.

벌써 오색 거쳐서 여기까지 온 모터 달린 사람들도 있다. 우와...

마등령이 가까워지는데 갑자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런~~

 

마등령 못미쳐 식수 보충 (오전 11시 2분)

많이 안올거라 생각하고 배낭 커버만 씌우고 산행을 계속했다.

웬걸 갈수록 많이 온다. 마등령 이정표 볼 사이도 없이 휘리릭 통과!

 

마등령 (오전 11시 22분)

몰랐는데 꽤나 높다.  1,320m라니... 공룡능선에서 제일 높은 곳이며 공룡능선의 시작이며 또한 끝이다.

 

오면서 단풍은 기대하지 않았지만 의외로 단풍나무들만이 예쁘게 물들었다.

 

 

 

 

 

 

설악산의 기암괴석들!

 

 

 

요건 천불동의 단풍에서 한장.

 

마등령을 조금 지나 휴식(오전 11시 41분)

 

막걸리 슬러시도 마시고 이여사님이 가져온 소세지와 안사장님표 양파와 오이까지... 

비가 그치질 않을 기세여서 할 수 없이 쟈켓을 꺼내입었다. 이런~~ 명색이 고어텍스라고 비싸게 주고 샀는데 영~~ 효과 無.

금새 다 젖어버린다. 또 다시 나타나는 빈부의 격차. ㅋㅋ 

이번에는 이여사님이 바지를 새걸 입고 와서 고성능을 자랑하지, 여러시 아저씨 아들이 생일선물로 사줬다는 쟈켓 자랑하지 원.

땡빚을 내서라도 옷 장만하던가 해야지...

 

비내리는 공룡능선은 오로지 발에만 집중하게 한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앞에 가는 사람이 늦으면 뒤에 사람 줄서서 기다리고... 

어쩌다 그런 사람 뒤에 선 사람과 앞서 간 사람은 만나지도 못하고...

다들 우의를 준비하지 않아서 쟈켓으로, 비닐로, 밥먹은 뒤에 고도리님은 식탁대용으로 사용하는 돗자리를 둘러쓰고 산행을 하였다.

비가 계속 와서 나중에는 다들 비맞은 거지 행색으로 다녔다.

 

 뭐 이런 모양새들로...

 

  

 

 

 

 

잠시 비가 주춤한 틈을 타서 자리잡고 앉아서 점심을 해결했다(약 12시).

밥, 사발면, 술, 커피, 과일, 사탕, 기타 등등 무지 먹었다. 그래도 밥이 많이 남았다.

여러시 아저씨 아무리 판촉을 해도 끝까지 팔리지 않아 다음날 집에서 해결을 했다고 한다.

 

공룡능선의 중간 쯤인 1275m 봉 밑에 도착! (오후 1시 29분)

 

유난히 성격 급하고 다리 빠른 고도리 아저씨 어느새 사라졌다. 

중간에 산악회 소속 사람들과 뒤섞이면서 앞선 사람들이 지체되면 급경사에 서서 기다리고 하느라 점점 늦어졌다.

오다가 스스로 미쳤다고 하는 대구 아저씨를 만났다.  아침에 오색에서 소청봉 올라가서 산장 예약하고 봉정암으로 해서

오세암 갔다가 마등령 올라서 우리랑 같이 지금 공룡을 가고 있단다. 신선인겨?  아무도 안 믿는 눈치다.

가다가 발목을 접질려서  맥주한캔과 스프레이 파스 1회 사용도 교환하고...

 

모처럼 공룡능선에서 사진한장!

 

드디어 마지막 험난한 코스 신선봉 도착 (오후 2시 14분)

 

앞서서 내빼버린 고도리를 제외하고 다시 모여서 배낭 끌러서 이것저것 다 꺼내서 먹었다. 지나가는 사람,

오는 길에 눈에 익은 사람들과 나눠 먹고 파스 나눠 뿌리고 사진도 찍고 하였다.

잠깐 날이 개는 듯 하여 조금 기다렸으나 꽝이었다. 다만 비는 그쳤다.

먹고 마시고 떠들고 하면서 좀 많이 쉬고 슬슬 내려가니 금새 무너미고개가 나왔다.

고도리 아저씨 바들바들 떨면서 기다리고 있다. 희운각 가지 말고 양폭으로 바로 가자고.

 

무너미 고개(오후 3시 35분)

공룡이 끝나니 비도 끝났다.  이런...

양폭에 가기 전 여러시 아저씨가  망경대 가자고 꼬드긴다. 공룡능선 외상장부에 지우면 간다고 했더니 조건을 거는게 어디있냐는 둥

하면서 걸어가는데 이런~ 또 비가 오네.  망경대도 물건너갔다! (알고보니 길도 모르면서 그런 소리를~~, 통제구간이랍니다.)

배낭 깊이 넣어 두었던 비닐 비옷을 꺼내 입었다.  에궁..

 

천당폭포(오후 3시 57분)

양폭으로 내려가면서 천불동 계곡을 둘러보니 정말 절경에 군데군데 빨간 단풍나무가  각각의 색을 뽑낸다.

새삼 공룡에서의 비가 원망스러워진다. 

 

천불동 계곡에서 둘리님과

 

양폭산장(오후 4시 25분) 

 

무슨 부부싸움한 부부처럼 5대2로 나누어 서서 사과를 먹었다.  ㅋㅋ.

고도리님은 벌써 내빼버리고... 

 

하루종일 비에 젖은 신발에 발도 불어서 발이 너무 아프다.  잠시 범법 행위를 하자고 꼬드겼는데 웬걸..

일찌감치 달려간 고도리님에 이어서  이번엔 용호부장과 정호 부장이 내빼더니, 그 다음엔

여러시와 둘리 여사가 내빼버린다.

정말 죽어라~~하고 우리 가족(?)이  달려갔지만 소공원에 가서야 그들을 볼 수 있었다. 

 

내려가는 길에 본 엠뷸런스 

이 사진을 보니 세사람이 먼저 갔네.

길에서 만났던 산악회 소속의 누군가 다친 모양이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는데 ....

 

소공원에 왔더니(약 6시) 고도리님 차에서 숙면 중, 둘리님 부부 화장실 앞에서 정리 중. 

내 정신이 아니다. 발이 너무 아프다.  차에서 주섬주섬 옷가방 꺼내서 화장실로 들어갔다.

바지를 갈아입는데 다리가 굽혀지질 않는다. 굽히면 쥐가 나려고 한다.

세면대에 발과 머리를 닦지 마시요! 라고 되어 있었지만 안면몰수하고 발에 찬물을 퍼부었다.

맨발로 차로 돌아와서 가방을 싸는데 제정신이 아니다!  어떻게 욱여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여러시 아저씨 막 밀어넣어 주었다.  막 짜증을 냈던거 같다.

차에 탔다. 다리를 어떻게 해야될지를 모르겟다. 폈다가 오므렸다가 그러다 여러시 아저씨한테 잡혀서 고문당했다.

공원에서 속초로 나와서 섭국을 파는 곳으로 갔다. 

보일러 켜달라고 하고 섭국을 시켰는데 안준다!  뭐라도 달라고 해서 술을 마신다.

집에서 담근 술에 소주 두병이 추가된다.  마구 마신거 같다.  거기다 뜨근한 섭국까지 먹자 몸이  살거 같다.

이제 춥지는 않다!

 

요렇게 앉아서...

잘 먹고 마시고 다시 서울을 향해서 출발. 

7시 넘어서 출발했는데 11시 전에 사당역에 도착했다. 역시 길에서도 날라다니는 고도리님이다.

사당역 줄이 만만치 않다. 기다리다 지쳐서 강남역으로 왔다.

집에 도착하니 12시 30분이다.

아들놈 아무 말이 없다~~

잽싸게 머리감고 누웠다.

 

공룡능선 두번가서 한번은 혼자서 굶어가며 울상으로 내려왔고

이번에는 든든히 먹었지만 날씨가 받쳐주질 않아서 눈구경을 못한게 아쉽지만,

빗 속을 산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또 가자고 하면 결사반대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