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산행기

우복동천을 둘러보다 2 (20100522)

pc100 2010. 5. 25. 12:29

산행코스 : 늘재 - 정국기원단 - 청화산 - 시루봉 - 장군봉 - 회란석 - 도장산 - 산넘고 넘고 넘고 - 서재 - 산넘고 넘고 넘어 - 갈령.

산행시간 : 아침 7시 30분부터 저녁 6시까지  

 

둘째날 아침이다.  

죽을 거 같이 몸이 아파야 하는데 그렇게까지는 아니다.  이건 또 뭔 일입니까?

이러면 안돼는데. 뜨뜻한 방에서 자서 그런가?

저녁 잘 얻어먹었으니 일어나서 아침 준비합니다.

이제는 즉석 국이 3분을 끓이는 것도 아니고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시대네요.

그래도 두부와 콩나물을 넣고 흉내는 낸 북어해장국도 끓이고 각종 반찬 또 죄 꺼내서 푸짐하게 아침 먹고.

그런데 늘 가방에 담겨 다니던 커피는 두 개 밖에 없다고 한다. ㅎㅎ

어제 깨끗이 닦여서 줄서 있던 도시락들에 점심도 남고 반찬도 담고 얼린 2 리터 짜리 물병을 챙기고 하는데 이런 비가 오네~

안 나가고 한숨 더 자다가 집에 갔으면 딱 좋겠지만 그럴 사람들도 아니고 주섬주섬 준비를 합니다.

덜 마른 옷은 차에다 늘어놓고 오늘 입은 옷은 반팔인데 등산로가 좋아야 할 텐데 걱정입니다.

그래도 젖어서 내려올 최악의 경우를 대비해서 잠바는 비닐로 꽁꽁 싸매서 배낭에 넣습니다.

준비를 마치고 어제 산행을 끝낸 늘재를 향해 갑니다.

가는 길에 버스 시간표도 만약을 대비해 사진기로 찍고.

늘재에는 벌써 차가 주차해 있습니다.

늘재에는 영동대학교에서 세운 커다란 돌비석이 있습니다.

늘재에 내리는 비는 낙동강으로 갈 것인지 한강으로 갈 것인지 모른다 한다.

땅에 닿는 순간 결정되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한강으로 간다니 믿기지가 않는다.

그래도 대문짝만하게 표시를 해 놓았다. 요렇게.

 

어쨌던 사진도 찍고 출발! 어제의 개고생을 상기하면서.(7:20) 

 

올라갈 때 무릎 부근의 근육이 비명을 지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잘 버텨 주었다.

실실 농담도 해 가며 정국기원단에 도착하였다.

앗! 사람이다~.  너댓명의 사람이 모여있다.

한명은 혼자서 백두대간을 한번에 한다는 사람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늘재에 주차해놓고 여기까지만

다가 가는 사람들이랍니다.

백두대간 한다는 사람은 어제 암릉구간 통과하면서 무지 고생했다네요.  

큰 배낭 메고 통과하기는 힘든 구간이 많은데 고생이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정국기원단 (7:56)

 

어제 고생하며 지나온 속리산 주능선이 오늘도 여전히 다~~보입니다.

날씨는 어제와 반대입니다. 따가운 햇살은 어디로 가고 서늘한 바람과 간간이 뿌리는 빗방울이 날씨걱정을 하게 합니다. 짧은 팔 입고 버티려니 춥습니다.  특히 바람부는 능선은 더 춥습니다.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지 않는 것이 그나마 다행입니다.

건너편의 속리산 주능선도 보면서 우리가 잤던 집도 찾아보면서 청화산을 향해 갑니다.

뒤쪽으로는 속리산 주능선이고 오른쪽으로는 오늘 우리가 가야할 시루봉도 보이고 합니다.

 

헬기장에 도착하여 가야할 시루봉을 배경으로 한장을 찍습니다.(8:53)

오른쪽 끝에 보이는 바위덩어리가 시루봉입니다.

 

금방 청화산 정상입니다. (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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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로 소박한 정상석입니다. 아마도 공간이 별로 없는 곳이라 그런지..

둔덕산 갔을 보았던 조항산에서 오는 이정표 대신 여기는 조항산 가는 이정표입니다.

정상에 왔으니 막걸리도 한잔하고 아침에 칵테일 울레미가 열심히 만든 미싯가루도 마십니다.

조금 더 백두대간 길을 걷다가 조항산으로 가는 길과 헤어집니다. (9:12) 

 

아까부터 능선에 멧돼지가 온통 밭을 갈아놓았습니다.

농부가 소몰고 밭을 간 것처럼 어찌나 헤집어놨는지 금방이라도 멧돼지가 나타나지 않을까 걱정이 될 지경입니다.  거기다 하산길 아니라고 줄까지 쳐놓고 원적사는 저리로 가라고 표시가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능선에서 보기에는 너무 급경사라 거기에 길이 있다해도 못 내려갈 것처럼 느껴졌다.

전망바위에서 멀리 백두대간이 뻗어나가는 것도 감상하고 (9:21)  

 

 

날씨가 썩 좋은 건 아니라 전망이 선명하지는 않습니다.

시루봉을 향해 방향을 꺾자 아까 궁금증을 자아내던 원적사가 저 멀리 보입니다.

거의 산 정상 부근에 자리 잡고 있어서 우와 거기 오르려면 꽤나 고생하겠다라는

생각이 먼저 나타납니다.

 

확대해야 보이는 원적사 

 

그런데 맞는건가?  맞는거 같기도 하고.

시루봉은 멀리서 보기에 위압감을 줄 정도로 커다란 네모난 바위입니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하얀 밧줄이 더욱 위압감을 주었지만 와서 보니 그렇게 위압적이지는 않습니다.

능선으로 가다가 바로 바위를 타기 위해서는 뾰족한 바위를 두 개를 건너가야 해서 냉큼 내려와서

아래서부터 밧줄타고 갔습니다.  여러시 또 뭐라뭐라 합니다.

밧줄타고 열심히 올라갔더니 웬걸 쪼매 앞 쪽에 정상석이 있네요. 시루떡은 없고..

 

달달 떨면서 사진 한장 찍고 (10:40)  

 

또 쪼매 가서 정상석을 배경으로 한장 찍습니다.

 

시루봉 정상 (10:44)

 

내려가는 길 살펴보러 갔더니 이런 밧줄타고 내려가야 합니다. 요즘은 기본이 이런 코스네요.  

 

시루봉을 내려와 회란석을 향해 가기 시작합니다.(11:20)

회란석은 거대한 한개의 바위하고 합니다. 계곡에 있으니 완전히 다 내려가야 합니다.

오늘은 회란석에서 한번 다 내려가고 서재에서 다 내려갔다가 다시 길을 가야 합니다. 

사람을 힘들게 하는 지점들입니다.

그런데 가다가 보니 속리산 태극종주는 좌측으로 비스듬히, 회란석은 오른쪽으로 비스듬히 가라는

코팅된 이정표가 나타납니다.  문제는 그 이정표가 붙어있는 곳에서는 길이 없었는데 가다보니

아까 거기서 내려갔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는 여러시의 느낌이었습니다.  

계속 이정표도 없고 리본도 안보이고 하니.

어쨌던 돌아갈 순 없으니 사우정 방향으로 가도 괜찮겠다 싶어 가다가 큰 바위 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합니다.

날씨가 추우니 오늘은 라면이 잘 팔립니다. 펜션에서 밥 싸왔다는게 믿지 않을만큼 잘 챙겨먹고 일어서려는데 이런 배낭을 메고 있던 등짝을 어떤 놈들이 두방이나 물었습니다.  엉엉~

다시 길을 나서는데 딱 이정표가 나타나네요.

지도에도 없는 장군봉이라는데 회란석 1.5km 남았답니다.

 

장군봉 오르기 (12:16)

 

급경사에 미끄럽기도 합니다. 밥먹자마자 오르기에는 좀 힘든 코스입니다.

 

저 멀리 회란석이 내려다 보입니다.  

 

빨간 페인트 파란 페인트로 된 표시도 나타납니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도 어지간히 내리꽂는 길입니다.

억지로 길을 낸 듯한 느낌입니다. 뭐 조금 있으면 겪게 될 도장산과는 비교도 안되었지만.

고도리가 앞장서고 뒤따라 내려갑니다.  

회란석에 가서 좀 쉬려고 했는데 멀리서 보기에 한떼의 사람이 있는 듯 하여 조금 못 미쳐서

좋은 곳을 발견하고 쉬기로 합니다.

 

잠시 쉬기 (12:48)

 

늑천정 가든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습니다.  수퍼에서 막걸리도 사고 식수도 보충합니다.

회란석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주황색 줄무늬 뱀도 보고 단체 사진도 찍고

 

회란석 (1:06)

 

다리도 건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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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확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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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산 오르는 길에 처음본 것은 죽순입니다. 큰 대나무의 죽순이 아닌 산죽의 죽순입니다.

대바늘 정도의 굵기의 죽순은 앙증맞기까지 합니다. 밟지 않으려 조심하면 올라가는데

바로 급경사입니다.  이번에는 세모난 머리를 가진 독사도 보입니다.

미끄러지는 길을 조금 올라가자 이번에는 정말 말도 안되는 길에 밧줄이 매어져 있습니다. 

 

이런 길을 ... 

 

조금 올라와서 다들 헐덕헐떡 거립니다. 우씨..

건너편 우리가 온 길을 카메라로 잡았습니다. 

시루봉도 보이고 장군봉도 보이네요. 

 

조금 더 가니 조그만 바위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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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잡을 곳도 없고 밧줄도 없고 앞장서 가다가 정말 죽을둥살둥 맨살의 팔로 버티고 올라갔습니다. 팔꿈치 까졌습니다. 완전히 기진맥진합니다.

그래도 계속 올라갑니다. 멈추면 다시는 못갈것 같아서.

계속 밧줄이 나타납니다. 누구야! 가 저절로 나옵니다.

예전에 왔을 땐 이 길이 아니라 이리 험하지 않았답니다.

 

중간쯤 올라왔습니다.   (2:00)  

건너편 시루봉에서 장군봉까지가 다 나오네요.

고도리가 앞장서서 나가면서 심원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만납니다.  

1.2km를 1시간에 걸쳐서 왔습니다. 그 사이 두번이나 쉬었습니다.

그렇게 고생했는데 줄어들지 않는 거리가 원망스럽습니다.

 

도장산이 1.2km 남았다고 하네요. ()2:07)

올라오느라 진을 빼서 속도가 나질 않습니다.

선두에서 날고만 냅다 내뺍니다.  중간에서 속도를 못내니 뒷사람들은 자동으로 못갑니다. 히히~~

그렇다고 남은 1.2km가 만만했던 건 아닙니다. 다만 지금까지 정도는 아닙니다.

아마도 중간에 작은 봉우리 두개를 오르락내리락 했다면 도장산도 못가고 퍼졌을겁니다.

그런데 다행히 옆으로 쭉 가더군요. 정말 살았습니다.

 

헬기장에 도착합니다.(2:25)  

 

 

도장산에 도착했습니다. 스틱으로 감정을 담아 도장을 콱 찍었습니다. (3:10)

 

여러시가 청계산 가야한다는 소리에 즉시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러시 즉시 안간다고 대답합니다.

옆에서 둘리 여사 오다가 부군 울레미가 뭘 잘못했는지 당신도 오늘 집에 가서 팔 아프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합니다. 분위기 살벌합니다. 다들 힘겹게 올라온걸 느낄 수 있습니다.

도장산에서 막걸리를 꺼내먹고 따뜻한 물도 마시고 별거별거 다해보지만 영~ 컨디션이 안 좋습니다.

회란석에서부터 비가 제법 내리기 시작합니다. 이제 옷도 젖어가고 춥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의를 꺼내 입었습니다.

 

이런 xx. 우의를 입자마자 바위를 내려가는 길입니다.(3:31)

 

여간 거추장스럽지 않습니다.

그래도 서재까지는 비교적 내리막길이라 몇군데 시원찮은 밧줄구간을 제외하면 쉽게쉽게 진행합니다.

서재 무렵에 현지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개 두마리를 데리고 산책하는데 한 놈이 나한테 뎀빕니다.

근 반 밖에 안되는 놈이 스틱맛을 보려고.

악에 받친 아줌시를 뭘로 보고&&.

아마도 그런 기운을 느껴서 나한테 짖은 듯.

고도리가 순서를 바꿔서 나를 앞장세운다.

 

서재에 도착했습니다. (4:24)  

 

일단은 야호!!!  비록 도장산이 되풀이되더라도.

늘재에서 적어온 택시번호로 전화를 했더니 25,000냥이나 달란다. 갈령에서 늘재가는데.

능암이라는데서 온다고 멀다고. 나중에 지도 보니까 산너머 와야 되기는 하던데. 그건 심한 듯.

고도리 택도 없다는 듯 버스타고 간다고 한다.

서재에서 갈령구간은 도장산 구간과 반대였다.

비록 처음에 바짝 경사로 올라가지는 않았지만 갈수록 험해졌다.

조금 올라가서 첫번째 봉우리라고 좋아라 남은 막걸리 마실 때까지는 좋았으니 그건 아니었다.

날고와 여러시가 넘치는 기운으로 내빼버리고 내가 중간에서 축~~ 처지니까

덩달이 둘리 내외까지 느리게  움직이게 되었다.

비도 많이 오고 벌목 구간을 지나다 보니 바람이 어찌나 불더니 나같은 사람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이정표도 또 사라져 버리고.

 

벌목구간 (4:52) 

 

오르고 또 오르고 ...

오른쪽으로 이제 주능선의 암릉은 사라지고 형제봉이 보인다는데 왜 나는 눈 씻고 봐도 안 보일까?

이 구간은 이정표가 없다. 

벌목구간의 벌목을 면한 나무에 흰 페인트로 둥글게 칠도 해놓고 번호도 써놓은 것을 보고 진행했다.  

어렵게 어렵게 높은 봉우리에 당도하니 여러시가 앉아서 쉬고 있다.

변온동물이 확실혀~ 꽤나 오래 기다렸을텐데 젖은 셔츠로 버티고 있다.

 

이런 몰골로 다시 만나다. (5:36) 

 

따뜻한 물한잔 얻어 마시고 기운을 차려서 거의 마지막 오르는 바위를 타고 바로 올라갔다. 

 

이런 올라가자마자 또 밧줄도 없이 내려가라네. 이럴 땐 정말 우비를 확 뜯어버리고 싶다.

 

드디어 갈령으로 내려가는 이정표 앞에 섰습니다.(5:50)

 

천왕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한장 찍고  

 

내리막길을 조심조심 또 조심하면서 내려왔습니다.

여러시가 청계산이 그래도 아쉬운지 계속 돌아보네요. 조금 미안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내리막길 800m를 내려가는 동안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불수사도북도 끝내지 못하고 말았고 영남알프스도 그렇게 끝내고 맘이 좀 그랬는데 이번에는 깔끔하게 완주해서 벅차다고 해야 하나.

드리어 갈령에 내려섰습니다.  기념사진 찍고 하이 파이브 하고.

 

만세!!!!  

 

뭐야. 비오는 날 연쇄살인범 분위기잖어~  

그래도 갈령 비석도 부여잡고 증명사진도 찍어야 합니다.

 

날고가 없어진 걸로 봐서 어떤 방법으로던 차를 가지러간 게 분명합니다.

그런데 옷도 다 갈아입기 전에 차가 떡하니 도착합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주섬주섬 짐 챙겨서 차에 탑니다.

차 안에서 또 이리저리 주섬주섬 챙기고 갈아입고 부스럭부스럭 ...

기사 식당에서 뜨끈한 국밥으로 속을 채우고...

비오는 고속도로를 들어섰습니다.  차들이 많습니다.

금방 골아떨어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가 않네요.

계속 발가락 요가, 다리 두드리기, 몸 비틀기, 노래부르기 기타 등등 하면서 무료한 차 안에서

시간을 보냅니다. 힘들게 운전하는 사람한테 미안해서 인지, 뇌가 각성상태라 그런건지..

그러고 보니 정착 우복동천의 중심지는 발도 못 딛어보고 왔습니다.  빙 두르고 있는 산만 타다가.

 

이틀에 걸쳐서 도상 거리로만 40km 정도를 산행했습니다.

쉬운 산 없다는 것도 새삼 느꼈고 그래도 다섯이서 모두 완주했다는거, 특히 내가 사고 안쳤다는거에

뿌듯합니다. ㅋㅋ 

혹시 우복동천 해볼 요량이신 분들은 한번 잘~~ 살펴보고 하시기 바랍니다.